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aus kommt heraus

채식 결심

분류없음 2010/02/16 12:33
* 내일 2월 17일 수요일은 '재의 수요일'입니다.
재의 수요일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앞두고
광야에서 40일동안 고난을 받으셨던 예수님을 기억하며
경건하게 지내는 기간인 '사순절'의 시작입니다.
이 날 사제들은 나뭇가지를 태운 재를 신자들의 머리에 얹어주며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시오'라고 말해 주는 특이한 전례를 수행합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저는 88년에 가톨릭 신자가 된이래로20년 넘게 단 한 번도
재의 수요일 전례에 참여해본 적이 없네요. 말로만 들었지.
이번에도 어김없이... 수요일 맥진 강의를 들으러 서울 가는 관계로 불참입니다. -_-;;;

* 사순기간에는 예수님의 고통에 동참하며,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의미로
주님께 봉헌하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절제하곤 합니다.
담배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기간에 금연 금주를 시도하시기도 하고요..
저는 2007년 사순기간에 캔음료와 자판기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을 생각해서요.
2008년과 9년엔.. 별다른 걸 시도하진 않았습니다.
2008년에는 유급당한 인생을 수습하느라 정신없었고
2009년에는 가슴에 모래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이런 기특한 생각 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어쨌든 그 때는 그 덕분에 성서공부를 시작했었지요. 그 해 부활미사 때의 특별한 기쁨을 기억합니다. ^^

이번 사순기간에 저는 완전 채식을 실천해 보려 합니다.
4월 3일의 부활절까지 40일간요.
멸치국물, 계란, 유제품도 모두 끝입니다.
다만 젓갈이 들어간 우리집 김치만 예외적으로 먹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젓갈없이 김치를 따로 담가 먹어보려 했는데
그건 도통... 게다가 제가 그렇게 하면 우리집 김치는 갖다 버려야 될 지도...

전부터 여러가지 이유로 채식의 정신에 공감은 하고 있었고
한의사 될 사람으로서 적어도 한 번 체험은 해 봐야 하겠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된장국 하나를 끓여도 멸치다시가 들어가고 김치에도 젓갈이 들어가는 한국식문화에서
완전한 채식을 실천하기는 상당히 정성이 들어가는 데다가
좋아하는 입맛을 포기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 실천은 못해보고 있었습니다.
한동안은 그냥 잊고 지내고있다시피 했는데
최근에 건강 문제로 현미밥 채식을 고려하고 있었거든요.
현미밥은 이미 먹기 시작했고
완전채식을 지속적으로 평생은 못하더라도 적어도 한 달 정도 실행은 해보자고 맘먹은 차
마침 달력에서 재의 수요일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합니다.
그냥 나 혼자만의 이유로 입맛을 절제하는 건 고통스러울 뿐이지만
예수님께 봉헌하는 마음으로 진행해 나간다면
그건 훨씬 아름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한국음식은 채식 위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우리의 요즘 식생활을 살펴보면 의외로 동물성 식품 섭취가 많고요
멸치다시 국물, 젓갈로 양념한 김치, 새우젓으로 간한 호박나물 등등
채식인듯 완전채식이 아닌 음식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채식하려면 직접 조리하고 도시락 싸갖고 다니는 게 거의 필수입니다.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엄마와 함께 사는 저는 엄마께 부담도 드릴 수밖에 없고요...
하지만 그냥 밝은 마음으로
한 번 해 보려고 합니다.
잘 되었으면 좋겠고
이 경험을 통해 내가 또 한 걸음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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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earl 2010/02/27 05:40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멋지다~후기도 꼭 남겨줘! 난 너처럼 vegan까지는 아니고 그냥 vegiterian만 일 주일 해 본 게 전부거든. 궁금하다~~하느님께 아주 좋은 선물이 되겠네!

    • BlogIcon Heraus 2010/03/01 16:59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어언 시간이 좀 흘렀네.
      시작하기 전날까지도 고기 이제 못 먹게 됐다고 열심히 먹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입맛이 적응돼서 내 스스로 깜짝 놀랄 정도.
      시작한지 일주일여만에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겨서 고기를 먹은 날이 있었는데
      고기가 맛있지가 않아서 당황스러웠어.
      지키기로 한 걸 지키지 못하는 찜찜함과 불편함도 있었지만
      정말로 입이 즐겁지가 않더라구.
      고기 누린내가 입속으로 확 퍼지면서...
      게다가 속은 더욱 불편하고... 하루종일 내내 속이 안 좋았어..
      김치도, 전에는 전혀 모르고 먹었는데, 이제는 젓갈 든 김치는 젓갈맛이 느껴지더라. 우리집은 충청도 내륙지방식이라 젓갈이 그닥 많이 안 들어가는데, 전라도 출신 시어머니 김치를 먹는 친구집에서는 밥먹다 김치 한 입 먹고 깜짝 놀랐어. 전엔 전라도 김치라고 맛이 달리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먹기가 고역스럽더라. 우리집 김치도 젓갈 안 들어간 동치미만 먹고 있어. 배추김치는 먹기가 불편해서. 엄마한텐 좀 미안해.

      몇 번 삼겸살 구워먹는 자리에 가서 나는 채소랑 밥만 먹으면서 앉아있어 봤는데, 밥이랑 돼지고기 쌈싸먹는 걸 워낙 좋아했던지라, 약간은 먹고싶기도 했어. 그렇지만 왠지 이것도 막상 먹으면 전처럼 맛이 없고 소화만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참기 힘들진 않았어. 가끔 좋아하는 고기요리(특히 만두!! ㅠ.ㅠ) 생각이 나면 못 먹는 게 억울한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정 먹고 싶으면 어쩌다 한 번씩 먹으면서 적응기를 거치더라도 궁극적으로 vegan으로 갈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 ^^

      근데 질문! vegan 발음이 '비건'이야? '비전'?

  2. pearl 2010/03/01 17:44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오우~이렇게 자세한 후기를 남겨주다니..고마워!! 난 고기를 싫어하지 않는데 고기 냄새에 좀 예민한 편이어서 모든 고기를 언제나 맛있게 먹질 못해. 그러다보니 네가 말하는 고기 누린내가 확 퍼지면서 괴로웠다는 게 무슨 말인지 실감이 팍팍 나네. 삼겹살 쌈 싸 먹는 자리--오밤중에 듣기만 해도 맛있겠다. ㅋㅋ

    하와이에는 미국 서부처럼 비건(나도 처음에 저걸 어떻게 읽는지 난감했었어!)과 베지테리언들이 엄청 많어. 웬만한 음식점에서는 다 비건 요리까지 준비해 놓았더라고. 그러니 결론은...여기 놀러오라고!! 내가 비건 음식으로다가 풍성히 대접할게!! *^^*

    리나 멋져!

    • BlogIcon Heraus 2010/03/05 02:12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우앙! 멋진 걸!! 아무 식당이나 가서 비건음식을 시킬 수 있다니.
      하와이 얼른 가고싶당... ^^

      채식주의자가 서부에 많구나. 흠흠. 처음 알았어. 알려줘서 고마워. ^^

  3. asuwish 2010/03/02 20:21 댓글주소 | 수정 | 삭제 | 댓글

    리나양 잘 지내? 채식이라니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이구만.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소..
    나도 올해는 봄엔 꼭 계룡산도 한 번 올라가고 여름엔 서당도 들어가고 그랬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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