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aus kommt heraus

* 드디어 중간고사가 한 과목 남았습니다.
간단하게 '한 과목'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는 과목이지만
그래도 주말을 끼고 공부할 수 있고
한 과목밖에 안 남았다는 게
마음을 참 편안하게 합니다.
heraus 수고했어.
정말 존경스러워.
그 엄청난 공부량과 엄청난 압박을 다 견뎌낸 거야!!
게다가 작년까지는 시험 때면 엄청나게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면서
자꾸 지인들에게 전화걸어 장시간 통화하고,
블로그에 정말 영양가 없는 글 쓰면서 불안을 회피하는 데 시간을 많이 썼는데
이번엔 전혀 그러지 않았구나!
정말 대단해. 엄청난 발전이야!
발전하고 있다는 건 참 아름다운 일이잖아? ^^
게다가 시험도 대체로 작년보다 훨씬 잘 봤어.
잘 했어 heraus!!

* 그러니 이제 이런 재미있는 문답에 잠시 눈을 돌려도 괜찮을 것 같다.
음, 이 설문의 마지막 항목은 다음 바톤을 받을 5사람인데
나한테 바톤을 준 사람은 없다. -_-;;
그냥 너무 심심하고 놀고 싶어서
스스로 바톤 뺏어왔다.

1. 술을 처음 마셔 본 게 언제인가요?

고2 때일 걸... 우리반 여자애들 몇 명하고 저녁식사시간에 나가서
이른 저녁에 야자하는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돈까스 등등을 팔지만 본업은 호프집인 곳에서
저녁 먹으면서 맥주를 몰래 마셨었다. ㅋㅋ
(지금 생각하니 그 호프집 주인, 무서운 양반이구만...)
흠흠.
술 마시고 무슨 비행을 저지른 건 아니고
그 길로 야자 들어가서 열심히 공부했을 거다.
음, 아닌가?
야자를 들어간 건 확실한데,
열심히?
... 아님 말구. ㅋ

2. 처음 술을 마셨을 때의 감상은?

얼마나 마셨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마셔봤자 얼마 안 마셨을 거다.
근데도 어질어질했었다. 그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기억.
같이 마신 친구는 중학교 때부터 가끔씩 부모님과 함께 술을 마시던 아이였다.
그래서 의연했다.
무엇보다도, 이미 부모님이 공인했고, 경험이 많았으므로,
음주사실 자체에 흥분하지도 않았고, 전혀 어지럽거나 그런 문제를 겪지도 않았고
오로지 조용히 마시고 조용히 야자 들어가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근데 난 좀 알딸딸하고, 바닥은 울렁거리고, 그래서 마구 떠벌떠벌 떠들면서 학교 앞 언덕길을 올랐다.
선생님한테 술마신 걸 들킬까 봐 친구가 나를 막 꾸짖었다. -_-;;;

뭐 어찌됐든, 그 때로선 일탈의 재미가 있었다. ㅋ
나중에 자식 낳으면 나 몰래 그러지 않도록 열다섯에 내가 먼저 먹여야겠다. -_-;;

3. 현재 주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내가 주당이었던 시절은 딱 1년이다.
스무살 때 대학 1학년 시절에, 그 땐 술 좀 마셨었다.
뭐든지 지기 싫어 불타오르던 시절이었고
출석률에서도, 주량에서도, 귀가시간에서도 지기 싫었다.
열심히 마시다 보니 주량도 따라 주었던 것 같다.
소주 한 병 하고 한두 잔 정도 마시면 알딸딸하니 기분좋게 헤롱헤롱했던 것 같다.
음, 원샷으로는 소주 한 병을 사발에 담아 원샷해 봤는데
(이른바 '사발식' 되겠다..)
뭐 우웩도 하고, 동기를 선배로 착각하기도 하고 했지만 필름은 안 끊겼다.

근데 딱 1년이었다.
그 후론 술을 그렇게 마실 수가 없더라.
워낙에 체질에 술이 잘 안 받는 편인 것 같다.
게다가 솔직히 술맛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소주나 양주 같은 건 특히... 왜 마시는지 정말 모르겠다.
사실은 소주 한 병 가뿐히 마시던 시절에도 정말 맛없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술을 거의 안 마시기 때문에 주량이고 뭐고 논하는 게 별 의미 없다.
누군가가 옆에서 술을 마시는데 향좋고 맛 좋은 술이면 가끔씩 홀짝홀짝 맛만 보듯이 마신다.
맥주...도 아주 가끔은 마신다.
술을 안 먹다 보니 아주 경제적으로 취할 수 있는 재주가 생겨서
맥주를 종이컵에 한두 잔만 마셔도 오르기 시작한다.
근데 뭐, '취했다' 할 만큼까지 마시지는 않으므로 주량의 한계는 잘 모르겠다.



4. 자주 마시는 술의 종류는 무엇인가요?

칠성주, 코카주, 펲시주...
-_-;;
그러니까, 요즘은 술자리에도 잘 안 가지만 가도 나는 탄산음료로 대신한다.
그러고도 남들하고 똑같이 취할 수 있다.
(말했지만, 술을 안 마시다 보면 아주 경제적으로 취할 수 있는 재주가 생긴다.)
이런 거 말고 진짜 알콜이 들어간 술로는
맥주랑 와인.
그 외 향 좋고 맛 좋은 술은 조금씩 먹기도 한다.
이 때 향 좋은 술이란.. 술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향과는 다르다.
그니까 향 좋은 위스키 이런 건 나한테 의미 없고
과일향이 난다든가 하는 식으로
술 같지 않은 술을 말하는 거다.



5.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의 술버릇은?

글쎄 뭐... 말이 좀 많아지나?
말은 술 안 마시고도 많지만...

살짝 나사가 풀어지고 방방 뜨는 거?
뭐 심하지는 않고... 알콜 없이도 나사는 가끔 풀어지는데...

한 2년 전, 술을 사실상 끊기 직전에는 (그 때라고 '자주' 마시지는 않았지만..)
취하면 누군가에게 전화걸어서 '나 술 마셨다. 나 웃기지?' 이런 말을 반복적으로 했었다. -_-;;;
마음 한 켠에 술취한 내가 우습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웃기는 놈이 아니야. 나는 내 상황을 똑바로 인식하고 통제하고 있어.'
라고 주장하고 싶었던가 보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더 웃긴다.



6. 주위 사람들은 당신의 술버릇을 뭐라고 하던가요?

머, 내 '술버릇'을 봤달 사람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 -_-;;;

다만 한의대 들어온 직후에 나는 오후불식 수행 중이었고
그래서 처음 들어온 학교에서 사람들을 사귀기 위해
이런저런 모임들에 자꾸 참가하면서도
티백을 들고 가서 맥주 색깔 녹차를 우려먹곤 했는데
어떤 동기 오빠가 어느날 내 잔의 액체가 맥주가 아니라 녹차임을 알고
그것도 내가 첨부터 술이라곤 한 모금도 안 마시고
줄곧 물이랑 녹차만 마시고도 그렇게 밤새도록 -_-;; 그렇게 즐겁게 헤롱거렸다는 걸 알고
엄청난 배신감을 토로한 적은 있다.
으하하.



7. 가장 인상에 남았던 술자리에 대해 말해 주세요.

흠... 인상에 남았던 술자리라.

딱히 좋은 방향으로 인상에 남은 술자리는 별로 없는 듯하다.
다만

옛날 대학 시절, 대학신문 기자로 활동할 때
신문사 술자리에서는 늘 말잔치가 길었다.
삼삼오오 자리에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했지만
한 사람씩 일어나서 이런저런 발언들을 돌아가면서 할 때도 많았고
나는 그 술자리 문화가 참 좋았었다.

신문사를 나오고 난 후론 그런 술자리가 없었고
사람들끼리 심도깊은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술이 술을 먹는 게임(더 께임 오브 데쓰 라든가...)이나 하고,
서로 먹이고 먹고 취하고 보내고 그러는 데에 목숨거는 것 같은
그런 술자리가 참 싫고 적응이 안 됐었다.
흠.

뭐, 경험이 그래서 그런가
이제는 술자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술을 마셔야만 친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별로 안 좋아한다.
(경험적으로, 그런 사람들하고는 꼭 술자리에서 뭔 일이 생겨 생겨 틀어졌다.)

술이 윤활유가 되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좋은 매개체가 되기도 하는 게 사실이지만
꼭 술이어야만 하고,
또 술을 같이 마셨다 하면 무조건 친해졌다 생각하는 사람은
참 별로다.
(이런 사람 있다.
나는 술자리에서 저땜에 기분나빴는데
저는 이제 막해도 될 만큼 친해졌다 생각하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오로지 술이어야 하고, 술이면 반드시 그런 사람이 싫다는 거지
술 좋아하는 사람이 싫다는 거 아니다.
내가 이 설문의 바톤을 뺏어 온 사람♡도 술 좋아하고 ^^
우리 오빠♡도 술 좋아하고
우리 아빠♡도 술 좋아하셨다. ^^
울 작은아빠♡도 술 좋아하신다. ^^

그러나 다른 사람과 친해지거나 속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반드시 술이 있어야만 하고
술 없이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면
그것도 일종의 (정신적) 알코올 의존이라고 생각한다.



8. 어떤 때 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뭐, 나처럼 결론적으로 술을 안 좋아하게 된다고 해도
종교적 신념에 어긋나지 않는 이상
성인 초기에 술은 좀 마셔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술은 이 세상에서 꽤나 많은 일들을 벌이는 놈이고 ^^
그런 걸 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술 자체를 마셔볼 필요도 있고
술자리에 있어볼 필요도 있는 것 같다.

흠. 그리고.
쓰디 쓴 사랑이 끝났을 때는
그 사랑보다 더 쓴 만취상태를 한 번은 통과해야지. ㅋ

그리고 때로는 한의학적으로 술이 필요하다. ^^



9. 어떤 술자리를 좋아하나요?.

위에서도 말했지만 신문사 술자리를 좋아했었다.
신문사 술자리의 특징은 뭐였냐면
술값 걱정 없고
귀가 걱정 없고
말 잔치(좋은 의미에서)였다.
술을 꽤나 많이 마시기는 했지만
술이 술을 먹도록 마시지 않았고
술보다 말의 도수가 더 높았고
술보다 사람의 향이 진했다.
그 때야 서로들 피끓는 시절에 피 튀기고 침 튀기며 같이 일하던 사이라 그랬고
이젠 그 때 그 사람들을 똑같이 모아놓고 신문을 만들라고 해도 그렇겐 안 하겠지만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심도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술자리면
좋다고 생각한다. ^^



10. 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나요?

지금까지의 대답들을 보면 충분히 알겠지만,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술을 떠나서 함께 할 만한 사람과 함께라면
술을 마셔도 좋다.

그리고 항상 그런 건 아니라도
때때로 술이 필요하기도 하고
좋아지기도 한다.


11. 애주가가 될 의향이 있나요?

없음.
애주가가 되기엔 술은 내게 너무 헤비 하다.

12. 술을 같이 자주 마시는, 또 마시고 싶은 5명에게 바톤을 돌려 주세요.

흠흠. 뭐 술을 같이 자주 마시는 사람은없고. -_-;
울 오빠 hanti님
pearl, 혹시 논문 쓰다 이 설문에 답하고 싶을 만큼 심심해지는 순간이 온다면. ^^
피터팬님, 혹시 적절한 시기에 내 블로그에 와서 이 글을 발견하신다면.
그 외에 내 블로그에 오셨는데 심심하신 분들
알아서 바톤 뻇어가셈~!
(서당 들어갔던 이후로 블로그가 넘 한산해 져서..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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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acked from 일편단심 2.0 2008/11/04 10:17 삭제

    Subject: 술 문답

    1. 술을 처음 마셔 본 게 언제인가요? 처음 (어른 몰래) 술을 마셔본 것은 국민학교 5학년 때. 학교에서 1박2일로 수련회인가를 가는데 친구 한명이랑 작당해서 맥주캔 한병씩 사다가 선생님에...
  1. BlogIcon 아트걸 2008/10/24 23:48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바톤 뺏긴 사람 덕분에 잘 보고 갑니다. 흐흐...
    제가 애주가가 된 이유는, 술을 폭음하지 않는 선배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 듯. 대학신문 술자리에 대한 추억은 완전100% 공감일 수밖에 없고요~
    저의 경우는 신문사 나간 이후에 술자리를 자주 가진 다른 선배들도 워낙 제대로(막 마시지 않고) 술을 즐기던 분들이신지라....술의 우아함을 잘 배웠달까요..^^;

    • BlogIcon Heraus 2008/10/27 22:13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흐흐. 팔자여. 난 신문사 나오고 나서 바로 술자리란 대학신문 같은 특별난 동네에서나 그런 거다, 라고 결론내려버렸는데, 자기는 그 후에도 즐거운 술자리의 추억과 경험이 쌓이고 결국 애주가로 남았잖우. ㅋ

      어쩜 이런 차이일 수도 있을 것 같아. 나는 체질적으로 술이 잘 안 받는 편이라 자발적으로 친한 사람들 만나서 '우리가 만나서 즐겁게 노는데 뭐하고 놀까? 오라, 술이 좋겠다' 이런 식으로 마신 적은 별로 없고 주로 단체로 술마시는 자리에 수동적으로 나갔거든. 근데 단체로 술마시면서 대학신문사처럼 노는 데는 대학신문사 말고는 드물잖우. -_-;;; 그에 반해 사람들이랑 즐겁게 놀자고 자발적으로 술자리를 만들거나 이끌었던 자기는 유쾌한 술 경험을 많이 쌓았고, 그래서 더욱 애주가가 된 것이 아닐까. ㅋ

      아무튼, 언젠가 자기랑 와인 한 잔 기울이게 된다면 참 좋겠다는 소망이 있는데, 자기가 둘째 수유 끝내고 나면 아마 내가 기나긴 금주의 터널에 막 들어간 시기가 아닐까 하오. ㅋㅋ 이래저래 자기와 나의 음주인생은 영 딴판으로 흘러가겠군요.

  2. BlogIcon hanti 2008/10/25 11:28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신문사 술자리를 내가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너의 얘기 듣는것 만으로도 무척 즐겁고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

    남은 시험도 잘 보셈.

  3. 대한이/ 2008/10/26 22:00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수능이 코앞이네요 -_-;; 후덜덜 저도 수능끝나고 술을잘못마시지만
    성당친한형누나들과 마셔야겠네요.. 제가 자주먹는 술이름이 칠성주였구나....ㅋ
    처음 알았네요 ㅋㅋㅋ

  4. BlogIcon Peterpan군 2009/02/03 23:51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이제서야 바톤 받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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