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aus kommt heraus

*정말 토나오게 많은 양의 학습자료를 뿌려주고 그걸 다 그대로 사실상 백지에 가까운 시험지 수십장으로 출제하시는 분의 수업 녹음을 다시 듣다가, 토할 것 같아서... 잠시 멈추고 딴짓 중인데, 딴짓이 길어진다. 이 분 수업을 복습하다 보면 이렇게 된다. 결혼하는 사람들이 몰랐으니까 한 번은 했지 또 하라면 못한다나 어쨌다나 하는 소리 가끔 들었는데, 이 분의 수업을 복습하다 보면 꼭 그렇다. 처음에 한 번은 한다. 그러나 하다가 토하는 순간이 오고, 한 번 토하고 나면 다시 토할 생각에 선뜻 다시 시작할 수가 없다. 그래서 여럿이 나눠서 하고 모여서 스터디를 해야 한다. 다행히 그렇게 할 친구들이 있다. 어찌나 감사한지. 감사한 건 감사한 거고, 토할 건 토해야 하기에 여기다 이렇게 잡설을 토한다.



* 이사하면서 피아노를 팔았다.
여섯 살 때, 너무나 어이없도록 쉽게 가졌던 피아노.
오십만원 쳐 주더라.
스물한 살에 어렵사리 마련했던,
이제는 한의사 될 생각하면 다시 배우기 곤란한 바욜린은
오만원 쳐 주더라.
합쳐서 오십오만원,
어디 썼달 것도 없이 스물스물 다 나갔다.
언제나 돈 들 일은 많으니까.
게다가 이사를 했고.

나는 내 딸에게 너무 쉽게 피아노를 사주지 말아야지.
지가 배우겠다고 나설 때까지 레슨을 시키지도 말아야지.

그래도 집안에 악기가 하나도 없는 상황은 뭔가 맘에 들지 않아서
실로폰을 사려고 알아봤다.
뭐 교재용 실로폰은 만원 남짓이면 사는 거고...
흠흠.
'전문가용 실로폰'이라고 할 만한
마림바라는 악기에 눈독 들이고 있다.
물론 그 악기 제일 싼 국산악기도 수십만원 하는 거기에
쉽게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졸업할 때까지는.
흠, 하지만 언젠가는 집에 마림바를 들여놓기를 꿈꾸고 있다.
흐흐.
정말 즐거울 것 같다.



* 과외를 잘렸다.
당장 나갈 돈이 줄줄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달 과외비가 안 들어오게 되니 당황스럽긴 했지만

한편으론 감사하다.
사실 나 요즘 과외하면서 양심이 별로 즐겁지 않았다.
애들을 가르치면서
아무 생각없이
과외 선생에게 요구되는 역할에 충실하여
학습지도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아.
하지만 난 그렇지 않은 걸.
애 공부시키는 건 사실 중요한 일이 아닌데,
그보다 먼저 돼야 할 것은 따로 있는데,
그런 생각이 가득한 판에
제자녀석은 공부하기 싫어서 매일매일 징징징 몸을 베베 틀고...

물론 경제적인 문제는 중요해서
처음 잘림을 통보받고서는 휘청, 하면서
얼른 과외 다시 구할 궁리를 했는데
다시는 과외 안 하기로 맘 먹었다.
그리고 그래도 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
아주 대놓고 기도한다. '하느님 돈 주세요.'

하늘에서 돈이 쏟아지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으로 벌어야 할 텐데
어디서 번역이나 글 쓰는 일이 들어와도 도움이 되겠고...
나도 약을 만들어 팔아볼까 싶기도 하다.
뭐, 능력이 된다면, 되겠지.
쨌든 몇 달은 어쩔 수 없이 또 엄마께 빌붙는 거다.
내 인생 그렇지 뭐. 부끄러워도 그 수밖에 없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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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랑랑 2009/06/08 13:10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부끄럽긴요. 생활 보호 대상자로 유년기를 보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보다 더 안타까웠던 건요
    제가 저의 가난을 부끄러워 했었다는 거에요.
    전혀 그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전 ^^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니까.

    • BlogIcon Heraus 2009/06/08 14:10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하지만 나이 서른이 넘어서
      엄마 돈으로 산다는 건
      부끄러운 게 맞는 것 같아. ㅋ
      전엔 그래서 나를 미워했는데
      이젠 부끄러워도 나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게 됐어.
      어쩔 수 없잖아.
      밉다고 학교 때려치고 직업전선으로 나설 것도 아니고
      맘 불편해 한다고 엄마돈 안 쓰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맘이라도 편해야지. ^^

      정말,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지.
      그래서, 또 있는 때를 기다리려고. ^^

  2. pearl 2009/06/10 08:43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나이 서른 넘어 엄마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건 행복한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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