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를 정리하려고 지난 글들을 보다가...
'남길 가치가 있는' 글 몇 개만 남기고 일단 글을 다 삭제하려고 맘먹었다.
실제로 몇 개의 글을 삭제했다. '기말고사 시작' 뭐 이런 류의 내용없는 글들 위주로.
내용있고 긴 글들 중에도 지금 보면 뭔가 민망한 블로그 초기글도 여럿 지웠다.
근데 그러다가..
갈수록 뭐 하나 지우기가 뭣해졌다.
* 지난 주말 오랜만에 고등 동창들 모임에 나갔다.
방을 잡아놓고 -_-;; 하는 송년모임.
정말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밤새 담소를 나눴는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 만난, 고2때 내 짝꿍이었던 수연이가
'아직도 일기 많이 써?'라고 물었다.
고등학교 때 나는 일기광이었다.
고등학교 때 쓴 일기장이 열댓권 될 거다 아마.
지나치달 만큼 생각이 많고, 요란하게 수다도 떨고 웃기도 하지만 사실은 내성적인 내가,
고1 내내 투병하시다가 고1이 끝날 때 돌아가신 아빠를 보면서...
그러면서도 큰 무리없이 공부하고, 남들 다들 가고파하는 대학까지 진학할 수 있었던 건
그 일기 덕분일 거다.
어차피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한 자리에 붙박힌 일상,
일기장 한 권을 교과서 밑에 깔고 수시로 펼쳐서 수시로 내 마음을 일기장에 내려놓고
많은 생각들로 가득찬 머리를 비워 지식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었다.
아빠가 갓 돌아가셔서 몸도 맘도 많이 힘들었던 고2땐
내가 자신있으면서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 수업시간이면 매번
일기장 한 권 안고 양호실에 가 누워
자는둥 마는둥 두세시간씩도 일기만 쓰고... 그랬다.
그 땐 그냥 매번 아프다고... 진짜 아프기도 했고 때론 누울 정도는 아니란 걸 스스로 알면서도 약간의 뻥을 섞어가며 담임선생님 허락을 받아내기도 하고... 별 생각없이 내 아픔에 취해 그렇게 했는데, 돌아보면 아마 선생님도 내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얼마 안 된다는 걸 아시기에 그렇게 양호실 가라는 허락을 쉽게 내주셨을 것이다...
그 해엔 일기장에 시도 많이 썼다. 주제는 당연히 이별, 상실, 죽음에 관한 것이었다.
내 생애에 시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던 시절은
초등 2학년에서 4학년 까지의 매 가을, 그리고 고2때, 딱 그뿐이다.
고2때 쓴 시 중엔 지금 다시 봐도 그럴듯한 것도 있다.
문학 선생님께 보여드리기도 했었다.
잘 쓴다고, 100편 정도 모이면 다시 가져와 보라고 하셨는데
100편이 다 차기 전에 시가 다시 말라버렸다.
그 때 짝이었으니...
수연이는 나를 '일기'로 기억할 거다.
"지금도 일기 그렇게 많이 써?"
아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로..
정확히 말하자면 야자가 끝나버린 96년 11월 수능시험 이후로,
그렇게 많은 일기를 썼던 적은 없다.
한 자리에 붙박이로 앉아있는 생활이 아니니까.
일기장을 챙겨 들고 다니고, 때맞춰 꺼내서 펼치고, 그런 절차가 필요해지니 일기쓰는 량이 줄 수밖에.
게다가 대학에 가서는 대학신문 기자로 일주일이면 3일씩 날밤을 새며 정신없이 지냈고
2년간의 대학신문 활동이 끝나고 나니, 차분히 손으로 글을 쓰는 습관은 날아가고 없었다.
게다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는
일기에 쓸 이야기를 인터넷에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동호회에도 쓰고 내 홈페이지에도 쓰고...
블로그를 열심히 운영하던 때에는 블로그에도 쓰고.
그러고 나면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로 일기를 쓰기는 참 어려웠던 것이다.
하여간 그렇게 그렇게 나의 일기습관은 다 날아갔다.
딱 고등학교 3년동안만 자발적으로 유지되었던 습관..
그 때의 나를 지탱해 주었던 습관...
* 인터넷에 남이 볼 것을 전제로 하고 쓰는 글은
일기를 대신해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일기라면 거리낌없이 써도 될 말을 생각 끝에 삭제해 버리기도 하고
별 생각없이 쓴 말이 문제를 일으켜 가슴에 생채기를 남기기도 한다.
일기장에라면 굳이 글로 쓰지 않을 것을 길고 진지하게 써서 남의 주목을 받는 일도 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블로그 초기에 몇 번...)
하여간 그러저러하니 블로그에 쌓인 글들을 '남길 것'과 '지울 것'으로 나누기는 참 곤란하다.
어떤 글은 내가 쓴 글이지만 이 글이 온라인상에 남아있는 것이 약간은 가치가 있겠다 싶어 남겨야겠고,
어떤 글은 나의 개인기록으로서 남길 가치가 있어 남겨야겠고, 혹은 버리기 아깝고...
안 되겠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종이로 출력해서 일기장 뭉치에 끼워서 보관해야겠다.
* 블로그는... 어쨌든 이 블로그는 닫게 될 것 같습니다.
아직 언제라고 단정지어 말하진 못하겠지만요..
새로운 블로그를 운영할지 어떨지... 그것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이런 내 블로그를 찾아주셔서
이 글을 읽어주시다니
참 감사합니다!
'남길 가치가 있는' 글 몇 개만 남기고 일단 글을 다 삭제하려고 맘먹었다.
실제로 몇 개의 글을 삭제했다. '기말고사 시작' 뭐 이런 류의 내용없는 글들 위주로.
내용있고 긴 글들 중에도 지금 보면 뭔가 민망한 블로그 초기글도 여럿 지웠다.
근데 그러다가..
갈수록 뭐 하나 지우기가 뭣해졌다.
* 지난 주말 오랜만에 고등 동창들 모임에 나갔다.
방을 잡아놓고 -_-;; 하는 송년모임.
정말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밤새 담소를 나눴는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 만난, 고2때 내 짝꿍이었던 수연이가
'아직도 일기 많이 써?'라고 물었다.
고등학교 때 나는 일기광이었다.
고등학교 때 쓴 일기장이 열댓권 될 거다 아마.
지나치달 만큼 생각이 많고, 요란하게 수다도 떨고 웃기도 하지만 사실은 내성적인 내가,
고1 내내 투병하시다가 고1이 끝날 때 돌아가신 아빠를 보면서...
그러면서도 큰 무리없이 공부하고, 남들 다들 가고파하는 대학까지 진학할 수 있었던 건
그 일기 덕분일 거다.
어차피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한 자리에 붙박힌 일상,
일기장 한 권을 교과서 밑에 깔고 수시로 펼쳐서 수시로 내 마음을 일기장에 내려놓고
많은 생각들로 가득찬 머리를 비워 지식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었다.
아빠가 갓 돌아가셔서 몸도 맘도 많이 힘들었던 고2땐
내가 자신있으면서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 수업시간이면 매번
일기장 한 권 안고 양호실에 가 누워
자는둥 마는둥 두세시간씩도 일기만 쓰고... 그랬다.
그 땐 그냥 매번 아프다고... 진짜 아프기도 했고 때론 누울 정도는 아니란 걸 스스로 알면서도 약간의 뻥을 섞어가며 담임선생님 허락을 받아내기도 하고... 별 생각없이 내 아픔에 취해 그렇게 했는데, 돌아보면 아마 선생님도 내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얼마 안 된다는 걸 아시기에 그렇게 양호실 가라는 허락을 쉽게 내주셨을 것이다...
그 해엔 일기장에 시도 많이 썼다. 주제는 당연히 이별, 상실, 죽음에 관한 것이었다.
내 생애에 시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던 시절은
초등 2학년에서 4학년 까지의 매 가을, 그리고 고2때, 딱 그뿐이다.
고2때 쓴 시 중엔 지금 다시 봐도 그럴듯한 것도 있다.
문학 선생님께 보여드리기도 했었다.
잘 쓴다고, 100편 정도 모이면 다시 가져와 보라고 하셨는데
100편이 다 차기 전에 시가 다시 말라버렸다.
그 때 짝이었으니...
수연이는 나를 '일기'로 기억할 거다.
"지금도 일기 그렇게 많이 써?"
아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로..
정확히 말하자면 야자가 끝나버린 96년 11월 수능시험 이후로,
그렇게 많은 일기를 썼던 적은 없다.
한 자리에 붙박이로 앉아있는 생활이 아니니까.
일기장을 챙겨 들고 다니고, 때맞춰 꺼내서 펼치고, 그런 절차가 필요해지니 일기쓰는 량이 줄 수밖에.
게다가 대학에 가서는 대학신문 기자로 일주일이면 3일씩 날밤을 새며 정신없이 지냈고
2년간의 대학신문 활동이 끝나고 나니, 차분히 손으로 글을 쓰는 습관은 날아가고 없었다.
게다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는
일기에 쓸 이야기를 인터넷에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동호회에도 쓰고 내 홈페이지에도 쓰고...
블로그를 열심히 운영하던 때에는 블로그에도 쓰고.
그러고 나면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로 일기를 쓰기는 참 어려웠던 것이다.
하여간 그렇게 그렇게 나의 일기습관은 다 날아갔다.
딱 고등학교 3년동안만 자발적으로 유지되었던 습관..
그 때의 나를 지탱해 주었던 습관...
* 인터넷에 남이 볼 것을 전제로 하고 쓰는 글은
일기를 대신해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일기라면 거리낌없이 써도 될 말을 생각 끝에 삭제해 버리기도 하고
별 생각없이 쓴 말이 문제를 일으켜 가슴에 생채기를 남기기도 한다.
일기장에라면 굳이 글로 쓰지 않을 것을 길고 진지하게 써서 남의 주목을 받는 일도 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블로그 초기에 몇 번...)
하여간 그러저러하니 블로그에 쌓인 글들을 '남길 것'과 '지울 것'으로 나누기는 참 곤란하다.
어떤 글은 내가 쓴 글이지만 이 글이 온라인상에 남아있는 것이 약간은 가치가 있겠다 싶어 남겨야겠고,
어떤 글은 나의 개인기록으로서 남길 가치가 있어 남겨야겠고, 혹은 버리기 아깝고...
안 되겠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종이로 출력해서 일기장 뭉치에 끼워서 보관해야겠다.
* 블로그는... 어쨌든 이 블로그는 닫게 될 것 같습니다.
아직 언제라고 단정지어 말하진 못하겠지만요..
새로운 블로그를 운영할지 어떨지... 그것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이런 내 블로그를 찾아주셔서
이 글을 읽어주시다니
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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