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의 아니게 -_-;; '다크나이트'를 보게 됐다. 배트맨 시리즈를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제목도 다크하더니 배트맨 시리즈 치고도 영화가 많이 다크 하더라. 두 시간 반이나 되는 영화를 보고 나와서, 자꾸 다크한 쪽으로 흘러가려는 의식을 가다듬느라 애를 써야 했다. 어둡고 무서운 영화 안 본지 꽤 됐고, 기분나빠지기 싫어서 뉴스도 일부러 안 보고 사는데, 다크한 에너지를 두 시간 반동안이나 전면적으로, 큰 화면에 크고 좋은 스피커로 흡수했으니... 사실 다크하고 무서운 영화들이 더 매력적으로 포장하고 더 사람 궁금하게 만든다. 다크나이트 시작하기 전에 '20세기 소년' 예고편이 나왔는데, 저것도 보러가야지 했다가 어젯밤에 잠들면서 맘 바꿨다.
* 배트맨은 '정의를 위해', '불의'에 맞섰다.
글쎄, 그 첫 의도는 좋은 것이었는지 모르겠으나
그의 초점은 '불의', '범죄', '악'에 있었고
거기에 '대항'하여 자신이 더 강한 물리력으로 맞섰다.
그 또한 적법한 절차와 적합한 자격을 갖추지 않고 자기 맘대로 활동했다.
그 결과 그는 '정의를 위해' 싸우는 자신으로 인해 더큰 범죄와 혼란이 생겨나게 했으며
그 자신도 경찰의 추격대상이 되었고
White knight는 죽어도 될 수 없었다.
* 'The Secret'에 나오는 바,
인도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셨던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나는 반전운동에는 안 나갈 겁니다. 평화 집회가 열린다면 초대해 주세요."라고 하셨단다.
* 배트맨 시리즈의 배경 도시인 '고담'은
'고모라'와 '소돔'이라는 성경 속의 타락한 도시 이름을 합쳐 만들었단다.
성경(창세기)에,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는 일에 대해,
하느님과 의인 아브라함은 이런 대화를 나눈다.
23 아브라함이 다가서서 말씀드렸다. “진정 의인을 죄인과 함께 쓸어버리시렵니까?
24 혹시 그 성읍 안에 의인이 쉰 명 있다면, 그래도 쓸어버리시렵니까? 그 안에 있는 의인 쉰 명 때문에라도 그곳을 용서하지 않으시렵니까?
25 의인을 죄인과 함께 죽이시어 의인이나 죄인이나 똑같이 되게 하시는 것, 그런 일은 당신께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런 일은 당신께 어울리지 않습니다. 온 세상의 심판자께서는 공정을 실천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26 그러자 주님께서 대답하셨다. “소돔 성읍 안에서 내가 의인 쉰 명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들을 보아서 그곳 전체를 용서해 주겠다.”
......
32 그가 말씀드렸다. “제가 다시 한 번 아뢴다고 주님께서는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혹시 그곳에서 열 명을 찾을 수 있다면......?” 그러자 그분께서 대답하셨다. “그 열 명을 보아서라도 내가 파멸시키지 않겠다.”
하느님의 초점도, 아브라함의 초점도 '의인'에 있었다.
결국 소돔과 고모라는 심판을 받고 멸망했지만,
적어도 그 곳에 사는 다섯 명도 안 되는 의인들은 화를 면했다.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우던 '다크 나이트'의 '의인'들은?
* 흠,
어두운 것도
무서운 것도
나쁜 것도,
여러가지 방식이 있는데
'다크 나이트'는 그 등장인물들처럼 참 사악하게 어둡고 무섭고 나쁜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일종의 성공이라면 성공일 것이다.
'어둠', '나쁨', '공포'의 퀄리티가 정말 높다.
영화의 완성도도 높고
극중에서 조커가 '사회심리학적 실험을 하자'고 말하기도 했지만
시나리오 작업을 정말 심리학적으로 정교하게 했다고 느꼈다.
그래서 영화의 후폭풍도 강한 것 같고...
이렇게 어두운 에너지를, 고품질로 담은 영화는 앞으로 웬만하면 안 보고 싶다.
20세기 소년을 안 보기로 결심한 이유도 그거다.
일본 사람들 영화 잘 만든다.
그에 반해 한국 영화 치고
공포, 스릴러, 이런 거 정교하게 잘 만든 경우 잘 없다.
이리저리 스토리도 튀고, 앞뒤도 안 맞고,
'잘 나가다 삼천포'라고, 처음부터 끝까지 정교하게 다크하지 못하고 꼭 착한 메시지로 돌아가려 한다.
상당부분은, 체계없는 제작환경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상당부분은, 어떤 집단적인 기질,
소위 말해 민족성이나 국민성이라고 불리는 것과 관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겁이 많은 나로서는 '끝까지 다크한 것을 못 견뎌'하는 사람들의 집단에 속한다는 것이
다행하게 느껴진다.
* 이제는 마음을 버렸기에 쉽게 얘기할 수 있는데,
나는 소설가가 몹시 되고 싶었다.
소설가로 데뷔하기 위해 습작을 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도 가끔 '이런 소설 어떨까'라는 생각을 짧게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제 나는 직업적인 소설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다.
책을 쓰겠다는 생각은 여전히 한다.
그것도 아주 엄청 큰 베스트셀러를 만들 것이다.
나 자신이 사랑과 평화와 행복과 기쁨과 건강하고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차서
그러한 글을 쓰고 그러한 책을 써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가치로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료실에서는 한 사람씩 환자를 만나 한 사람씩만 변화시킬 수 있지만
책을 잘 쓰면 한꺼번에 수억명도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책은 픽션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난 내가 소설가가 안 되어도 된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소설가가 되면 나는 '지금 여기'에만 살 수는 없을 것이고 '나'로서만 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소설을 이야기이므로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내가 초점을 맞추는 부분만 쓸 수는 없을 것이고
그러면 나는 내가 원하지 않는 에너지의 장을 오가면서 내 삶을 흔들어야 할 것이다.
나는 이제 그런 힘든 작업을 직업적으로 해야 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게 됐으니
정말 감사하다.
두시간 반짜리 영화 하나 보고 이리 힘이든데
몇 달씩 몇 년씩도 걸릴 수 있는 소설쓰기란...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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