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천주교 세례를 받았다.
세례명은 마리나이다.
천주교인들은 세례를 받을 때 성인들의 이름을 딴 세례명을 짓는다.
그 성인의 삶을 닮아가고자 하는 의미도 있고,
그 성인에게 우리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전구를 청하는 의미도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성인이 있으면 따라 짓거나,
어떤 의미를 두고 그 의미에 맞는 성인의 이름을 찾기도 하는데
그런 게 따로 없으면 보통 자기 생일과 세례명의 축일(모든 성인은 그를 기리는 축일이 정해져 있다)이 비슷하거나 같은 이름 중에서 고르기도 한다.
그리고 초등학생 소녀들은 세례를 받을 때
예쁘고 특이한 이름을 고르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다.
나의 세례명은 마지막의 두 가지 이유에 따라 선택한 이름이다.
게다가 좀 특이한 나의 원래 이름과 발음이 비슷하기까지 했다.
어릴 때는 내 이름이 예쁘고 특이하고 흔하지 않아서 좋았다.
(아직까지 같은 세례명 못 봤다. 같은 이름의 남자버전인 '마리노'는 한 사람 봤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좀 아쉽다.
의미에 대해 전현 생각하지 않고 지은 이름인데
나이들고 신앙이 내 삶에서 점점 중요해질 수록,
의미 면에서 탐나는 이름들이 눈에 많이 띄는 것이다.
이를테면 바다의 별 '마리 스텔라'라거나,
사랑의 성녀 '스콜라스티카'라거나,
학자이자 예술가이자 치유자이자 기타등등 '힐데가르트'라거나....
* 오늘, 재미삼아 내 이름을 가진 성인들에 대해 찾아봤는데,
본래 내 이름인 7월 18일 축일의 마리나에 대해선 짧게 '스페인 오랑스의 순교자'라고만 나와 있다.
그런데, 2월 12일이 축일인, 같은 이름의 성녀의 스토리는 이렇다.
"비티니아의 에우제니오란 사람의 딸이다. 그녀의 부친은 홀아비 생활을 청산하고 수도원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얼마가 지나자 친척집에 맡겨둔 어린 딸 마리나 생각에 마음이 헷갈리게 되자, 원장에게 그 아이는 마리노라는 남자 아이이니 자신과 함께 수도원에서 살게 해달라고 청하여 허락을 받았다. 그녀는 부친과 사별할 때까지 그러니까 17 세 때까지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그 후에도 그녀는 남자 수도자로서 계속하여 생활하다가, 어느 여인숙 주인의 딸이 마리노가 자신에게 임신시켰다고 소문을 퍼뜨렸다. 이때문에 그는 수도원 문밖에서 걸식을 하며 살았는데, 그 처녀는 아이를 낳아서 마리노의 아들이니 돌보라고 주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침묵으로 일관하며 끝까지 인내하였다. 5년 후, 원장은 마리노의 놀라운 인내와 겸손을 인정하여 5세 된 아들과 함께 수도원에서 다시금 살게 하였으나, 매우 힘든 일만 시켰다. 그 얼마 후 마리노는 운명하여 시신을 수습하던 중에 그가 여성임이 밝혀진 것이다. 원장 이하 모든 수도자들과 시민들이 그녀의 위대한 용덕과 인내심을 찬양하였고, 엄숙한 장례가 거행되었다."
간혹 라틴 계열의 이름은
어말의 모음을 여성형으로 바꿔 남자 성인의 이름을 여자 세례명으로 쓰기도 한다.
그래서 같은 이름의 남자버전 '마리노'도 찾아보았다.
역시 길게 언급되지 않은 이름들이 많은데 하나가 또 눈에 띈다.
"4세기경 은수자 몬떼펠트로
마리노는 달마씨안 해안의 사람으로 채석공이다. 리미니의 성체를 재건한다는 소문을 듣고 다른 석수 성 레오와 함께 그곳에 가서 몬떼 띠타노의 채석장에서 일하였다. 그들 가운데에는 크리스챤이란 이유만으로 중노동을 하고 있던 일당의 신자들이 섞여 있었다. 마리노와 레오는 그들을 위로, 격려하면서 또 다른 개종자들을 얻고 있었다. 그 후 성 레오는 리미니의 주교로부터 사제로 서품되어 몬떼펠트로로 갔고, 성 마리노는 부제가 되었으나 그전의 석수일을 계속하였다. 12년 동안 그는 수로공사 일을 하면서, 뛰어난 기술자일 뿐만 아니라 신자 노동자의 모델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불행한 일이 발생하였으니, 달마씨아의 한 여인이 그를 자기 남편이라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즉시 부인하지 않고, 가만히 물러나서 몬떼 띠타노로 가서 숨어 살았다. 그 후 그는 계속하여 은수자 생활을 하며 여생을 지냈는데, 그가 살 았던 곳을 중심으로 하여 오늘의 산 마리노 도시가 탄생한 것이다"
흠. 혼인 문제로 엮이는 게 이 이름의 운명인가?
어쨌든 내 이름은 7월 18일이 축일인 마리나가 맞다.
그녀의 순교 스토리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어 아쉽지만
어원적으로 '바다'를 뜻하는 내 이름은 (통영에 '마리나' 리조트라고 있잖습니까...)
가톨릭에서 흔히 '바다의 별, 항해하는 자의 길잡이'로 비유되는
신앙의 모범, 성모 마리아님의 별칭이기도 하니,
어쨌든 좋은 이름이다!! ^^
Trackback Address :: http://heraus.pe.kr/tt/trackback/5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