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aus kommt heraus

* 선종善終
세례를 받고 大罪가 없는 상황에서 맞은 죽음이란다.
엄마가 평화방송에서 보셨다고 하심.

처음 알았다.
주보에 가끔 실리는 신부님들 선종 소식은 봤지만
늘 한글로 봤으니 한자가 뭔지도 몰랐고
알았다 한들 속뜻이 뭔가는 누가 말 안 해 주면 몰랐을 터.
추기경님 돌아가시고
서울대교구 공식발표가 '선종'으로 나서 신문기자들도 '선종'이라 하니 일반인들이 궁금해했고
그래서 평화방송에서도 방송에서 그 애길 했던 모냥.

* 연도
꽥. 이건 한자 찾으라고 하지 마셈.
연옥의 연자, 기도의 도자일 것임.
(자세히 묻지 마셈)
한국 천주교에서 죽은 사람을 위해 행하는 기도.
시편의 구절에서 따온 부분이 많고,
여러 이름으로 하느님을 부르며 죽은 이에게 하느님의 자비가 있기를 청하기도 하고
성모마리아를 비롯한 여러 성인들을 호칭하면서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하기를 청하기도 하는 기도문인데
미, 라, 도를 기본으로 한 전통적인 음계의 곡조를 붙여서 하는 게 보통이다.
그 소리가 꼭 상여소리나 곡소리같이 들린다.

바티칸 차원에서 만든 기도문은 아니라고 한다.
아마도
돌아가신 날로부터 여러날 연속해서 조문을 받다가 장례식을 하는
한국의 장례 문화에 맞춰 만든 것이 아닐까라고 혼자 추측.
(자세히 묻지 마셈)
다른 나라에선 주로 묵주기도를 많이 바친다는 것 같다.
(이것도 자세히 묻지 마셈)

성당에선 자기 성당에 적을 둔 교우가 돌아가시면
팀을 짜서 팀별로 돌아가며 빈소에 조문하고 연도를 바쳐준다.
상황이 좋은 경우에는 거의 낮시간동안 끊이지 않고 연도가 이어지도록...
이렇게 끊임없이 곁을 지키며 끊임없이 기도해 주는 모습에 감동해
가톨릭에 입교하셨다는 케이스도 봤다...
반면 돌아가신 분이 신자고 상주는 신자가 아닌데
끝도없이 밀려와서 구성진 기도소리를 내는 게 부담스러워
상주가 연도팀을 돌려보낸 케이스도 봤다...

가톨릭은 오랜 세월동안 잘 다듬어진 전례형식을 가진 종교이다.
관혼상제의 의식이 모두 교회식의 전례양식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신앙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연도도 아주 중요한 기도로 다루어지고
성당별로, 혹은 성당내 구역별로, 연도 경연대회를 열기도 한다.

근데 나는 이 기도를 아주 싫어한다.
이 기도만 들으면 나는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로 되돌아가는 느낌이 나서
싫다.
연도 안 한다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안 돌아가신 거 되나, 그건 물론 아닌데
구성진 연도 가락을 들으면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의 끔찍한 느낌 느낌들이 살아 올라오는 것 같다.
이젠 돌아가신지도 꽤 되었고
이 상태에서 적응도 했고 성장도 했는데
그런 걸 싹 다 無로 돌리고 14년 전으로 돌아가 버리는 느낌.
그래서 싫다.
물론 누구 실제로 돌아가셨을 때 실제로 빈소에 가면 나도 같이 기도하지만
(어차피 초상집 가면 이미 어느정도 14년전으로 돌아가버리므로 연도한다고 더나빠질 건 없다.)
아무튼 싫다.

그래서 이번에 추기경님 돌아가시고도 연도는 참석 안 했다.
평화방송에서 중계해 주는 것도 안 보고 방에 들어가버렸고
(장례미사는 재방송으로 봤다..)
대전교구에서 하는 것도 미사만 가고 연도는 안 했다.

* 나는 죽음이 두렵다.

그래 뭐, 가톨릭 신자라고 나발불고 다니고
'죽음의 그늘진 골짜기 간다 해도 주님 함께 계시면 두려울 것 없어라'
노래도 부르고 다니지만

솔직히 두렵다.

근데 내 죽음도 두렵지만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이 죽을 것이 두렵다.
주변 사람들이 죽어서
장례를 치르고, 손님들을 치르고, 내 슬픔과 외로움을 치르고, '님의 부재'에 적응하고...
그 끔찍한 과정들을 겪고 또 겪을 것들을 생각하면 두렵다.
어릴 땐 사실 그래서 결혼하기 싫었다.
결혼하면 죽을 사람들이 두 배가 되니까. -_-;;;

이번에 추기경님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바라보면서
가슴아프고 슬픈 한 켠으로
진정으로, 죽음이 희망이 됨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평화방송 카메라 앞에서 천진한 표정으로
'추기경님이 저 위에 계시다는 것이 희망이다. 추기경님 진심으로 축하해요'
하시는 어떤 신부님,
우리 이제 어떡해 하는 무너지는 마음 옆으로 추기경님께는 참 잘 되었다 하고 고개를 들던 마음
그리고 추기경님을 추모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던
어떤 감사하고 은혜로운 느낌들.

그래서 참 감사하다.
하느님께, 또 추기경님께.


* 때마침 연아의 쇼트 프로그램은 '죽음의 무도'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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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영란 2009/02/22 13:09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내 주변 사람들이 죽을 것이 두렵다 <- 저 이것 때문에 많이 울었어요. 지금은 덜해졌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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