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안 내가 서울에 가 있었더니
대전에 홀로 남은 룸메는 밥을 거의 안 해 먹었다.
그래서 쌀에 벌레가 났다.
전화로 그 이야길 들었을 땐 별로 놀라지 않았다.
전에도 쌀이 바닥에 깔릴 만큼 남았을 때 검은 쌀벌레 몇 마리에 기겁하며 남은 쌀을 털어 씻고 밥을 한 적이 있었으므로.
근데, 대전에 다시 온지 며칠 후
이번 학기 들어 처음으로 내가 밥당번을 하겠다고 쌀통을 열었다가
주저앉았다.
차라리 검은 쌀벌레 두세 마리가 날아올랐다면 안 그랬을 텐데
수도 없는 애벌레들이 기어다니고 있었다.
한 놈은 뚜껑과 본체 사이의 홈에 끼어 죽어 말라붙어 있었다.
으아아악.
룸메와 함께 살면서 가끔 깜짝깜짝 놀란다.
둘이 기겁을 하는 부분이 달라서다.
가령, 나는 욕조에 배수구에 머리카락이 가득차 있는 것에 기겁하는데 룸메는 배수구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집어내는 것에 기겁한다. --;
아 물론 나도 머리카락 집어내는 걸 좋아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자기가 씻은 직후에 방금 자기가 흘린 머리카락을 자기가 얼른 집어다 버리고 욕실엔 머리카락뭉치 같은 거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게 좋다는 생각인 거다. 반면에 룸메는 나무젓가락과 비닐봉지를 욕실에 놓고 나무젓가락으로 비닐봉지에 넣어 모았다가 모이면 봉지째 버리는 것을 선호했다. 처음 볓 달간 룸메의 방식대로 살았는데, 별로 깨끗지 못한 나무젓가락이 욕조 위에 계속 놓여 있고, 습기에 곰팡이까지 슬어가고 속을 확인할 수도 없고 확인하기도 싫은 검은 비닐봉지가 배를 불리며 계속 매달려 있는 상황이 나는 참 싫었다. 어쨌든 나무젓가락이 많이 지저분해졌을 때 룸메와 합의로 젓가락과 봉지를 버렸고, 룸메가 다시 새 젓가락과 봉지를 갖다 두면 계속 그 방식을 따르려고 했는데 룸메가 다시 준비하기 귀찮았던 건지 내 방식을 존중해 주려고 그런 건지 다시 갖다 놓지 않아서 그냥 그 후론 내 방식대로 살고 있다.
또 한 예를 들자면, 나는 음식물 쓰레기 갖다 버리는 것도 싫어하지만 음식쓰레기가 집에서 오래 머무는 건 더 싫어한다. (무엇보다도 벌레가 생길까봐 무섭다.) 그래서 싫어도 부지런히 갖다 버리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룸메는 음식쓰레기가 담긴 비닐봉지가 싱크대 한 켠에 있는 것보다 그걸 갖다 버리는 것을 더 싫어한다. 그래서 내가 갖다 버리려고 안 하면 음식쓰레기 봉지가 부엌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아무튼 쌀통에 가득한 --;; 희고노란 애벌레들을 보고 나는 주저앉았는데 룸메는 뭐 대수냐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내가 계속 절규하며 씻어서 말려놓자고 그러면서도 벌레가 무서워 손을 못 대자, 룸메가 나서서 쌀을 씻어줬다. --;;; 미안했다. 오밤중에 갑자기 일 시킨 격이 돼 놔서. 쌀을 널 데가 없어서 일단 플라스틱 통에 젖은 채로 넣어 냉장고에 넣고 하룻밤을 보냈다. 어제 저녁에 요앞 문방구에서 전지를 사다가 널었다. 오늘 날씨가 매우 습했으므로 잘 안 말랐는데, 저녁에 보일러를 돌렸더니 매우 금방 말랐다. 바부, 진작에 보일러 돌릴 걸. 이거 돌리느라고 서울 가는 일정을 내일 아침으로 미뤘다. 아직도 조금은 덜 말랐으므로. 보일러만 일찍 돌렸음 오늘 서울 가는 건데. --;;;
내일은 새벽에 일어나 쌀을 통에 담아두고 서울로 출발 예정.
대전에 홀로 남은 룸메는 밥을 거의 안 해 먹었다.
그래서 쌀에 벌레가 났다.
전화로 그 이야길 들었을 땐 별로 놀라지 않았다.
전에도 쌀이 바닥에 깔릴 만큼 남았을 때 검은 쌀벌레 몇 마리에 기겁하며 남은 쌀을 털어 씻고 밥을 한 적이 있었으므로.
근데, 대전에 다시 온지 며칠 후
이번 학기 들어 처음으로 내가 밥당번을 하겠다고 쌀통을 열었다가
주저앉았다.
차라리 검은 쌀벌레 두세 마리가 날아올랐다면 안 그랬을 텐데
수도 없는 애벌레들이 기어다니고 있었다.
한 놈은 뚜껑과 본체 사이의 홈에 끼어 죽어 말라붙어 있었다.
으아아악.
룸메와 함께 살면서 가끔 깜짝깜짝 놀란다.
둘이 기겁을 하는 부분이 달라서다.
가령, 나는 욕조에 배수구에 머리카락이 가득차 있는 것에 기겁하는데 룸메는 배수구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집어내는 것에 기겁한다. --;
아 물론 나도 머리카락 집어내는 걸 좋아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자기가 씻은 직후에 방금 자기가 흘린 머리카락을 자기가 얼른 집어다 버리고 욕실엔 머리카락뭉치 같은 거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게 좋다는 생각인 거다. 반면에 룸메는 나무젓가락과 비닐봉지를 욕실에 놓고 나무젓가락으로 비닐봉지에 넣어 모았다가 모이면 봉지째 버리는 것을 선호했다. 처음 볓 달간 룸메의 방식대로 살았는데, 별로 깨끗지 못한 나무젓가락이 욕조 위에 계속 놓여 있고, 습기에 곰팡이까지 슬어가고 속을 확인할 수도 없고 확인하기도 싫은 검은 비닐봉지가 배를 불리며 계속 매달려 있는 상황이 나는 참 싫었다. 어쨌든 나무젓가락이 많이 지저분해졌을 때 룸메와 합의로 젓가락과 봉지를 버렸고, 룸메가 다시 새 젓가락과 봉지를 갖다 두면 계속 그 방식을 따르려고 했는데 룸메가 다시 준비하기 귀찮았던 건지 내 방식을 존중해 주려고 그런 건지 다시 갖다 놓지 않아서 그냥 그 후론 내 방식대로 살고 있다.
또 한 예를 들자면, 나는 음식물 쓰레기 갖다 버리는 것도 싫어하지만 음식쓰레기가 집에서 오래 머무는 건 더 싫어한다. (무엇보다도 벌레가 생길까봐 무섭다.) 그래서 싫어도 부지런히 갖다 버리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런데 룸메는 음식쓰레기가 담긴 비닐봉지가 싱크대 한 켠에 있는 것보다 그걸 갖다 버리는 것을 더 싫어한다. 그래서 내가 갖다 버리려고 안 하면 음식쓰레기 봉지가 부엌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아무튼 쌀통에 가득한 --;; 희고노란 애벌레들을 보고 나는 주저앉았는데 룸메는 뭐 대수냐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내가 계속 절규하며 씻어서 말려놓자고 그러면서도 벌레가 무서워 손을 못 대자, 룸메가 나서서 쌀을 씻어줬다. --;;; 미안했다. 오밤중에 갑자기 일 시킨 격이 돼 놔서. 쌀을 널 데가 없어서 일단 플라스틱 통에 젖은 채로 넣어 냉장고에 넣고 하룻밤을 보냈다. 어제 저녁에 요앞 문방구에서 전지를 사다가 널었다. 오늘 날씨가 매우 습했으므로 잘 안 말랐는데, 저녁에 보일러를 돌렸더니 매우 금방 말랐다. 바부, 진작에 보일러 돌릴 걸. 이거 돌리느라고 서울 가는 일정을 내일 아침으로 미뤘다. 아직도 조금은 덜 말랐으므로. 보일러만 일찍 돌렸음 오늘 서울 가는 건데. --;;;
내일은 새벽에 일어나 쌀을 통에 담아두고 서울로 출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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