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밭고랑, 이랑마다, 상처에 돋은 새 살 같은 새 풀이 돋아납니다.
냇가 관목덤불은 옅은 연두색 스프레이를 뿌린 듯 연하게 봄빛을 띄어 갑니다.
봄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햇살은 따사롭고, 물씬 피어나는 봄기운에 가슴이 설렙니다.
산수유 꽃이 피었고 벌이 날아다닙니다.
새가 울고
밤이면 달이 뜨고 별이 뜹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봄다운 봄을 맞을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엄마, 밀림의 왕자, 조카, 언니, 오빠, 친구, 친구딸...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이런 봄을 맞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생활이 단순하고 서당은 남향으로 운동장을 낀 학교터이다 보니
저녁이면 달이 눈에 들어옵니다.
눈썹같은 초생달이 뜰 때 서당에 들어왔는데
어느 날 샤워용품을 내다놓은 베란다의 둥근 천창에 상현달이 싸악 들어와 있었고
엊그제는 저녁을 먹고 운동장에 내려섰더니 둥근 달이 마악 빛을 내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등불에 두꺼운 한지 갓을 씌운 듯 은은한 빛이 날 때 밀림의 왕자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를 하는 동안 달은 점점 금속성의 밝은 빛을 띄어 갑니다.
감사할 일이 한두가지인가요.
* 삶의 좋은 것들은 어째 그렇게 직선으로 오지 않고 곡선으로,
단순하게 오지 않고 아이러니를 끼고 오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지금 서당공부와 시골생활이 너무 좋아서
내가 한의대만 안 들어왔다면 시골에서 아주 살고 싶은 마음입니다.
서당의 주방 이모가 되어도 좋고
신랑을 얻어 전업주부가 되어 아이를 낳아 서당에 데리고 들어와 키우면 좋겠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명색이 한의대를 3년이나 다녀 놓고 그렇게 할 순 없잖아요?
그런데 내가 한의대를 안 들어왔으면 이런 세계가 있는 줄이나 알았겠어요?
* 아이가 생기면 꼭 서당에서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서당생활을 하면서 점점 더 짙어집니다.
지금 회인서당의 막내3인방은 6살 먹은 순이, 7살 먹은 돌이, 8살 먹은 철이입니다.
(아이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모두 가명)
순이와 돌이는 혼자 들어와 씩씩하게 살고 있고
철이는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께서 일주일이면 3일 정도는 들어와 계십니다.
지난 주말 미사에 갔다가 돌아갈 때, 철이 어머님께서 버스 정류장까지 나를 마중나와 주셨어요.
(대전에서 들어가는 버스 종점이 서당에서 걸어서 40분, 차로는 7분입니다.)
솔직히 나도 나중에 자식 생기면 서당에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아이를 서당에 보내신 서당 아이들의 부모님은 무슨 생각이실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철이 어머님께 그런 얘기를 했어요.
"여기 아이들을 보내신 부모님은 무슨 생각이신지 궁금해요."
"궁금하죠?"
"저도 전부터 나중에 자식 생기면 여기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거든요. 들어와 살아보니까 그 생각이 더 커지는데, 실제로 보내신 분들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해요."
"나중에 자식 생겨 봐요. 결정하기 더 힘들어요."
길은 짧고, 차 뒷좌석엔 쪼그만 남자애들이 올망졸망 넷이나 타고 있어서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지금 나에게 애 키우는 건 솔직히 감이 먼 이야기이죠.
열렬히 꿈꾸고 있다곤 해도, 아직 미혼이고 학생인 걸요.
정말 아이를 가진 분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겠죠.
내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때,
그래도 남들이 다 같이 가는 길로 가는 게 그야말로 '무난'한 법인데,
언젠가는 '더러운 바깥 세상'에 나와 살아야 할 아이인데,
서당에 들여다 보내는 건
보통 결정이 아니겠죠.
그래도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꼭 회인서당에서 크게 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6-7년 정도는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밖에서 학교 다니면서
뭐 그렇게 소중하고 보물같은 것들을 배우는 것도 아니고
뭐 그렇게 재미나고 신나게 살아가는 것만도 아니고
정서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사는 것도 아니고
제 앞가림 잘 하도록 크는 것도 아닌데......
* 아침에 깨면 일찍 일어난 사람들이 강당에서 성독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논어, 맹자 같은 옛 글에 음조를 붙여 성독하는 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 그 소리를 들으며 눈을 뜨면 나도 모르게 '감사합니다' 소리가 나옵니다.
나는 지금 맹자를 읽고 있어요.
한 자 한 자, 차분차분히 자전을 뒤지고 본문을 연필로 한 번 펜으로 한 번 써 보며 문장을 스스로 파악합니다. 펜으로 쓴 종이와 책을 들고 훈장님과의 1대1 수업에 들어갑니다. 훈장님은 짧은 대나무 막대로 책을 짚어주시며 수업을 해 주시고, 나는 들으면서 내가 펜으로 쓴 종이에 훈장님이 불러주시는 토도 달고 해석이 안 되던 부분이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의 설명도 씁니다. 그러고 나오면 나도 성독으로 복습을 합니다. 글 내용도 좋고, 훈장님의 수업도 좋고, 훈장님의 성독을 듣는 것도 좋고, 내 나름으로 성독하는 것도 좋습니다. 행복합니다.
* 서당에 중앙일보에서 취재하러 왔다 갔습니다.
낼모레 월요일에 날 예정이라네요.
어떻게 날지, 궁금합니다. ^^
냇가 관목덤불은 옅은 연두색 스프레이를 뿌린 듯 연하게 봄빛을 띄어 갑니다.
봄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햇살은 따사롭고, 물씬 피어나는 봄기운에 가슴이 설렙니다.
산수유 꽃이 피었고 벌이 날아다닙니다.
새가 울고
밤이면 달이 뜨고 별이 뜹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봄다운 봄을 맞을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엄마, 밀림의 왕자, 조카, 언니, 오빠, 친구, 친구딸...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이런 봄을 맞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생활이 단순하고 서당은 남향으로 운동장을 낀 학교터이다 보니
저녁이면 달이 눈에 들어옵니다.
눈썹같은 초생달이 뜰 때 서당에 들어왔는데
어느 날 샤워용품을 내다놓은 베란다의 둥근 천창에 상현달이 싸악 들어와 있었고
엊그제는 저녁을 먹고 운동장에 내려섰더니 둥근 달이 마악 빛을 내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등불에 두꺼운 한지 갓을 씌운 듯 은은한 빛이 날 때 밀림의 왕자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를 하는 동안 달은 점점 금속성의 밝은 빛을 띄어 갑니다.
감사할 일이 한두가지인가요.
* 삶의 좋은 것들은 어째 그렇게 직선으로 오지 않고 곡선으로,
단순하게 오지 않고 아이러니를 끼고 오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지금 서당공부와 시골생활이 너무 좋아서
내가 한의대만 안 들어왔다면 시골에서 아주 살고 싶은 마음입니다.
서당의 주방 이모가 되어도 좋고
신랑을 얻어 전업주부가 되어 아이를 낳아 서당에 데리고 들어와 키우면 좋겠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명색이 한의대를 3년이나 다녀 놓고 그렇게 할 순 없잖아요?
그런데 내가 한의대를 안 들어왔으면 이런 세계가 있는 줄이나 알았겠어요?
* 아이가 생기면 꼭 서당에서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서당생활을 하면서 점점 더 짙어집니다.
지금 회인서당의 막내3인방은 6살 먹은 순이, 7살 먹은 돌이, 8살 먹은 철이입니다.
(아이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모두 가명)
순이와 돌이는 혼자 들어와 씩씩하게 살고 있고
철이는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께서 일주일이면 3일 정도는 들어와 계십니다.
지난 주말 미사에 갔다가 돌아갈 때, 철이 어머님께서 버스 정류장까지 나를 마중나와 주셨어요.
(대전에서 들어가는 버스 종점이 서당에서 걸어서 40분, 차로는 7분입니다.)
솔직히 나도 나중에 자식 생기면 서당에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아이를 서당에 보내신 서당 아이들의 부모님은 무슨 생각이실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철이 어머님께 그런 얘기를 했어요.
"여기 아이들을 보내신 부모님은 무슨 생각이신지 궁금해요."
"궁금하죠?"
"저도 전부터 나중에 자식 생기면 여기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거든요. 들어와 살아보니까 그 생각이 더 커지는데, 실제로 보내신 분들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해요."
"나중에 자식 생겨 봐요. 결정하기 더 힘들어요."
길은 짧고, 차 뒷좌석엔 쪼그만 남자애들이 올망졸망 넷이나 타고 있어서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지금 나에게 애 키우는 건 솔직히 감이 먼 이야기이죠.
열렬히 꿈꾸고 있다곤 해도, 아직 미혼이고 학생인 걸요.
정말 아이를 가진 분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는 없겠죠.
내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때,
그래도 남들이 다 같이 가는 길로 가는 게 그야말로 '무난'한 법인데,
언젠가는 '더러운 바깥 세상'에 나와 살아야 할 아이인데,
서당에 들여다 보내는 건
보통 결정이 아니겠죠.
그래도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꼭 회인서당에서 크게 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6-7년 정도는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밖에서 학교 다니면서
뭐 그렇게 소중하고 보물같은 것들을 배우는 것도 아니고
뭐 그렇게 재미나고 신나게 살아가는 것만도 아니고
정서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사는 것도 아니고
제 앞가림 잘 하도록 크는 것도 아닌데......
* 아침에 깨면 일찍 일어난 사람들이 강당에서 성독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논어, 맹자 같은 옛 글에 음조를 붙여 성독하는 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 그 소리를 들으며 눈을 뜨면 나도 모르게 '감사합니다' 소리가 나옵니다.
나는 지금 맹자를 읽고 있어요.
한 자 한 자, 차분차분히 자전을 뒤지고 본문을 연필로 한 번 펜으로 한 번 써 보며 문장을 스스로 파악합니다. 펜으로 쓴 종이와 책을 들고 훈장님과의 1대1 수업에 들어갑니다. 훈장님은 짧은 대나무 막대로 책을 짚어주시며 수업을 해 주시고, 나는 들으면서 내가 펜으로 쓴 종이에 훈장님이 불러주시는 토도 달고 해석이 안 되던 부분이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의 설명도 씁니다. 그러고 나오면 나도 성독으로 복습을 합니다. 글 내용도 좋고, 훈장님의 수업도 좋고, 훈장님의 성독을 듣는 것도 좋고, 내 나름으로 성독하는 것도 좋습니다. 행복합니다.
* 서당에 중앙일보에서 취재하러 왔다 갔습니다.
낼모레 월요일에 날 예정이라네요.
어떻게 날지,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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