Heraus kommt heraus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오츠 슈이치 저/황소연 역 | 21세기북스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인가?
어제 문구류 사러 홈플러스에 갔더니 도서코너에 눈에 잘 띄는 곳에 따로 전시돼 있었다.
같이 전시된 책들은 역시 장안의 화제 '아이의 사생활' '그건 사랑이었네' 등등...

목차는 이렇다.

첫 번째 후회,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두 번째 후회,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세 번째 후회,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네 번째 후회,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다섯 번째 후회,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여섯 번째 후회,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일곱 번째 후회,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
여덟 번째 후회,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아홉 번째 후회,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열 번째 후회,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열한 번째 후회,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열두 번째 후회, 고향을 찾아가보았더라면
열세 번째 후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맛보았더라면
열네 번째 후회, 결혼했더라면
열다섯 번째 후회, 자식이 있었더라면
열여섯 번째 후회, 자식을 혼인시켰더라면
열일곱 번째 후회, 유산을 미리 염두에 두었더라면
열여덟 번째 후회, 내 장례식을 생각했더라면
열아홉 번째 후회, 내가 살아온 증거를 남겨두었더라면
스무 번째 후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스물두 번째 후회, 건강을 소중히 여겼더라면
스물세 번째 후회, 좀 더 일찍 담배를 끊었더라면
스물네 번째 후회, 건강할 때 마지막 의사를 밝혔더라면
스물다섯 번째 후회, 치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막상 책 내용은 기대보다 얄팍해서, 목차 읽으면 70% 읽은 것이다.
게다가 기질적으로 삶과 죽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 편이라
이 책을 사고싶은 생각은 별로 안 들었다.

어쨌든 책의 목차를 읽으면서 참 감사했다.
나는 참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고, 많은 것들을 일찍(?) 깨달은 사람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열심히 하고 있으며
이제라도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내 마음에게 주의깊게 물어보며 결정한다.
겸손이나 친절은 내가 추구하는 덕목에 들며
가톨릭 신자로서 고해성사하기 귀찮아서라도 나쁜 짓은 덜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꿈을 꾸고 있으며, 이루려고 노력 중이기도 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전보다 조금씩 더 터득해 가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만나고 싶은 사람... 기억에 남는 연애... ^^
고향... 내 고향이라면 대치동인데 아주 가끔 찾아가지. 그 삭막한 동네도 고향이라고 가면 기분이 좋다.
맛있는 음식 많이 먹고 있으며
결혼은 할 것이고 ^^ 자식도 낳을 것이고... ^^ 혼인여부야 내 알 바 아니겠고 -_-;;
유산이나 장례식에 대해... 미리 생각해 두어야겠군 ^^
삶과 죽음의 의미나 건강의 소중함에 대해서는 열여덟 살 때부터 천착했고
담배는 열여덟에 -_-;; 끊었고...

하여튼 그렇다.
참 감사하다.
그리고 나에게 이런 것들을 가르쳐준
내 주변의 죽은 사람들에게 감사해요...
나에게 이런 것들을 가르쳐 주어서...
물론 내 허락 없이 죽은 사람들은 참 밉기도 하지만
죽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지만
일어난 일에 대해 투덜대고 가슴을 친들 무엇하리...
거기서 또 감사할 것들을 찾아낸다면 인생은 남는 장사인 걸.

아, 지금 생각해 보니 이상하다.
홈플러스에서 봤을 땐 마지막 목록이 '神을 알았더라면'인가 뭐 그런 항목이었고
그걸 보며 나는 신앙이 있으니 참 감사하다고 생각했었는데
yes24 에서 긁어온 이 목차에는 그게 없네...
흐음...

아무튼, 이 책 생각하면서 오늘 참 많이 감사했다.
감사합니다!!

* 나도 어지간한 승냥이인지라 연아의 올림픽을 기다리며 기도도 좀 하고 마음도 졸였다.
김연아가 준비한 만큼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 보이고
그에 합당한 평가를 받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파와, 사대륙 대회 때에 있었던 몇몇 시끄러운 사태들 때문에 더 마음 졸였다.

쇼트 땐 완전 승냥이 아줌마 -_-;; 아트걸네 집에서 아트걸이랑 같이 속태우며 보다가
트리플 플립 랜딩을 보며 '아 이제 됐어!!' 하며 한숨을 내쉬었고
스텝 마지막에 살짝 삐끗했지만 연아가 여유롭게 엔딩포즈를 취하는 걸 보고선
아트걸이랑 얼싸안고 환호했다.
프리 땐 연아가 속한 4그룹 웜업이 시작했을 때부터
무릎꿇고 앉아 주모경만 계속 외웠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쉴 새 없이, 소리내서.
연아가 마지막 스핀을 다 돌고 엔딩포즈를 취하고 두 손을 뻗어 승리의 제스처를 취할 때까지.
울먹이며 인사하는 연아를 보면서는 '감사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150점대의 놀라운 점수가 뜨는 것을 보고서는 아트걸에게 전화를 걸어 기쁨을 나눴다.

연아가 준 그 감동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선수의 팬으로서 몇 년간 연아에 대해, 또 피겨에 대해 알아가면서 겪어온 마음의 여정
단순히 예쁘고 아름다운 연기 때문만이 아니다.
온갖 역경을 이겨내며 성장하고 노력의 열매를 맺어 가는 진실한 한 사람의 삶이 주는 감동
그 감동으로 인해 정확하게 띠동갑 동생인 그를 존경하게 되었고
나 자신도 아닌 그가 올바른 평가를 받기를, 그가 행복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성취하기를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
그 원하던 것이 이루어졌을 때 마음에 퍼지던 기쁨! 아아 감사합니다!!

* 올림픽이 끝나고,
방정맞은 국내 언론들은 별 희한한 소리들을 쏟아내는데
연아는 으레 그랬듯이 그런 것 따위 신경도 안 쓰는 대인배 포스를 발하며
월드 준비하러 토론토로 돌아갔다.

월드 때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늘 그랬듯이 연아가 자기 마음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자기 기량을 다 펼쳐보였으면 좋겠고
심판들이 그것에 합당한 평가를 내려 주면 좋겠다.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기만 한다면 연아는 당연히 금메달을 따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올림픽 금도 땄는데 월드에서 금을 따지 못해도 좋다.
그저 연아가 월드까지 기분좋게 치르고 이번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연아가 한동안 선수 생활을 쉬었으면 좋겠다.
너무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피겨선수 생활
늘 절제되고 성취지향적으로만 살아온 생활
이제 한동안은 좀 접고 편하고 밝게, 나이답게 살아 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쉬고 놀아보다가
아무래도 피겨선수생활이 못내 그리우면 그 때 돌아와도 좋겠지.
하지만 적어도 얼마간은, 한 시즌만이라도, 좀 쉬었으면 한다.

더불어 승냥이질에도 좀 휴식기를 가졌으면 한다. -_-;;;
맨날 대회 때마다 연아를 방해하는 세력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혹시라도 무슨 일 날까 봐, 혹시라도 이상한 판정이 날까 봐
마음 졸이고 핏대 세우는 거, 피곤하다. -_-;;;
연아가 한 시즌이라도 선수생활을 쉰다면
승냥이질도 한 시즌이라도 쉴 수 있다... -_-;;

승냥이질이 경지에 이르지 못하고
"자랑스런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터, 타는 족족 금메달 김연아" 정도의 인식에 머무르는 사람은
뭘 해도 1등인데 왜 은퇴설이 나도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래 연아가 몇 년 더 선수생활을 한다면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은 몇 년 더 메달을 확보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라고 연아에게 선수생활을 연장하라고 강요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나도 연아가 올림픽 금을 따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그건 한국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한국이 이기기를 원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연아가 13년동안 자기의 온 생을 희생하며 준비해온 꿈이 이루어지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 꿈을 이루었으니
이후의 일은 연아가 연아맘대로 연아에게 가장 행복한 방향으로 선택하기를 바란다.
특히 평범한 사람인 나는
연아 스스로 그렇게 바라 마지않는 '평범한 행복'들을
연아가 단 몇 달만이라도 누려보면 좋겠다 생각한다.


*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나는 옆나라 띠동갑 피겨선수도 잠시 피겨를 접고 딴 걸 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승냥질을 깊게 하다 보면 이 선수를 좋아하기는 어렵다.
기술 보는 눈이 늘고 피겨에 관한 지식이 정확해질 수록
이 선수가 터무니없이 고평가 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다른 선수들에게 돌아가야 마땅할 상을 자기가 가져가는 적도 한두 번이 아니며
그 피해자는 주로 내가 좋아하는 선수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터뷰를 통해 나타나는 선수로서의 마인드도... 좀 후지다.

그래서 한국에서 이 선수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은 대략 세 부류인 듯하다.
피겨팬이 된지 얼마 안 돼서 기술 보는 눈이 없고 승냥이들이 이 선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오로지 편견과 반일감정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순진한 사람들, 남들이 좋아하는 사람에 안티를 선엄함으로써 존재감을 느끼는 사람들, 자기는 친일파라는 것을 내세움으로써 존재감을 느끼는 사람들.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내가 말하는 건 큰 부류를 형성하는 사람들은 이런 듯하다는 것이다.

나도 이 선수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선수가 '아깝다'는 생각은 한다.
그도 젊고 예쁜 사람이며 어린 시절부터 자기 꿈을 향해 쉼 없이 달려온 선수다.
그리고 상당히 뛰어난 스케이터이기도 하다.
이 선수 어릴 적의 동영상들을 보면 참 예쁘고, 그 나름의 감동도 선사해 준다.
이 선수도 자신을 잘 갈고 닦는다면 훨씬 아름다운 스케이팅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니 나는 이 선수도 기술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많이 좀 성장해 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 선수에게 필요한 성장은
본인을 위해 지어진 전용 연습링크 안에서 늙은 러시아인 코치랑 붙어 있는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선수가 한동안 스케이팅을 접고 다른 일을 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서, 어릴 때부터 이름난 선수가 갖는 프리미엄 같은 것 없이 쌩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워가는 경험도 다시 해 보고, 남자랑(혹 자기 성적 취향이 아니라면 여자랑) 연애도 제대로 해 보면서 감정의 폭풍도 경험해 보고, 대학 공부도 열심히 해서 여러가지 교양과 지식을 쌓고... 그런 시간을 가져 보았으면 좋겠다.

그러고 나서 링크로 돌아와 주면 좋겠다.

지난 그랑프리 1차 프랑스 대회 때 점프를 말아먹은 그에게 2차 러시아 대회 때는 코치가 '저스트 두 잇!'이라고 윽박질렀다나... 그러나 '저스트 두 잇'은 그렇게 윽박지를 때 써먹을 적절한 말은 아니다. 그가 말아먹은 그 점프를 가다듬으려면 되건 안 되건 그저 달음박질쳐 가서 뛸 일이 아니라 체중을 조절하고, 근력을 키우고, 스피드를 높이고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한 일년이라도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것을 배우고 나면 그녀도 그런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에 대한 고려 없이 '저스트 두 잇'이라고 윽박지르고 '이번 시즌의 주제는 극복'이라면서 자신을 문제덩이 취급하는 코치랑은 미련없이 결별할 줄도 알게 될 것이다. 사랑에 빠져 하늘도 날아보고 심연을 더듬으며 울어보기도 하고 나면 그녀도 표정연기란 걸 할 줄 알게 될 것이다. 음악도 조금 느낄 수 있게 되겠지. 자신의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을 선택하고 그 음악에 몰입하여 안무를 소화해낼 줄도 조금은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가 진정 아름다워졌으면 좋겠고, 아름다운 스케이팅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게 되면 좋겠다. 아름다운 것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지 않겠는가!

물론 이런 한가한 구상을 맘놓고 할 수 있는 건
연아가 올림픽 챔피언이 되었기에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인 것도 사실이다.
그 전엔 이 선수도 정신차리고 고유의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혹시 이 선수가 그러다 진짜로 발전해 버리면 우리 연아의 메달을 뺏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맘놓고 축원해줄 수가 없었다. >.<


* 연아 후의 한국 피겨는...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이 성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당장 한두 시즌만에 연아급의 선수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사실 연아가 은퇴한다면 나는 피겨에 대한 관심수위를 많이 줄이고 싶다.
왜냐하면..
피곤하니까. -_-;;;
내 일로 신경쓸 시간도 모자란데.
어쨌든
연아처럼, 금메달을 당연히 가져가야 할 실력인데
자꾸 외부요소들 때문에 부당하게 저평가 당는 선수를 보면서
마음 졸이고 분노하고
그럴 일은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그대신 세계적으로도 웬만큼 인정받는 선수들의 층이 두텁게 생겨서
그냥 맘편히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성장을 축하하고
그냥 그렇게 가끔 경기 동영상을 즐기며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면 나는 골수 승냥이는 절대 아니다.

채식 결심

분류없음 2010/02/16 12:33
* 내일 2월 17일 수요일은 '재의 수요일'입니다.
재의 수요일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앞두고
광야에서 40일동안 고난을 받으셨던 예수님을 기억하며
경건하게 지내는 기간인 '사순절'의 시작입니다.
이 날 사제들은 나뭇가지를 태운 재를 신자들의 머리에 얹어주며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시오'라고 말해 주는 특이한 전례를 수행합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저는 88년에 가톨릭 신자가 된이래로20년 넘게 단 한 번도
재의 수요일 전례에 참여해본 적이 없네요. 말로만 들었지.
이번에도 어김없이... 수요일 맥진 강의를 들으러 서울 가는 관계로 불참입니다. -_-;;;

* 사순기간에는 예수님의 고통에 동참하며,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의미로
주님께 봉헌하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절제하곤 합니다.
담배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기간에 금연 금주를 시도하시기도 하고요..
저는 2007년 사순기간에 캔음료와 자판기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을 생각해서요.
2008년과 9년엔.. 별다른 걸 시도하진 않았습니다.
2008년에는 유급당한 인생을 수습하느라 정신없었고
2009년에는 가슴에 모래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이런 기특한 생각 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어쨌든 그 때는 그 덕분에 성서공부를 시작했었지요. 그 해 부활미사 때의 특별한 기쁨을 기억합니다. ^^

이번 사순기간에 저는 완전 채식을 실천해 보려 합니다.
4월 3일의 부활절까지 40일간요.
멸치국물, 계란, 유제품도 모두 끝입니다.
다만 젓갈이 들어간 우리집 김치만 예외적으로 먹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젓갈없이 김치를 따로 담가 먹어보려 했는데
그건 도통... 게다가 제가 그렇게 하면 우리집 김치는 갖다 버려야 될 지도...

전부터 여러가지 이유로 채식의 정신에 공감은 하고 있었고
한의사 될 사람으로서 적어도 한 번 체험은 해 봐야 하겠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된장국 하나를 끓여도 멸치다시가 들어가고 김치에도 젓갈이 들어가는 한국식문화에서
완전한 채식을 실천하기는 상당히 정성이 들어가는 데다가
좋아하는 입맛을 포기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 실천은 못해보고 있었습니다.
한동안은 그냥 잊고 지내고있다시피 했는데
최근에 건강 문제로 현미밥 채식을 고려하고 있었거든요.
현미밥은 이미 먹기 시작했고
완전채식을 지속적으로 평생은 못하더라도 적어도 한 달 정도 실행은 해보자고 맘먹은 차
마침 달력에서 재의 수요일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합니다.
그냥 나 혼자만의 이유로 입맛을 절제하는 건 고통스러울 뿐이지만
예수님께 봉헌하는 마음으로 진행해 나간다면
그건 훨씬 아름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한국음식은 채식 위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우리의 요즘 식생활을 살펴보면 의외로 동물성 식품 섭취가 많고요
멸치다시 국물, 젓갈로 양념한 김치, 새우젓으로 간한 호박나물 등등
채식인듯 완전채식이 아닌 음식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채식하려면 직접 조리하고 도시락 싸갖고 다니는 게 거의 필수입니다.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엄마와 함께 사는 저는 엄마께 부담도 드릴 수밖에 없고요...
하지만 그냥 밝은 마음으로
한 번 해 보려고 합니다.
잘 되었으면 좋겠고
이 경험을 통해 내가 또 한 걸음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천주교 세례를 받았다.
세례명은 마리나이다.

천주교인들은 세례를 받을 때 성인들의 이름을 딴 세례명을 짓는다.
그 성인의 삶을 닮아가고자 하는 의미도 있고,
그 성인에게 우리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전구를 청하는 의미도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성인이 있으면 따라 짓거나,
어떤 의미를 두고 그 의미에 맞는 성인의 이름을 찾기도 하는데

그런 게 따로 없으면 보통 자기 생일과 세례명의 축일(모든 성인은 그를 기리는 축일이 정해져 있다)이 비슷하거나 같은 이름 중에서 고르기도 한다.
그리고 초등학생 소녀들은 세례를 받을 때
예쁘고 특이한 이름을 고르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다.

나의 세례명은 마지막의 두 가지 이유에 따라 선택한 이름이다.
게다가 좀 특이한 나의 원래 이름과 발음이 비슷하기까지 했다.

어릴 때는 내 이름이 예쁘고 특이하고 흔하지 않아서 좋았다.
(아직까지 같은 세례명 못 봤다. 같은 이름의 남자버전인 '마리노'는 한 사람 봤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좀 아쉽다.
의미에 대해 전현 생각하지 않고 지은 이름인데
나이들고 신앙이 내 삶에서 점점 중요해질 수록,
의미 면에서 탐나는 이름들이 눈에 많이 띄는 것이다.
이를테면 바다의 별 '마리 스텔라'라거나,
사랑의 성녀 '스콜라스티카'라거나,
학자이자 예술가이자 치유자이자 기타등등 '힐데가르트'라거나....


* 오늘, 재미삼아 내 이름을 가진 성인들에 대해 찾아봤는데,
본래 내 이름인 7월 18일 축일의 마리나에 대해선 짧게 '스페인 오랑스의 순교자'라고만 나와 있다.
그런데, 2월 12일이 축일인, 같은 이름의 성녀의 스토리는 이렇다.


"비티니아의 에우제니오란 사람의 딸이다. 그녀의 부친은 홀아비 생활을 청산하고 수도원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얼마가 지나자 친척집에 맡겨둔 어린 딸 마리나 생각에 마음이 헷갈리게 되자, 원장에게 그 아이는 마리노라는 남자 아이이니 자신과 함께 수도원에서 살게 해달라고 청하여 허락을 받았다. 그녀는 부친과 사별할 때까지 그러니까 17 세 때까지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그 후에도 그녀는 남자 수도자로서 계속하여 생활하다가, 어느 여인숙 주인의 딸이 마리노가 자신에게 임신시켰다고 소문을 퍼뜨렸다. 이때문에 그는 수도원 문밖에서 걸식을 하며 살았는데, 그 처녀는 아이를 낳아서 마리노의 아들이니 돌보라고 주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침묵으로 일관하며 끝까지 인내하였다. 5년 후, 원장은 마리노의 놀라운 인내와 겸손을 인정하여 5세 된 아들과 함께 수도원에서 다시금 살게 하였으나, 매우 힘든 일만 시켰다. 그 얼마 후 마리노는 운명하여 시신을 수습하던 중에 그가 여성임이 밝혀진 것이다. 원장 이하 모든 수도자들과 시민들이 그녀의 위대한 용덕과 인내심을 찬양하였고, 엄숙한 장례가 거행되었다."


간혹 라틴 계열의 이름은
어말의 모음을 여성형으로 바꿔 남자 성인의 이름을 여자 세례명으로 쓰기도 한다.
그래서 같은 이름의 남자버전 '마리노'도 찾아보았다.
역시 길게 언급되지 않은 이름들이 많은데 하나가 또 눈에 띈다.


"4세기경 은수자 몬떼펠트로

마리노는 달마씨안 해안의 사람으로 채석공이다. 리미니의 성체를 재건한다는 소문을 듣고 다른 석수 성 레오와 함께 그곳에 가서 몬떼 띠타노의 채석장에서 일하였다. 그들 가운데에는 크리스챤이란 이유만으로 중노동을 하고 있던 일당의 신자들이 섞여 있었다. 마리노와 레오는 그들을 위로, 격려하면서 또 다른 개종자들을 얻고 있었다. 그 후 성 레오는 리미니의 주교로부터 사제로 서품되어 몬떼펠트로로 갔고, 성 마리노는 부제가 되었으나 그전의 석수일을 계속하였다. 12년 동안 그는 수로공사 일을 하면서, 뛰어난 기술자일 뿐만 아니라 신자 노동자의 모델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불행한 일이 발생하였으니, 달마씨아의 한 여인이 그를 자기 남편이라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즉시 부인하지 않고, 가만히 물러나서 몬떼 띠타노로 가서 숨어 살았다. 그 후 그는 계속하여 은수자 생활을 하며 여생을 지냈는데, 그가 살 았던 곳을 중심으로 하여 오늘의 산 마리노 도시가 탄생한 것이다"



흠. 혼인 문제로 엮이는 게 이 이름의 운명인가?

어쨌든 내 이름은 7월 18일이 축일인 마리나가 맞다.
그녀의 순교 스토리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어 아쉽지만
어원적으로 '바다'를 뜻하는 내 이름은 (통영에 '마리나' 리조트라고 있잖습니까...)
가톨릭에서 흔히 '바다의 별, 항해하는 자의 길잡이'로 비유되는
신앙의 모범, 성모 마리아님의 별칭이기도 하니,

어쨌든 좋은 이름이다!! ^^





*
似而非: 같을 사, 말이을 이, 아닐 비.
異端: 다를 이, 끝 단.

사이비는 비슷하나 아닌 것이고, 이단은 끝이 다른 것이다.
사이비라는 단어 뒤에는 응당 '종교'가 붙어야만 할 것 같고
'이단'이라고 하면 어쩐지 기독교와 관련된 듯한 느낌이 들지만
원뜻으로 풀어보면 꼭 그런 건 아니다.
중국 송대의 유학자 주자는 '대학장구 서'에서 불교와 도교를 '이단허무적멸지교 - 끝이 다른 허무와 적멸의 가르침'이라고 칭했다. 유학만이 진정한 길에 대한 가르침이요, 불교와 도교는 일견 옳은듯해 보이지만 그 끝이 엉뚱한 데로 가는 가르침이라고 본 것이다.



* 1월 연수봉사와 연수로 정신이 없던 와중에
연수봉사를 한 차수 끝내고 집에서 정신없이 자고 쉬고 있던 어느 날
'설문조사를 하겠다'며 집에 들어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말한 '설문지'란 것은 나이와 종교 같은 것을 묻는 맨 위의 문항을 빼고는
이상한 질문들을 담고 있었다.

성경에 *** 내용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하나님께서 직접 세우신 교회가 있다면 가보시겠습니까?

적어도 사람들의 의견을 동향을 살펴 통계처리 후 자료로 활용하려는 목적의
일반적인 '설문조사'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엄마가 이런 사람들을 애초에 집에 들이신 것은,
2인1조였던 그들 중 한 명이 화장실을 가게 해 달라고 간곡히 사정했기 때문이다...)

정중하게 나가 달라고 했다.
난 성당 열심히 다니고 성경도 열심히 읽고 구원에 대한 확신도 있으니 당신들이 이럴 필요 없다고.
게다가 성경연수 진행하느라고 며칠동안 잠도 못 자서 쉬어야겠다고.
계속 뭔가 이야기하려고 하던 그들은 마침내 포기하고
인쇄물 한 부를 주면서 간곡히 이거라도 읽어보라고 말하고 나갔다.
그들이 준 인쇄물은 빠닥빠닥한 아트지에 컬러인쇄된 8쪽짜리였는데
제목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말, 어머니" 였다.
누구라도 혹할 제목. 온인류의 약점 엄마를 걸고 넘어지는군.
게다가 엄마 가슴에 안긴 젖먹이의 사진이 배경으로...

인쇄물 내부의 내용은 성경의 애매한 구절들을 들어가며
하나님은 '하나님 아버지'와 '하나님 어머니'가 있는데
'하나님 어머니'가 주는 '생명수'를 마셔야만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쓰여있었다.
마지막 페이지의 결론으로 그들의 집단이 어떤 곳인지 의문이 싹 풀렸다.
"하나님 어머니는 재림예수의 신부입니다."
아하, 어떤 여성교주께서 재림예수의 신부를 자처하며 생명수라는 것을 팔고 계시군요.
엄마, 아빠, 남녀차별, 이런 문제에 대해서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주로 혹 하겠지...
이건 끝만 다른 '이단'이라기보다는, 비슷하나 전체적으로 다른 '사이비'라 보는 게 낫겠다.

진심으로 그 사람들이 불쌍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진리를 위해 봉사하며
예수를 위해 핍박받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 최근에 어떤 분께 들은 바에 의하면
'사이비 종교' 교리 만들어주는 업자도 있다고 한다...
돈 주고 거기서 만들어준 교리 사서 공부해서 신도들을 모으고 활동하면 된단다...
허걱.
이런 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는 건가.
그런 업자는 아마도 고학력자이거나 적어도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겠지..
좋은 머리로 참...


* 사이비 종교 취재를 오래 했던 시사잡지 기자 선배가 있다.
선배는 모든 '사이비 종교'가 1대 교주와 그 핵심 추종세력이 죽고 나면
종교 자체의 순기능을 수행하는 '보통 종교'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적 있다.
그는 그러면서 주류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흔히 지목되는 한 종파를 예로 들었다.
과연 그 종파의 1대교주는 죽은지 무척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 종파는 지금 사회적인 해악을 마구 끼치고 있지는 않다...

종교의 순기능?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에 한 줄기 희망과 위로를 주고, 사후세계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것,
정도가 종교의 순기능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렇기만 하면, 다 괜찮은가?

어려운 문제다.
종교는 그 종교를 믿는 사람에게는 진리이고 사실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가설이고 이야기일 뿐이다.
나는 내 종교가 진짜 진실이고 사실이며,
그러므로 '사이비' '이단'들은 가짜이고 거짓말이고 혹세무민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내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내 종교도 역시 가설일 뿐이다.
그들에게 내 종교는 가설이라는 점에서는 내 종교의 '사이비'나 '이단'들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보편적인 정의개념(그런 게 존재하냐고 물으면 또 답하기 어렵지만..)에 위배되거나
얼토당토 않게 누군가를 신격화하거나
과도한 기부와 헌신을 강요하거나
가입은 자유롭되 탈퇴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면
그건 확실히 문제있는 집단이라 볼만 하지 않은가...


* 아무튼, 자기들의 '어머니'를 위해 이 추운 날 문전박대를 자처하며 떠도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들을 위해 무슨 기도를 해야 할까요? 정신차리기를? 잘 빠져나오기를? 모르겠어요 하느님. 더이상 하느님 팔아 장사하는 사람들이 안 생겼으면 좋겠고, 그 불쌍한 사람들이 그대로 죽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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