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aus kommt heraus

어느 피겨팬 블로그에서
미쉘 콴 1999년 미국 내셔널 SP '카르멘'을 보다가
살짝 전율 한 번 해 주고

문득, 연아가 이번 시즌에 카르멘 들고 나오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시즌에 연아가 했던 말들을 종합해 볼 때...

클래식 음악이 편하다고 했고
누구라도 들으면 바로 알 만한 유명한 음악이 좋다고 했고
올림픽 시즌을 앞두고 자기에게 잘 맞는 스타일 - 강렬한 스타일을 찾아내서 좋다고 했다.

카르멘이라면 세 가지 조건에 다 맞지 않는가.
카타리나 비트, 미쉘 콴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뿐만 아니라
여러 피겨 선수들이 이미 여러 번 사용한 적 있어 유명하고
강렬한
클래식 음악.

연아가 카르멘에 맞춰 스케이트를 탄다면
정말 멋질 텐데.
카타리나 비트, 미쉘콴 같은 과거의 '레전드'들이 다 무색해질 텐데.
흠.
가을이면 알게 되겠지.
혹시라도 연아가 정말 카르멘을 들고 온다면
종로에 천막 하나 쳐야겠다. ㅋ

아무튼.
1999년의 콴은
선머슴같은 숏컷 머리였는데
이 카르멘 동영상이
보통 유명하게 언급되는 세헤라자드나 아랑훼즈보다
훨씬 더 감동적인 연기였다.
(나한테 오는 느낌은 그랬다.)
콴의 세헤라자드나 아랑훼즈 등 유명한 동영상들을 보면서
'연아가 내 눈을 너무 높여 놔서 감동이 별로 없어.'라고 생각하곤 했는데
카르멘은 상당히 전율이 느껴졌다.
어쩌면 카르멘이라는 음악 자체랑
국제대회가 아닌 내셔널이라 더 편안하게 기량을 발휘하는 콴의 마음상태가
더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침부터 이런 글 올리는 거 보시면 짐작하시겠습니다만
기말고사가 끝났습니다.
전체재시가 아닌 개별재시들은 몇 개 더 남아있는데
저는 해당 없습니다.
이얏호~
방학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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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똑같은 블로그에서 콴 영상 몇 개 더 보다가
콴 교주 앞에서 무릎 꿇고 말았다.
괜히 '레전드'가 되는 게 아니고
괜히 '퀸'이라는 찬사를 들은 게 아니다.

기술적인 면 확실히 연아만 못하다.
예술적이고 서사적인 느낌도 연아만 못하다.

그러나
뭔가 있다.
설명할 수 없다.
연아처럼 섬세하고 애절하게 마음을 후벼파지 않지만
음악이 끝나고 약간은 심각한 느낌으로 일그러져 있는 그의 표정이 클로즈업되는 순간
내가 그에게 사로잡혀있었음을 깨닫는다.

콴은 교주 같다.

개성을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는가.
누구는 이러하고 누구는 이러하다고 말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는 100미터를 15초에 뛰고 누구는 100미터를 12초에 뛴다' 따위의 비교와는
성질이 전혀 다르다.
피겨의 매력은 이런 것이다.
세월이 지나 연아가 지금의 콴만큼 나이를 먹고
다른 피겨 스타가 나타나 많은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다.
그 때 그 선수의 팬이 누군가 올려놓은 오래된 연아의 동영상을 본다면
처음엔 나처럼 '우리 여왕만이야 하려고, 옛날 사람인데' 하고 팔짱을 끼고 보겠지만
그도 곧 깨달을 것이다.
그의 여왕과 연아를 비교한다는 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 어느 해 어느 프로그램에 대한 누구의 해설인가는 다 생략하고
내 귀에 들려온 해설자들의 말들을 살펴보면

"그녀는 몇몇 다른 선수와 같은 복잡한 combination은 없지만 상관없어요.
그녀는 whole package를 갖고 있으니까요."

(연아는 '토탈 패키지'라고 불린다.
올해 월드에서, 콴이 포함된 미국 해설진은
"연아가 안 가진 게 뭘까요? 트리플 악셀? 누가 상관이나 한답니까?"라고 말하며 웃었다.
콴과 다른 점은, 연아는 어떤 다른 선수들보다도 우수한 combination을 가졌다는 것! ^^)

"그녀가 대단한 건 메달이나 순위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녀가 얼음 위에서부터 만들어내는 느낌,
그녀의 관중들에게 주는 느낌이죠."

(관중들을 사로잡는 거라면 연아가 빠질 수 없지요!! ^^
이 역시 콴이 인정한.)



재미있다.
인간의 언어란 한계가 빤하여
비슷한 상황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찬사가 다 고만고만하게 비슷한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연아의 우상 콴이 옛날에 듣던 말들과
연아 자신이 지금 듣고 있는 말들은
비슷한 데가 있다.
아무튼 연아의 다음 시즌을 위하여,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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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엄마멘토 2009/06/30 11:21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아멘!! 정말 카르멘이어도 멋지겠네요!!

    • BlogIcon Heraus 2009/07/01 17:40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그치?
      연아의 카르멘이라면
      카타리나 비트의 전설을 무색케 하는 전설이 될 것 같은데.

      어떤 사람들은 이번 시즌 마오가 갈라로 썼던 por una caveza 가 너무 아깝다고 하던데, 사실 그렇게 말랑하니 시종 이쁜 척 웃기만 하면 그만인 음악은 연아가 쓰긴 너무 싱겁지. 탱고로 갈 거면 더 진하게 리베르탱고 쯤 가든가...

      아무튼, 아멘! ^^

    • BlogIcon Heraus 2009/07/02 23:13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오늘 알게 됐는데, 미라이 나가수 프리가 카르멘이라네. ^^

  2. 김명곤 2009/07/01 17:41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미쉘 콴, 마구마구 보고 싶어지네요. 멋진 글 잘 읽었어요. 그리고 부탁 하나 할께요. [편견타파 릴레이] 바통을 받았는데 다음 주자로 추천하고 싶어요. 허락해 주실거죠? 강요성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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