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aus kommt heraus

*
似而非: 같을 사, 말이을 이, 아닐 비.
異端: 다를 이, 끝 단.

사이비는 비슷하나 아닌 것이고, 이단은 끝이 다른 것이다.
사이비라는 단어 뒤에는 응당 '종교'가 붙어야만 할 것 같고
'이단'이라고 하면 어쩐지 기독교와 관련된 듯한 느낌이 들지만
원뜻으로 풀어보면 꼭 그런 건 아니다.
중국 송대의 유학자 주자는 '대학장구 서'에서 불교와 도교를 '이단허무적멸지교 - 끝이 다른 허무와 적멸의 가르침'이라고 칭했다. 유학만이 진정한 길에 대한 가르침이요, 불교와 도교는 일견 옳은듯해 보이지만 그 끝이 엉뚱한 데로 가는 가르침이라고 본 것이다.



* 1월 연수봉사와 연수로 정신이 없던 와중에
연수봉사를 한 차수 끝내고 집에서 정신없이 자고 쉬고 있던 어느 날
'설문조사를 하겠다'며 집에 들어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말한 '설문지'란 것은 나이와 종교 같은 것을 묻는 맨 위의 문항을 빼고는
이상한 질문들을 담고 있었다.

성경에 *** 내용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하나님께서 직접 세우신 교회가 있다면 가보시겠습니까?

적어도 사람들의 의견을 동향을 살펴 통계처리 후 자료로 활용하려는 목적의
일반적인 '설문조사'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엄마가 이런 사람들을 애초에 집에 들이신 것은,
2인1조였던 그들 중 한 명이 화장실을 가게 해 달라고 간곡히 사정했기 때문이다...)

정중하게 나가 달라고 했다.
난 성당 열심히 다니고 성경도 열심히 읽고 구원에 대한 확신도 있으니 당신들이 이럴 필요 없다고.
게다가 성경연수 진행하느라고 며칠동안 잠도 못 자서 쉬어야겠다고.
계속 뭔가 이야기하려고 하던 그들은 마침내 포기하고
인쇄물 한 부를 주면서 간곡히 이거라도 읽어보라고 말하고 나갔다.
그들이 준 인쇄물은 빠닥빠닥한 아트지에 컬러인쇄된 8쪽짜리였는데
제목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말, 어머니" 였다.
누구라도 혹할 제목. 온인류의 약점 엄마를 걸고 넘어지는군.
게다가 엄마 가슴에 안긴 젖먹이의 사진이 배경으로...

인쇄물 내부의 내용은 성경의 애매한 구절들을 들어가며
하나님은 '하나님 아버지'와 '하나님 어머니'가 있는데
'하나님 어머니'가 주는 '생명수'를 마셔야만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쓰여있었다.
마지막 페이지의 결론으로 그들의 집단이 어떤 곳인지 의문이 싹 풀렸다.
"하나님 어머니는 재림예수의 신부입니다."
아하, 어떤 여성교주께서 재림예수의 신부를 자처하며 생명수라는 것을 팔고 계시군요.
엄마, 아빠, 남녀차별, 이런 문제에 대해서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주로 혹 하겠지...
이건 끝만 다른 '이단'이라기보다는, 비슷하나 전체적으로 다른 '사이비'라 보는 게 낫겠다.

진심으로 그 사람들이 불쌍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진리를 위해 봉사하며
예수를 위해 핍박받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 최근에 어떤 분께 들은 바에 의하면
'사이비 종교' 교리 만들어주는 업자도 있다고 한다...
돈 주고 거기서 만들어준 교리 사서 공부해서 신도들을 모으고 활동하면 된단다...
허걱.
이런 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는 건가.
그런 업자는 아마도 고학력자이거나 적어도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겠지..
좋은 머리로 참...


* 사이비 종교 취재를 오래 했던 시사잡지 기자 선배가 있다.
선배는 모든 '사이비 종교'가 1대 교주와 그 핵심 추종세력이 죽고 나면
종교 자체의 순기능을 수행하는 '보통 종교'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적 있다.
그는 그러면서 주류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흔히 지목되는 한 종파를 예로 들었다.
과연 그 종파의 1대교주는 죽은지 무척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 종파는 지금 사회적인 해악을 마구 끼치고 있지는 않다...

종교의 순기능?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에 한 줄기 희망과 위로를 주고, 사후세계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것,
정도가 종교의 순기능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렇기만 하면, 다 괜찮은가?

어려운 문제다.
종교는 그 종교를 믿는 사람에게는 진리이고 사실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가설이고 이야기일 뿐이다.
나는 내 종교가 진짜 진실이고 사실이며,
그러므로 '사이비' '이단'들은 가짜이고 거짓말이고 혹세무민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내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내 종교도 역시 가설일 뿐이다.
그들에게 내 종교는 가설이라는 점에서는 내 종교의 '사이비'나 '이단'들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보편적인 정의개념(그런 게 존재하냐고 물으면 또 답하기 어렵지만..)에 위배되거나
얼토당토 않게 누군가를 신격화하거나
과도한 기부와 헌신을 강요하거나
가입은 자유롭되 탈퇴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면
그건 확실히 문제있는 집단이라 볼만 하지 않은가...


* 아무튼, 자기들의 '어머니'를 위해 이 추운 날 문전박대를 자처하며 떠도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들을 위해 무슨 기도를 해야 할까요? 정신차리기를? 잘 빠져나오기를? 모르겠어요 하느님. 더이상 하느님 팔아 장사하는 사람들이 안 생겼으면 좋겠고, 그 불쌍한 사람들이 그대로 죽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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