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 꽃집은 정말 유혹적이다.
색색의 꽃, 향기 좋은 허브, 탐나는 분재들. 이제 완연한 봄날씨 속에 벌과 나비까지 날아든다.
꽃집앞을 지날 때마다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에게 홀린 듯 이 화분 저 화분을 들여다 보다가, 돈 쓸 여유가 넉넉지 않은 자취생이라는 신분을 애써 자각하며 돌아나오기를 며칠째. 식목일인 오늘 일을 내고야 말았다. 골든레몬타임. 새끼손톱 삼분의일만큼 작은 꽃잎이 노란 테를 두르고 있는 레몬향 허브다. 이 아이가 2천원, 비닐화분에 넘치는 덩치가 안타까워 플라스틱 화분에 분갈이하느라 5백원 추가. 2500원에 다섯번째 룸메를 맞았다.
회사에 다닐 때, 회사생활이라는 것 자체의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창문 하나 없이 유리로 둘러싸 생명력이 차단된 건물의 邪氣에 질려 미친 듯이 화분을 사다 길렀다. (회사가 책상에 화분 놓기를 금하는 곳도 있다는데 그런 규정이 없어 다행이었다.) 그러나 인간인 내가 죽을 것 같은 그 곳에서 화분들이라고 건강하게 살 리가 없었다. 숱한 애들을 죽였고, 용케 살아남은 애들도 누렇고 가느다랗게 겨우겨우 생명을 유지해 나갔다. 1년만에 짧은 회사생활을 정리하면서 살아남은 애들을 여러 동기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고 나왔는데, 그 애들은 잘 살고 있을까.
대전에 처음 내려와 동남향의 작은 베란다를 가진 집에 자취를 하게 되면서 나는 룸메들을 꽤 여럿 거느리게 됐다. 회사 다니 때도 길렀지만 처참하게 실패하며 그 건물에 계속 살면 내 자궁마저 피폐해질 거라는 확신을 주었던 노란 봄꽃화분을 첫번째 룸메로 맞았다. 꽃은 여기서는 잘 살고 있다. 나까지 네 명인 고등학교 동문들을 우리집으로 모아 동문회를 하면서 내가 저녁밥해 주는 대신 선물로 받은 산세베리아가 두번째, 나의 입학과 동시에 출범한 가톨릭 학생회가 이웃 학교 가톨릭학생회에게 선물 받은 로드 히포시스가 세번째, 올케언니가 사주고 간 꽃치자 - 노란 물 들이는 치자는 열매치자고 이 아이는흰 꽃이 피고 박하향이 난다고 한다 -가 네번째 룸메다.
학교생활하고 그러다 보면 캄캄한 새벽과 밤에만 보는 날도 많지만 아이들은 비교적 건강하게 잘 살아주고 있다. 오늘같이 낮에 집에 있는 날이면 이 애들은 정말 남다른 기쁨을 준다. 계속 잘 살아 줘. 허약하고 모자란 나지만 우리 좋은 생명력을 나누자.
여섯번째 룸메 후보를 마음으로 정하고 왔다. 이번엔 좀 대담해져서, 풀이 아닌 나무다. 작은 사과나무 분재. 화분 빼고 아이만 3만원이라고 해서 내가 살 엄두는 안 나고, 누가 사 줄 일이 생기기를 기도해야겠다.
색색의 꽃, 향기 좋은 허브, 탐나는 분재들. 이제 완연한 봄날씨 속에 벌과 나비까지 날아든다.
꽃집앞을 지날 때마다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에게 홀린 듯 이 화분 저 화분을 들여다 보다가, 돈 쓸 여유가 넉넉지 않은 자취생이라는 신분을 애써 자각하며 돌아나오기를 며칠째. 식목일인 오늘 일을 내고야 말았다. 골든레몬타임. 새끼손톱 삼분의일만큼 작은 꽃잎이 노란 테를 두르고 있는 레몬향 허브다. 이 아이가 2천원, 비닐화분에 넘치는 덩치가 안타까워 플라스틱 화분에 분갈이하느라 5백원 추가. 2500원에 다섯번째 룸메를 맞았다.
회사에 다닐 때, 회사생활이라는 것 자체의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창문 하나 없이 유리로 둘러싸 생명력이 차단된 건물의 邪氣에 질려 미친 듯이 화분을 사다 길렀다. (회사가 책상에 화분 놓기를 금하는 곳도 있다는데 그런 규정이 없어 다행이었다.) 그러나 인간인 내가 죽을 것 같은 그 곳에서 화분들이라고 건강하게 살 리가 없었다. 숱한 애들을 죽였고, 용케 살아남은 애들도 누렇고 가느다랗게 겨우겨우 생명을 유지해 나갔다. 1년만에 짧은 회사생활을 정리하면서 살아남은 애들을 여러 동기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고 나왔는데, 그 애들은 잘 살고 있을까.
대전에 처음 내려와 동남향의 작은 베란다를 가진 집에 자취를 하게 되면서 나는 룸메들을 꽤 여럿 거느리게 됐다. 회사 다니 때도 길렀지만 처참하게 실패하며 그 건물에 계속 살면 내 자궁마저 피폐해질 거라는 확신을 주었던 노란 봄꽃화분을 첫번째 룸메로 맞았다. 꽃은 여기서는 잘 살고 있다. 나까지 네 명인 고등학교 동문들을 우리집으로 모아 동문회를 하면서 내가 저녁밥해 주는 대신 선물로 받은 산세베리아가 두번째, 나의 입학과 동시에 출범한 가톨릭 학생회가 이웃 학교 가톨릭학생회에게 선물 받은 로드 히포시스가 세번째, 올케언니가 사주고 간 꽃치자 - 노란 물 들이는 치자는 열매치자고 이 아이는흰 꽃이 피고 박하향이 난다고 한다 -가 네번째 룸메다.
학교생활하고 그러다 보면 캄캄한 새벽과 밤에만 보는 날도 많지만 아이들은 비교적 건강하게 잘 살아주고 있다. 오늘같이 낮에 집에 있는 날이면 이 애들은 정말 남다른 기쁨을 준다. 계속 잘 살아 줘. 허약하고 모자란 나지만 우리 좋은 생명력을 나누자.
여섯번째 룸메 후보를 마음으로 정하고 왔다. 이번엔 좀 대담해져서, 풀이 아닌 나무다. 작은 사과나무 분재. 화분 빼고 아이만 3만원이라고 해서 내가 살 엄두는 안 나고, 누가 사 줄 일이 생기기를 기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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