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aus kommt heraus

독일어 번역일이 또 오랜만에 들어왔다.
잡지일이고, 그 잡지에서 독일어 잡지 '발레탄츠'의 기사번역은 나에게 전담시키고 있으니
잡지가 정상발간된다면 고정적인 일감이 될만도 한데,
잡지 사정이 그닥 좋은 편은 아니라 그런지 발간간격이 들쭉날쭉이다.
그래도 오면 감사하다.
고정적인 수입원이 되진 못하지만
쪼들릴 때 생각지도 못한 구원이 되기는 한다.

문득,
이렇게 공부 오래 하게 될 거라서
그 와중에 용돈 몇 푼이라도 벌라고
미리 독일어를 준비시키신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얼토당토 않은 비율이지만
(독일어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 이걸로 버는 돈의 비율, 독일어도 한창 최전성기 때는 못써먹고 이제 많이 까먹고 딴 판에 들어와 있는 마당에 번역하느라 들이는 노력과 일의 결과 수입간의 부조화 등등...)
잠시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사실이건 아니건
이렇게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에는 좋은 거다.
그럼 됐지 뭐.

또..
번역하면서
이런 생각도 한다.
내 독일어가 지금 뭐 엄청난-_-;; 수준이라
번역 속도 매우 느리다.
사전도 상당히 자주 찾는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이 번역을
독일어 실력으로 한다기보다는
국어실력으로 한다.
이 잡지 첫 호에선
독일어 번역을 여러 사람에게 맡겼는데
2호 3호에선 나한테만 맡긴 걸 보면
내 번역이 편집자의 마음에 들었다는 거고
다시 말하면 어떤 식으로든 '인정'받았다는 건데
그건 독일어실력 때문은 아닐 거다.
그 사람들이 번역하는 데 지키고 서서
사전을 얼마나 찾는지, 실제 번역에 걸리는 시간이 얼만지
체크한 건 아니니까.
번역문의 품질이
게재하기에 흡족했으니까 내게 맡긴 거겠지.
그러니 소설가가 되고 싶어 고뇌했던 시간이나
신문 만든다고 일주일이면 반은 집에도 안 들어가고 살았던 시간도
아주 헛되지만은 아닌 거다.
역시 비율상의 문제는 언급하지 말자.

그냥,
무조건 감사한다.
내가 번역이라는 완전히 지식적인 노동을 수행할 수 있는 지식과 지능을 가졌으며
또 번역의 육체적인 부분인 사전찾기, 인터넷, 타자치기 등을 할 수 있는 신체를 가졌으며
영영 실용적으로 써먹을 일은 없을 줄 알았던 독일어로 무려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다 감사하다.
일종의 글쓰기 노동으로 돈을 받고 있다는 것도 감사하고.
내가 승냥이가 된 것도 작년 초 이 잡지 번역(아이스댄싱)을 하면서였으니 그것도 감사하고.
감사, 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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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suwish 2009/03/16 23:10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뭔가 여러가지로 공감 느끼게 되네..^^
    바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한가해져 버렸어..
    주말에 내려갈까? 시간 있음 같이 계룡산에나 오르자~

  2. pearl 2009/03/17 13:26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멋져~나는 독일어를 오래 안 써서 이제는 완전히 가물가물 거려. 안정은 선생님께서 "시집가서도 늙어서도 잊지 말라"고 당부하셨던 "der des dem den ..." 만 기억나는 수준이 되어버렸어. ㅎㅎㅎ 미국 친구들이 "너 독일 살다 온 거 맞어?" 이런다니까. 아무리 어린 시절 배워서 오래 써먹은 언어도 안 쓰면 이렇게 깡그리 잊게 되나봐. 슬프다. 독일어 번역하는 너를 보니 왕 부러움!!

    • BlogIcon Heraus 2009/03/17 22:54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헉. 주현아, 너도 나만큼 사전을 찾으면서 번역하면 충분히 번역할 거야. 나 진짜 중1짜리 애가 '성문 종합 영어'를 독학하는 것처럼 사전을 끼고 보며 번역하는 수준. ㅋㅋ 글구 난 영어도 왕창 까먹었고 중국어도 잘 못한단당... 난 네가 부러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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