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에 오빠가 일본으로 출장간 적이 있다.
그런데 밤에 별이 대성통곡을 하면서
"진짜 왕자님 보고싶어~!"
하더란다.
당황한 올케언니가 캐물어 보니,
진짜 왕자님은 지네 아빠더란다.
그래서 일본간 아빠한테 전화를 걸어줬더니
대성통곡을 하며 진짜 왕자님 보고싶다고, 별이 선물 안 사줘도 되는데 일본 왜 갔냐고 하더라나.
긴자 거리를 걷고 있던 진짜 왕자님,
다음날 바로 키티샵에서 별이 줄 키티 배낭을 사오셨단다.
8월 초 별과 통화할 때
"별아, 진짜 왕자님이 누구야?"
"아빠."
"그럼 별이는?"
"공주님."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던 별.
그러나 8월 14일 서울 오빠집에 갔을 때는
상황이 바뀌어 있었다.
"별아, 진짜 왕자님이 누구야?"
"진기랑 아빠."
진기는 유치원 친구다. ㅋㅋ
울오빠 hanti님, 강력한 라이벌이 생기고 말았다.
이런이런. ㅋㅋ
이런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나니
'신부의 아버지'같은 영화가 나오는 게 이해가 간다.
* 유치원에는 진짜 왕자님 진기도 있고,
친구들도 있고,
선생님도 있고,
토끼도 있고,
장난감도 있고,
있고 있고 또 있지만
별에게는 관성의 법칙이 있다.
집에서 놀 때는 밖에 나가기 싫어하고
밖에서 놀면 집에 들어가기 싫어한다.
특히 오랜만에 보는 고모나 대전함머니가 집에 있으면
집에서 하는 모든 놀이가 다 동날 때까지 집에서 같이 놀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니 내가 오빠 집에서 자고 나서 아침에 별을 유치원에 보내는 임무를 맡은 날은
녹록치 않은 과정을 겪어야 한다.
7월 27일 월요일
내가 10시쯤에는 집을 나가 볼일을 봐야만 했다.
그러니 별에게 아침을 먹이자 마음이 급해 얼른 이닦이고 옷입혀 유치원에 보내고 싶은데
별은 그럴 생각이 물론 없지.
거실에 둔 어린이용 의자를 엎어서 밀면서
"고모 스케이트 놀이 하자. 고모도 얼른 타!"
그게 왜 스케이트인지는 모르겠지만 ^^
그거야 알 필요 없고,
얼굴에 화장품을 찍어바르면서 노래를 불러줬다.
"별이는 스케이트 대장~
별이는 스케이트 대장~
별이는 스케이트 대장~
아이 참 재미있다~!"
별은 생활이 뮤지컬인 아이이다.
그냥 일상적인 말들을 노래처럼 곡조를 붙여 말하기를 좋아하고
어른들이 거기 장단맞춰서 같이 노래로 말해 주면 뒤집어지게 좋아한다.
나도 가끔 별에게 그냥 할 말을 노래로 불러주는데
그러면 아주 만면에 웃음을 띄고 발까지 구르면서 좋아한다.
지난번 '비가 와도 괜찮아'도 그랬고
지난 초봄 대전에 왔던 별을 보내면서 '지효집에 가자' 노래를 해 줬을 때도
엘리베이터에서 방방뛸 정도로 좋아했다.
다른 어른들하고 같이 있으면 이게 좀 쑥스러워서 잘 안 되는데
별과 나만 있을 때는 노래도 아주 잘 나온다.
아무튼 별은 스케이트(?)를 타고
난 화장품을 찍어바르며 스케이트대장 노래를 부르다가
별의 이를 닦이기로 마음먹었다.
방법은?
별이 좋아하는 '생활의 뮤지컬'과 '역할놀이'를 섞었다.
"별이는 이닦기 대장~
별이는 이닦기 대장~
별이는 이닦기 대장~
아이 참 깨끗해~!"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조성한 후에
"우리 별이는 이를 참 잘 닦지~!
나는 이제 태희(별의 유치원 친구)야.
태희가, 별이 이 잘 닦는다고 배우러 온 거야."
라고 역할 설정.
고모(태희): 와~! 별이야! 너는 이를 참 잘 닦는다며! 어떻게 닦는 거야?
별: 이렇게~ 이렇게~ (빈 손으로 이닦는 시늉)
고모(태희): 와~ 진짜로 보여줘 봐! (아기 칫솔에 아기 치약 묻혀서 쥐어줌)
별: (매우 즐거워하며) 이렇게 이렇게 하는 거야! (이를 닦는다.)
고모(태희): 와~ 별아 이 진짜로 잘 닦는다~!!!
에러 발생.
별: 나도 태희 할래~!
삐~
당황한 고모, 별을 만류(?)하다가
치약이 맛없어 질질 흘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해서 세면대로 데려감.
반성 및 계획.
별이 '나도 태희 할래~!' 하면 '그럼 나는 별이야. 태희야~ 너도 잘 닦을 수 있어. 이렇게 이렇게 해 봐~' 해야지, 라고 결심!
그러나 다음에 같은 상황이 오지는 않는다. ㅋ
이를 닦이고 얼굴을 대강 씻어주고
(대강 씻어 보내는 게 어디여, 애도 안 낳아 본 처녀 혼자서... 직접 계란까지 삶아서 밥도 먹였는데...)
마지막 단계, 가방 매고 나가면 되는데...
별, 가방 매면 나가야 하는 걸 아니까 안 맨다.
지난번엔 통했던 것들 - 별이 가방 고모가 매고 가서 태희랑 놀까? - 이 이번엔 안 통한다.
허험....
내가 나가야 할 시간도 바짝바짝 다가오니 마음이 급해진다.
별은 계속 책을 읽고 호비 스티커를 붙이고 호비 낚시놀이를 하잔다.
책 한 번만 읽고 가자고 했는데 많이 읽고 가자고 하고
결국 참다 못한 내가 현관문을 열어젖히고 별이 가방을 들고 고모 먼저 가겠다고 했다.
별, 절규한다.
읽던 호비책 다 읽고 가잔다.
현관을 열어둔 채 신발 벗고 들어와 읽어줬다.
그랬더니 이번엔 호비 스티커를 집어들고 와서 이거 어디다 붙이는 거냔다.
호비 스티커책을 보고 붙여야 할 위치를 찾아가면서 같이 스티커를 붙였다.
아까 전반부만 읽었던 다른 호비책을 가지고 와서 후반부를 읽잔다.
그래서 끝까지 같이 읽었다.
여기까지 하고 나니 별, 이젠 정말 나갈 수밖에 없다고 체념한 듯 가방을 맨다.
다소 어색한 침묵 속에
포동한 별의 손을 잡고 유치원행.
햇볕이 쨍쨍한 날씨.
별을 즐겁게 유치원 보내고 싶어서 이렇게 저렇게 말을 붙여본다.
"저번엔 날씨가 비오려고 해서 파란 우산 들고 갔는데
오늘은 날씨가 맑네. 우산이 없어도 괜찮겠네."
별 아무 말 안 한다. 그냥 희미하게 웃는다.
"별아 달리기 할래? 우리 저기까지 달리기 할까?"
달리기를 좋아해서 집안에서도 가끔 달리기를 하고,
고모나 엄마 같은 어른들과 달리기하면서도 이를 악 물고 '별이가 일등!'을 외치고야 마는 별,
아무 반응도 안 한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지만
그것도 별 관심을 안 보인다.
우리가 가는 길에 별이 친구의 어머님 몇 분이 친구를 유치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별을 알아보고 이사를 건네셨지만 별은 대답도 않는다. (사실 별은 인사를 잘 하는 성격은 아니다..)
으흥...
그렇게 우울한(?) 가운데 유치원에 도착.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고모 다음에 또 올게~!"
인사하는 고모에게는 제대로 인사도 안 하고 유치원에 들어간 별.
내 갈 길이 있어 가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 흑.
늘 서울 오면 볼일 다 보고 밤에 들어가서
보자마자 별을 재우기 위해 애쓰고
아침에 일어나면 얼른 유치원에 떼내어버리기 위해 애쓰는 고모가 미안해서
다음번엔 시간을 내서
아침에 억지로 별을 떼어보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순수하게 별과 놀아주는 하루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8월 17일 월요일.
이 날은 기회를 잘 잡았다.
별과 일어나서 이런저런 놀이를 하다가
또 태희 역할놀이를 하면서 이를 닦였는데
이 잘 닦는다는 칭찬에 우쭐한 별,
'미피는 이를 잘 안 닦아서 벌레가 생겼다'며
미피(토끼 캐릭터) 부채를 환자삼아 치과놀이를 시작한다.
별은 의사, 나는 간호사.
어디서 보고 배웠는지 '간호사 선생!' 하고 나를 부르는 게 귀여워 죽겠다.
어쨌든 지가 병원에서 의사들이 구체적으로 뭘 하는지야 아나..
치과병원은 그림책에서만 봤지 가본 적도 없다는데.
"간호사 선생! 어떻게 할까요?"
라고 물은 것이다.
간호사(고모): 선생님! 미피는 너무 많이 아파요. 큰 병원으로 가야겠어요.
미피가 덮을 이불을 넣고(내가 에어컨 대비로 갖고 다니는 무릎담요를 가방에 넣음)
미피가 갈아입을 옷도 넣고(역시 에어컨 대비 가디건을 가방에 넣음)
자 선생님 어서 가요! (신발 신음.)
의사(별): (의심스러운 표정.)
간호사(고모): 미피야, 너는 아프니까 여기 들어가 누워있어!
(미피를 유치원 가방에 넣고 가방을 두 손에 받쳐 듬.) 선생님 어서 가요!
의사(별):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 지금 가는 거야?
간호사(고모): 네. 어서 가요! 미피가 너무 아파요!
미피(고모): 잉~잉~ 너무 아파요~!!!
간호사(고모): 미피야 조금만 참아! 선생님 어서 가요!
의사(별): (의심이 완전히 사라짐. 신발 신으며) 엘리베이터가 가버리면 어떡하지?
간호사(고모): (회심의 미소) 내가 나가서 엘리베이터 누를게!
이렇게 하여 밖으로 나왔다.
놀이 상황에서 신나게 나온 별! 나오니까 미피는 잊은 듯.
"별아 우리 저기 노란 선까지 달리기 할까? 가자~~!!!"
"별이가 1등~!!"
'별이가 1등'에 대해선 나중에 또 글을 쓸 테지만, 별은 경쟁심이 대단한 아이 같다.
고모랑 달리기 하면 진짜 사색이 돼서 목숨 걸고 뛰어서 꼭 '별이 1등!'을 해내고 만다.
물론 같이 달리는 고모는 걷는둥 뛰는둥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ㅋ
아무튼 그렇게 달리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면서 즐겁게 유치원에 도착.
유치원 선생님과도 즐겁게 인사하고
고모랑도 즐겁게 인사하고 들어갔다.
이렇게 기분좋게 유치원 들어가는 걸 보면 내 기분도 좋다.
그러나 그게 늘 그렇게 쉽게 되지만은 않지.
바로 다음날엔 조금 힘들어졌다.
다음날 18일...
내가 오전에 별 일정이 없었기 때문에
별과 조금 길게 놀아줄 각오까지 했다.
하지만 점심 전에 출발을 해야 하기는 했다.
별, 고모가 '조금' 길게 놀아줄 태세를 보이자 아주 돋자리 깐다.
병원놀이를 해도 어제와 같은 실술 하지 않기 위해서인지
나에게 간호사를 시키지 않는다. -_-; 내 의견을 묻지도 않는다.
그냥 또 응급상황을 만들어서 델고 나갈까 하다가
왠지 안 통할 것 같아 지레 포기.
여보놀이, 소풍놀이, 버스놀이, 병원놀이
한참을 놀이 또 놀이
별은 '버스놀이랑 소풍놀이 하고 가자'는 둥
나름 조건을 내거는데
나로선 타협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 ㅠ.ㅠ
'우리 5분만 더 놀자!'라고 별에게는 없을 듯한 '분' 개념까지 들이대며 협상을 해 보다가
별이 '세 시간만 놀고 유치원 가자'라고... 이미 세 시간 넘게 놀았거든!!
그러나 별은 계속 집에서 놀고싶어 한다...
그러나가 현관에 놓인 별의 자전거에 털썩 주저앉았다.
체인이 없이 앞바퀴에 페달이 바로 달린 아기 자전거.
뒤에는 어른이 방향잡아주는 손잡이까지 있다.
페달에 발까지 올렸는데, 내가 자전거에 앉은 걸 보더니 별 주춤한다.
"너무 작아서 안 들어가지?"
아싸.
"아니! 잘 들어가는데!"
"아냐 작아."
"아니야 안 작아. 고모 밖에 나가서 자전거 탈 거야."
움찔, 하는 별!
"별이도 자전거 탈래!"
"그래? 그럼 나가자!"
쿠하하하하. 이렇게 해서 밖에 나가서 별을 자전거에 태웠다.
별은 내가 손잡이 잡는 것을 아주 불쾌해 하며 잡지 말라고 말라고 했으나
나는 별이 앞만 보면 물론 손잡이를 잡았지.
자전거를 유치원으로 향하도록 하려고.
그렇게 하여 우여곡절 끝에 자전거가 유치원 문앞에 당도하고
별의 얼굴엔 '속았다!' 하는 표정이 스친다.
자전거에서 일어나지 않으려 하지만
이미 유치원 선생님들 달려나오시고
어쩔 수 없다고 여겼는지 일어난다.
"고모 뽀뽀!" 하니까 뽀뽀도 하고 빠이빠이도 잘 하고 들여보냈지만
어제처럼 개운치는 않아.
흐.
어쩔 수 없지, 나도 갈 곳이 있는데.
미안 별.
나는 어쩌다 한 번 보는 고모니까
별이 더욱 더 유치원 안 가고 나랑 놀려고 하기도 할 거고...
반면에 유치원 안 가려는 애를 유치원에 집어넣으려 갖은 꾀를 내는 것도
어쩌다 한 번이니 가능하다.
한 번 썼던 수법은 안 통하는 똘똘한 별을
만약 매일 이렇게 떼어 보내야 했다면, 참 곤혹스러웠을 테지.
* 오늘은 여기까지.
7월 말에서 8월 말까지
별을 자주, 오래 보았기에 쓸 말도 참 많다.
차근차근 풀어야지. ^^
그런데 밤에 별이 대성통곡을 하면서
"진짜 왕자님 보고싶어~!"
하더란다.
당황한 올케언니가 캐물어 보니,
진짜 왕자님은 지네 아빠더란다.
그래서 일본간 아빠한테 전화를 걸어줬더니
대성통곡을 하며 진짜 왕자님 보고싶다고, 별이 선물 안 사줘도 되는데 일본 왜 갔냐고 하더라나.
긴자 거리를 걷고 있던 진짜 왕자님,
다음날 바로 키티샵에서 별이 줄 키티 배낭을 사오셨단다.
8월 초 별과 통화할 때
"별아, 진짜 왕자님이 누구야?"
"아빠."
"그럼 별이는?"
"공주님."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던 별.
그러나 8월 14일 서울 오빠집에 갔을 때는
상황이 바뀌어 있었다.
"별아, 진짜 왕자님이 누구야?"
"진기랑 아빠."
진기는 유치원 친구다. ㅋㅋ
울오빠 hanti님, 강력한 라이벌이 생기고 말았다.
이런이런. ㅋㅋ
이런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나니
'신부의 아버지'같은 영화가 나오는 게 이해가 간다.
* 유치원에는 진짜 왕자님 진기도 있고,
친구들도 있고,
선생님도 있고,
토끼도 있고,
장난감도 있고,
있고 있고 또 있지만
별에게는 관성의 법칙이 있다.
집에서 놀 때는 밖에 나가기 싫어하고
밖에서 놀면 집에 들어가기 싫어한다.
특히 오랜만에 보는 고모나 대전함머니가 집에 있으면
집에서 하는 모든 놀이가 다 동날 때까지 집에서 같이 놀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니 내가 오빠 집에서 자고 나서 아침에 별을 유치원에 보내는 임무를 맡은 날은
녹록치 않은 과정을 겪어야 한다.
7월 27일 월요일
내가 10시쯤에는 집을 나가 볼일을 봐야만 했다.
그러니 별에게 아침을 먹이자 마음이 급해 얼른 이닦이고 옷입혀 유치원에 보내고 싶은데
별은 그럴 생각이 물론 없지.
거실에 둔 어린이용 의자를 엎어서 밀면서
"고모 스케이트 놀이 하자. 고모도 얼른 타!"
그게 왜 스케이트인지는 모르겠지만 ^^
그거야 알 필요 없고,
얼굴에 화장품을 찍어바르면서 노래를 불러줬다.
"별이는 스케이트 대장~
별이는 스케이트 대장~
별이는 스케이트 대장~
아이 참 재미있다~!"
별은 생활이 뮤지컬인 아이이다.
그냥 일상적인 말들을 노래처럼 곡조를 붙여 말하기를 좋아하고
어른들이 거기 장단맞춰서 같이 노래로 말해 주면 뒤집어지게 좋아한다.
나도 가끔 별에게 그냥 할 말을 노래로 불러주는데
그러면 아주 만면에 웃음을 띄고 발까지 구르면서 좋아한다.
지난번 '비가 와도 괜찮아'도 그랬고
지난 초봄 대전에 왔던 별을 보내면서 '지효집에 가자' 노래를 해 줬을 때도
엘리베이터에서 방방뛸 정도로 좋아했다.
다른 어른들하고 같이 있으면 이게 좀 쑥스러워서 잘 안 되는데
별과 나만 있을 때는 노래도 아주 잘 나온다.
아무튼 별은 스케이트(?)를 타고
난 화장품을 찍어바르며 스케이트대장 노래를 부르다가
별의 이를 닦이기로 마음먹었다.
방법은?
별이 좋아하는 '생활의 뮤지컬'과 '역할놀이'를 섞었다.
"별이는 이닦기 대장~
별이는 이닦기 대장~
별이는 이닦기 대장~
아이 참 깨끗해~!"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조성한 후에
"우리 별이는 이를 참 잘 닦지~!
나는 이제 태희(별의 유치원 친구)야.
태희가, 별이 이 잘 닦는다고 배우러 온 거야."
라고 역할 설정.
고모(태희): 와~! 별이야! 너는 이를 참 잘 닦는다며! 어떻게 닦는 거야?
별: 이렇게~ 이렇게~ (빈 손으로 이닦는 시늉)
고모(태희): 와~ 진짜로 보여줘 봐! (아기 칫솔에 아기 치약 묻혀서 쥐어줌)
별: (매우 즐거워하며) 이렇게 이렇게 하는 거야! (이를 닦는다.)
고모(태희): 와~ 별아 이 진짜로 잘 닦는다~!!!
에러 발생.
별: 나도 태희 할래~!
삐~
당황한 고모, 별을 만류(?)하다가
치약이 맛없어 질질 흘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해서 세면대로 데려감.
반성 및 계획.
별이 '나도 태희 할래~!' 하면 '그럼 나는 별이야. 태희야~ 너도 잘 닦을 수 있어. 이렇게 이렇게 해 봐~' 해야지, 라고 결심!
그러나 다음에 같은 상황이 오지는 않는다. ㅋ
이를 닦이고 얼굴을 대강 씻어주고
(대강 씻어 보내는 게 어디여, 애도 안 낳아 본 처녀 혼자서... 직접 계란까지 삶아서 밥도 먹였는데...)
마지막 단계, 가방 매고 나가면 되는데...
별, 가방 매면 나가야 하는 걸 아니까 안 맨다.
지난번엔 통했던 것들 - 별이 가방 고모가 매고 가서 태희랑 놀까? - 이 이번엔 안 통한다.
허험....
내가 나가야 할 시간도 바짝바짝 다가오니 마음이 급해진다.
별은 계속 책을 읽고 호비 스티커를 붙이고 호비 낚시놀이를 하잔다.
책 한 번만 읽고 가자고 했는데 많이 읽고 가자고 하고
결국 참다 못한 내가 현관문을 열어젖히고 별이 가방을 들고 고모 먼저 가겠다고 했다.
별, 절규한다.
읽던 호비책 다 읽고 가잔다.
현관을 열어둔 채 신발 벗고 들어와 읽어줬다.
그랬더니 이번엔 호비 스티커를 집어들고 와서 이거 어디다 붙이는 거냔다.
호비 스티커책을 보고 붙여야 할 위치를 찾아가면서 같이 스티커를 붙였다.
아까 전반부만 읽었던 다른 호비책을 가지고 와서 후반부를 읽잔다.
그래서 끝까지 같이 읽었다.
여기까지 하고 나니 별, 이젠 정말 나갈 수밖에 없다고 체념한 듯 가방을 맨다.
다소 어색한 침묵 속에
포동한 별의 손을 잡고 유치원행.
햇볕이 쨍쨍한 날씨.
별을 즐겁게 유치원 보내고 싶어서 이렇게 저렇게 말을 붙여본다.
"저번엔 날씨가 비오려고 해서 파란 우산 들고 갔는데
오늘은 날씨가 맑네. 우산이 없어도 괜찮겠네."
별 아무 말 안 한다. 그냥 희미하게 웃는다.
"별아 달리기 할래? 우리 저기까지 달리기 할까?"
달리기를 좋아해서 집안에서도 가끔 달리기를 하고,
고모나 엄마 같은 어른들과 달리기하면서도 이를 악 물고 '별이가 일등!'을 외치고야 마는 별,
아무 반응도 안 한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지만
그것도 별 관심을 안 보인다.
우리가 가는 길에 별이 친구의 어머님 몇 분이 친구를 유치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별을 알아보고 이사를 건네셨지만 별은 대답도 않는다. (사실 별은 인사를 잘 하는 성격은 아니다..)
으흥...
그렇게 우울한(?) 가운데 유치원에 도착.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고모 다음에 또 올게~!"
인사하는 고모에게는 제대로 인사도 안 하고 유치원에 들어간 별.
내 갈 길이 있어 가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 흑.
늘 서울 오면 볼일 다 보고 밤에 들어가서
보자마자 별을 재우기 위해 애쓰고
아침에 일어나면 얼른 유치원에 떼내어버리기 위해 애쓰는 고모가 미안해서
다음번엔 시간을 내서
아침에 억지로 별을 떼어보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순수하게 별과 놀아주는 하루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8월 17일 월요일.
이 날은 기회를 잘 잡았다.
별과 일어나서 이런저런 놀이를 하다가
또 태희 역할놀이를 하면서 이를 닦였는데
이 잘 닦는다는 칭찬에 우쭐한 별,
'미피는 이를 잘 안 닦아서 벌레가 생겼다'며
미피(토끼 캐릭터) 부채를 환자삼아 치과놀이를 시작한다.
별은 의사, 나는 간호사.
어디서 보고 배웠는지 '간호사 선생!' 하고 나를 부르는 게 귀여워 죽겠다.
어쨌든 지가 병원에서 의사들이 구체적으로 뭘 하는지야 아나..
치과병원은 그림책에서만 봤지 가본 적도 없다는데.
"간호사 선생! 어떻게 할까요?"
라고 물은 것이다.
간호사(고모): 선생님! 미피는 너무 많이 아파요. 큰 병원으로 가야겠어요.
미피가 덮을 이불을 넣고(내가 에어컨 대비로 갖고 다니는 무릎담요를 가방에 넣음)
미피가 갈아입을 옷도 넣고(역시 에어컨 대비 가디건을 가방에 넣음)
자 선생님 어서 가요! (신발 신음.)
의사(별): (의심스러운 표정.)
간호사(고모): 미피야, 너는 아프니까 여기 들어가 누워있어!
(미피를 유치원 가방에 넣고 가방을 두 손에 받쳐 듬.) 선생님 어서 가요!
의사(별):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 지금 가는 거야?
간호사(고모): 네. 어서 가요! 미피가 너무 아파요!
미피(고모): 잉~잉~ 너무 아파요~!!!
간호사(고모): 미피야 조금만 참아! 선생님 어서 가요!
의사(별): (의심이 완전히 사라짐. 신발 신으며) 엘리베이터가 가버리면 어떡하지?
간호사(고모): (회심의 미소) 내가 나가서 엘리베이터 누를게!
이렇게 하여 밖으로 나왔다.
놀이 상황에서 신나게 나온 별! 나오니까 미피는 잊은 듯.
"별아 우리 저기 노란 선까지 달리기 할까? 가자~~!!!"
"별이가 1등~!!"
'별이가 1등'에 대해선 나중에 또 글을 쓸 테지만, 별은 경쟁심이 대단한 아이 같다.
고모랑 달리기 하면 진짜 사색이 돼서 목숨 걸고 뛰어서 꼭 '별이 1등!'을 해내고 만다.
물론 같이 달리는 고모는 걷는둥 뛰는둥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ㅋ
아무튼 그렇게 달리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면서 즐겁게 유치원에 도착.
유치원 선생님과도 즐겁게 인사하고
고모랑도 즐겁게 인사하고 들어갔다.
이렇게 기분좋게 유치원 들어가는 걸 보면 내 기분도 좋다.
그러나 그게 늘 그렇게 쉽게 되지만은 않지.
바로 다음날엔 조금 힘들어졌다.
다음날 18일...
내가 오전에 별 일정이 없었기 때문에
별과 조금 길게 놀아줄 각오까지 했다.
하지만 점심 전에 출발을 해야 하기는 했다.
별, 고모가 '조금' 길게 놀아줄 태세를 보이자 아주 돋자리 깐다.
병원놀이를 해도 어제와 같은 실술 하지 않기 위해서인지
나에게 간호사를 시키지 않는다. -_-; 내 의견을 묻지도 않는다.
그냥 또 응급상황을 만들어서 델고 나갈까 하다가
왠지 안 통할 것 같아 지레 포기.
여보놀이, 소풍놀이, 버스놀이, 병원놀이
한참을 놀이 또 놀이
별은 '버스놀이랑 소풍놀이 하고 가자'는 둥
나름 조건을 내거는데
나로선 타협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 ㅠ.ㅠ
'우리 5분만 더 놀자!'라고 별에게는 없을 듯한 '분' 개념까지 들이대며 협상을 해 보다가
별이 '세 시간만 놀고 유치원 가자'라고... 이미 세 시간 넘게 놀았거든!!
그러나 별은 계속 집에서 놀고싶어 한다...
그러나가 현관에 놓인 별의 자전거에 털썩 주저앉았다.
체인이 없이 앞바퀴에 페달이 바로 달린 아기 자전거.
뒤에는 어른이 방향잡아주는 손잡이까지 있다.
페달에 발까지 올렸는데, 내가 자전거에 앉은 걸 보더니 별 주춤한다.
"너무 작아서 안 들어가지?"
아싸.
"아니! 잘 들어가는데!"
"아냐 작아."
"아니야 안 작아. 고모 밖에 나가서 자전거 탈 거야."
움찔, 하는 별!
"별이도 자전거 탈래!"
"그래? 그럼 나가자!"
쿠하하하하. 이렇게 해서 밖에 나가서 별을 자전거에 태웠다.
별은 내가 손잡이 잡는 것을 아주 불쾌해 하며 잡지 말라고 말라고 했으나
나는 별이 앞만 보면 물론 손잡이를 잡았지.
자전거를 유치원으로 향하도록 하려고.
그렇게 하여 우여곡절 끝에 자전거가 유치원 문앞에 당도하고
별의 얼굴엔 '속았다!' 하는 표정이 스친다.
자전거에서 일어나지 않으려 하지만
이미 유치원 선생님들 달려나오시고
어쩔 수 없다고 여겼는지 일어난다.
"고모 뽀뽀!" 하니까 뽀뽀도 하고 빠이빠이도 잘 하고 들여보냈지만
어제처럼 개운치는 않아.
흐.
어쩔 수 없지, 나도 갈 곳이 있는데.
미안 별.
나는 어쩌다 한 번 보는 고모니까
별이 더욱 더 유치원 안 가고 나랑 놀려고 하기도 할 거고...
반면에 유치원 안 가려는 애를 유치원에 집어넣으려 갖은 꾀를 내는 것도
어쩌다 한 번이니 가능하다.
한 번 썼던 수법은 안 통하는 똘똘한 별을
만약 매일 이렇게 떼어 보내야 했다면, 참 곤혹스러웠을 테지.
* 오늘은 여기까지.
7월 말에서 8월 말까지
별을 자주, 오래 보았기에 쓸 말도 참 많다.
차근차근 풀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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