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오츠 슈이치 저/황소연 역 | 21세기북스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인가?
어제 문구류 사러 홈플러스에 갔더니 도서코너에 눈에 잘 띄는 곳에 따로 전시돼 있었다.
같이 전시된 책들은 역시 장안의 화제 '아이의 사생활' '그건 사랑이었네' 등등...
목차는 이렇다.
첫 번째 후회,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두 번째 후회,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세 번째 후회,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네 번째 후회,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다섯 번째 후회,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여섯 번째 후회,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일곱 번째 후회,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
여덟 번째 후회,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아홉 번째 후회,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열 번째 후회,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열한 번째 후회,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열두 번째 후회, 고향을 찾아가보았더라면
열세 번째 후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맛보았더라면
열네 번째 후회, 결혼했더라면
열다섯 번째 후회, 자식이 있었더라면
열여섯 번째 후회, 자식을 혼인시켰더라면
열일곱 번째 후회, 유산을 미리 염두에 두었더라면
열여덟 번째 후회, 내 장례식을 생각했더라면
열아홉 번째 후회, 내가 살아온 증거를 남겨두었더라면
스무 번째 후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스물두 번째 후회, 건강을 소중히 여겼더라면
스물세 번째 후회, 좀 더 일찍 담배를 끊었더라면
스물네 번째 후회, 건강할 때 마지막 의사를 밝혔더라면
스물다섯 번째 후회, 치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막상 책 내용은 기대보다 얄팍해서, 목차 읽으면 70% 읽은 것이다.
게다가 기질적으로 삶과 죽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 편이라
이 책을 사고싶은 생각은 별로 안 들었다.
어쨌든 책의 목차를 읽으면서 참 감사했다.
나는 참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고, 많은 것들을 일찍(?) 깨달은 사람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열심히 하고 있으며
이제라도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내 마음에게 주의깊게 물어보며 결정한다.
겸손이나 친절은 내가 추구하는 덕목에 들며
가톨릭 신자로서 고해성사하기 귀찮아서라도 나쁜 짓은 덜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꿈을 꾸고 있으며, 이루려고 노력 중이기도 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전보다 조금씩 더 터득해 가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만나고 싶은 사람... 기억에 남는 연애... ^^
고향... 내 고향이라면 대치동인데 아주 가끔 찾아가지. 그 삭막한 동네도 고향이라고 가면 기분이 좋다.
맛있는 음식 많이 먹고 있으며
결혼은 할 것이고 ^^ 자식도 낳을 것이고... ^^ 혼인여부야 내 알 바 아니겠고 -_-;;
유산이나 장례식에 대해... 미리 생각해 두어야겠군 ^^
삶과 죽음의 의미나 건강의 소중함에 대해서는 열여덟 살 때부터 천착했고
담배는 열여덟에 -_-;; 끊었고...
하여튼 그렇다.
참 감사하다.
그리고 나에게 이런 것들을 가르쳐준
내 주변의 죽은 사람들에게 감사해요...
나에게 이런 것들을 가르쳐 주어서...
물론 내 허락 없이 죽은 사람들은 참 밉기도 하지만
죽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지만
일어난 일에 대해 투덜대고 가슴을 친들 무엇하리...
거기서 또 감사할 것들을 찾아낸다면 인생은 남는 장사인 걸.
아, 지금 생각해 보니 이상하다.
홈플러스에서 봤을 땐 마지막 목록이 '神을 알았더라면'인가 뭐 그런 항목이었고
그걸 보며 나는 신앙이 있으니 참 감사하다고 생각했었는데
yes24 에서 긁어온 이 목차에는 그게 없네...
흐음...
아무튼, 이 책 생각하면서 오늘 참 많이 감사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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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어지간한 승냥이인지라 연아의 올림픽을 기다리며 기도도 좀 하고 마음도 졸였다.
김연아가 준비한 만큼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 보이고
그에 합당한 평가를 받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파와, 사대륙 대회 때에 있었던 몇몇 시끄러운 사태들 때문에 더 마음 졸였다.
쇼트 땐 완전 승냥이 아줌마 -_-;; 아트걸네 집에서 아트걸이랑 같이 속태우며 보다가
트리플 플립 랜딩을 보며 '아 이제 됐어!!' 하며 한숨을 내쉬었고
스텝 마지막에 살짝 삐끗했지만 연아가 여유롭게 엔딩포즈를 취하는 걸 보고선
아트걸이랑 얼싸안고 환호했다.
프리 땐 연아가 속한 4그룹 웜업이 시작했을 때부터
무릎꿇고 앉아 주모경만 계속 외웠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쉴 새 없이, 소리내서.
연아가 마지막 스핀을 다 돌고 엔딩포즈를 취하고 두 손을 뻗어 승리의 제스처를 취할 때까지.
울먹이며 인사하는 연아를 보면서는 '감사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150점대의 놀라운 점수가 뜨는 것을 보고서는 아트걸에게 전화를 걸어 기쁨을 나눴다.
연아가 준 그 감동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선수의 팬으로서 몇 년간 연아에 대해, 또 피겨에 대해 알아가면서 겪어온 마음의 여정
단순히 예쁘고 아름다운 연기 때문만이 아니다.
온갖 역경을 이겨내며 성장하고 노력의 열매를 맺어 가는 진실한 한 사람의 삶이 주는 감동
그 감동으로 인해 정확하게 띠동갑 동생인 그를 존경하게 되었고
나 자신도 아닌 그가 올바른 평가를 받기를, 그가 행복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성취하기를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
그 원하던 것이 이루어졌을 때 마음에 퍼지던 기쁨! 아아 감사합니다!!
* 올림픽이 끝나고,
방정맞은 국내 언론들은 별 희한한 소리들을 쏟아내는데
연아는 으레 그랬듯이 그런 것 따위 신경도 안 쓰는 대인배 포스를 발하며
월드 준비하러 토론토로 돌아갔다.
월드 때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늘 그랬듯이 연아가 자기 마음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자기 기량을 다 펼쳐보였으면 좋겠고
심판들이 그것에 합당한 평가를 내려 주면 좋겠다.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기만 한다면 연아는 당연히 금메달을 따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올림픽 금도 땄는데 월드에서 금을 따지 못해도 좋다.
그저 연아가 월드까지 기분좋게 치르고 이번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연아가 한동안 선수 생활을 쉬었으면 좋겠다.
너무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피겨선수 생활
늘 절제되고 성취지향적으로만 살아온 생활
이제 한동안은 좀 접고 편하고 밝게, 나이답게 살아 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쉬고 놀아보다가
아무래도 피겨선수생활이 못내 그리우면 그 때 돌아와도 좋겠지.
하지만 적어도 얼마간은, 한 시즌만이라도, 좀 쉬었으면 한다.
더불어 승냥이질에도 좀 휴식기를 가졌으면 한다. -_-;;;
맨날 대회 때마다 연아를 방해하는 세력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혹시라도 무슨 일 날까 봐, 혹시라도 이상한 판정이 날까 봐
마음 졸이고 핏대 세우는 거, 피곤하다. -_-;;;
연아가 한 시즌이라도 선수생활을 쉰다면
승냥이질도 한 시즌이라도 쉴 수 있다... -_-;;
승냥이질이 경지에 이르지 못하고
"자랑스런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터, 타는 족족 금메달 김연아" 정도의 인식에 머무르는 사람은
뭘 해도 1등인데 왜 은퇴설이 나도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래 연아가 몇 년 더 선수생활을 한다면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은 몇 년 더 메달을 확보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라고 연아에게 선수생활을 연장하라고 강요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나도 연아가 올림픽 금을 따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그건 한국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한국이 이기기를 원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연아가 13년동안 자기의 온 생을 희생하며 준비해온 꿈이 이루어지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 꿈을 이루었으니
이후의 일은 연아가 연아맘대로 연아에게 가장 행복한 방향으로 선택하기를 바란다.
특히 평범한 사람인 나는
연아 스스로 그렇게 바라 마지않는 '평범한 행복'들을
연아가 단 몇 달만이라도 누려보면 좋겠다 생각한다.
*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나는 옆나라 띠동갑 피겨선수도 잠시 피겨를 접고 딴 걸 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승냥질을 깊게 하다 보면 이 선수를 좋아하기는 어렵다.
기술 보는 눈이 늘고 피겨에 관한 지식이 정확해질 수록
이 선수가 터무니없이 고평가 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다른 선수들에게 돌아가야 마땅할 상을 자기가 가져가는 적도 한두 번이 아니며
그 피해자는 주로 내가 좋아하는 선수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터뷰를 통해 나타나는 선수로서의 마인드도... 좀 후지다.
그래서 한국에서 이 선수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은 대략 세 부류인 듯하다.
피겨팬이 된지 얼마 안 돼서 기술 보는 눈이 없고 승냥이들이 이 선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오로지 편견과 반일감정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순진한 사람들, 남들이 좋아하는 사람에 안티를 선엄함으로써 존재감을 느끼는 사람들, 자기는 친일파라는 것을 내세움으로써 존재감을 느끼는 사람들.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내가 말하는 건 큰 부류를 형성하는 사람들은 이런 듯하다는 것이다.
나도 이 선수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선수가 '아깝다'는 생각은 한다.
그도 젊고 예쁜 사람이며 어린 시절부터 자기 꿈을 향해 쉼 없이 달려온 선수다.
그리고 상당히 뛰어난 스케이터이기도 하다.
이 선수 어릴 적의 동영상들을 보면 참 예쁘고, 그 나름의 감동도 선사해 준다.
이 선수도 자신을 잘 갈고 닦는다면 훨씬 아름다운 스케이팅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니 나는 이 선수도 기술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많이 좀 성장해 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 선수에게 필요한 성장은
본인을 위해 지어진 전용 연습링크 안에서 늙은 러시아인 코치랑 붙어 있는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선수가 한동안 스케이팅을 접고 다른 일을 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서, 어릴 때부터 이름난 선수가 갖는 프리미엄 같은 것 없이 쌩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워가는 경험도 다시 해 보고, 남자랑(혹 자기 성적 취향이 아니라면 여자랑) 연애도 제대로 해 보면서 감정의 폭풍도 경험해 보고, 대학 공부도 열심히 해서 여러가지 교양과 지식을 쌓고... 그런 시간을 가져 보았으면 좋겠다.
그러고 나서 링크로 돌아와 주면 좋겠다.
지난 그랑프리 1차 프랑스 대회 때 점프를 말아먹은 그에게 2차 러시아 대회 때는 코치가 '저스트 두 잇!'이라고 윽박질렀다나... 그러나 '저스트 두 잇'은 그렇게 윽박지를 때 써먹을 적절한 말은 아니다. 그가 말아먹은 그 점프를 가다듬으려면 되건 안 되건 그저 달음박질쳐 가서 뛸 일이 아니라 체중을 조절하고, 근력을 키우고, 스피드를 높이고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한 일년이라도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것을 배우고 나면 그녀도 그런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에 대한 고려 없이 '저스트 두 잇'이라고 윽박지르고 '이번 시즌의 주제는 극복'이라면서 자신을 문제덩이 취급하는 코치랑은 미련없이 결별할 줄도 알게 될 것이다. 사랑에 빠져 하늘도 날아보고 심연을 더듬으며 울어보기도 하고 나면 그녀도 표정연기란 걸 할 줄 알게 될 것이다. 음악도 조금 느낄 수 있게 되겠지. 자신의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을 선택하고 그 음악에 몰입하여 안무를 소화해낼 줄도 조금은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가 진정 아름다워졌으면 좋겠고, 아름다운 스케이팅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게 되면 좋겠다. 아름다운 것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지 않겠는가!
물론 이런 한가한 구상을 맘놓고 할 수 있는 건
연아가 올림픽 챔피언이 되었기에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인 것도 사실이다.
그 전엔 이 선수도 정신차리고 고유의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혹시 이 선수가 그러다 진짜로 발전해 버리면 우리 연아의 메달을 뺏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맘놓고 축원해줄 수가 없었다. >.<
* 연아 후의 한국 피겨는...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이 성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당장 한두 시즌만에 연아급의 선수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사실 연아가 은퇴한다면 나는 피겨에 대한 관심수위를 많이 줄이고 싶다.
왜냐하면..
피곤하니까. -_-;;;
내 일로 신경쓸 시간도 모자란데.
어쨌든
연아처럼, 금메달을 당연히 가져가야 할 실력인데
자꾸 외부요소들 때문에 부당하게 저평가 당는 선수를 보면서
마음 졸이고 분노하고
그럴 일은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그대신 세계적으로도 웬만큼 인정받는 선수들의 층이 두텁게 생겨서
그냥 맘편히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성장을 축하하고
그냥 그렇게 가끔 경기 동영상을 즐기며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면 나는 골수 승냥이는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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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2월 17일 수요일은 '재의 수요일'입니다.
재의 수요일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을 앞두고
광야에서 40일동안 고난을 받으셨던 예수님을 기억하며
경건하게 지내는 기간인 '사순절'의 시작입니다.
이 날 사제들은 나뭇가지를 태운 재를 신자들의 머리에 얹어주며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시오'라고 말해 주는 특이한 전례를 수행합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저는 88년에 가톨릭 신자가 된이래로20년 넘게 단 한 번도
재의 수요일 전례에 참여해본 적이 없네요. 말로만 들었지.
이번에도 어김없이... 수요일 맥진 강의를 들으러 서울 가는 관계로 불참입니다. -_-;;;
* 사순기간에는 예수님의 고통에 동참하며,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의미로
주님께 봉헌하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절제하곤 합니다.
담배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기간에 금연 금주를 시도하시기도 하고요..
저는 2007년 사순기간에 캔음료와 자판기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을 생각해서요.
2008년과 9년엔.. 별다른 걸 시도하진 않았습니다.
2008년에는 유급당한 인생을 수습하느라 정신없었고
2009년에는 가슴에 모래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 이런 기특한 생각 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어쨌든 그 때는 그 덕분에 성서공부를 시작했었지요. 그 해 부활미사 때의 특별한 기쁨을 기억합니다. ^^
이번 사순기간에 저는 완전 채식을 실천해 보려 합니다.
4월 3일의 부활절까지 40일간요.
멸치국물, 계란, 유제품도 모두 끝입니다.
다만 젓갈이 들어간 우리집 김치만 예외적으로 먹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젓갈없이 김치를 따로 담가 먹어보려 했는데
그건 도통... 게다가 제가 그렇게 하면 우리집 김치는 갖다 버려야 될 지도...
전부터 여러가지 이유로 채식의 정신에 공감은 하고 있었고
한의사 될 사람으로서 적어도 한 번 체험은 해 봐야 하겠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된장국 하나를 끓여도 멸치다시가 들어가고 김치에도 젓갈이 들어가는 한국식문화에서
완전한 채식을 실천하기는 상당히 정성이 들어가는 데다가
좋아하는 입맛을 포기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 실천은 못해보고 있었습니다.
한동안은 그냥 잊고 지내고있다시피 했는데
최근에 건강 문제로 현미밥 채식을 고려하고 있었거든요.
현미밥은 이미 먹기 시작했고
완전채식을 지속적으로 평생은 못하더라도 적어도 한 달 정도 실행은 해보자고 맘먹은 차
마침 달력에서 재의 수요일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합니다.
그냥 나 혼자만의 이유로 입맛을 절제하는 건 고통스러울 뿐이지만
예수님께 봉헌하는 마음으로 진행해 나간다면
그건 훨씬 아름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한국음식은 채식 위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우리의 요즘 식생활을 살펴보면 의외로 동물성 식품 섭취가 많고요
멸치다시 국물, 젓갈로 양념한 김치, 새우젓으로 간한 호박나물 등등
채식인듯 완전채식이 아닌 음식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채식하려면 직접 조리하고 도시락 싸갖고 다니는 게 거의 필수입니다.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엄마와 함께 사는 저는 엄마께 부담도 드릴 수밖에 없고요...
하지만 그냥 밝은 마음으로
한 번 해 보려고 합니다.
잘 되었으면 좋겠고
이 경험을 통해 내가 또 한 걸음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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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천주교 세례를 받았다.
세례명은 마리나이다.
천주교인들은 세례를 받을 때 성인들의 이름을 딴 세례명을 짓는다.
그 성인의 삶을 닮아가고자 하는 의미도 있고,
그 성인에게 우리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전구를 청하는 의미도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성인이 있으면 따라 짓거나,
어떤 의미를 두고 그 의미에 맞는 성인의 이름을 찾기도 하는데
그런 게 따로 없으면 보통 자기 생일과 세례명의 축일(모든 성인은 그를 기리는 축일이 정해져 있다)이 비슷하거나 같은 이름 중에서 고르기도 한다.
그리고 초등학생 소녀들은 세례를 받을 때
예쁘고 특이한 이름을 고르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다.
나의 세례명은 마지막의 두 가지 이유에 따라 선택한 이름이다.
게다가 좀 특이한 나의 원래 이름과 발음이 비슷하기까지 했다.
어릴 때는 내 이름이 예쁘고 특이하고 흔하지 않아서 좋았다.
(아직까지 같은 세례명 못 봤다. 같은 이름의 남자버전인 '마리노'는 한 사람 봤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좀 아쉽다.
의미에 대해 전현 생각하지 않고 지은 이름인데
나이들고 신앙이 내 삶에서 점점 중요해질 수록,
의미 면에서 탐나는 이름들이 눈에 많이 띄는 것이다.
이를테면 바다의 별 '마리 스텔라'라거나,
사랑의 성녀 '스콜라스티카'라거나,
학자이자 예술가이자 치유자이자 기타등등 '힐데가르트'라거나....
* 오늘, 재미삼아 내 이름을 가진 성인들에 대해 찾아봤는데,
본래 내 이름인 7월 18일 축일의 마리나에 대해선 짧게 '스페인 오랑스의 순교자'라고만 나와 있다.
그런데, 2월 12일이 축일인, 같은 이름의 성녀의 스토리는 이렇다.
"비티니아의 에우제니오란 사람의 딸이다. 그녀의 부친은 홀아비 생활을 청산하고 수도원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얼마가 지나자 친척집에 맡겨둔 어린 딸 마리나 생각에 마음이 헷갈리게 되자, 원장에게 그 아이는 마리노라는 남자 아이이니 자신과 함께 수도원에서 살게 해달라고 청하여 허락을 받았다. 그녀는 부친과 사별할 때까지 그러니까 17 세 때까지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그 후에도 그녀는 남자 수도자로서 계속하여 생활하다가, 어느 여인숙 주인의 딸이 마리노가 자신에게 임신시켰다고 소문을 퍼뜨렸다. 이때문에 그는 수도원 문밖에서 걸식을 하며 살았는데, 그 처녀는 아이를 낳아서 마리노의 아들이니 돌보라고 주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침묵으로 일관하며 끝까지 인내하였다. 5년 후, 원장은 마리노의 놀라운 인내와 겸손을 인정하여 5세 된 아들과 함께 수도원에서 다시금 살게 하였으나, 매우 힘든 일만 시켰다. 그 얼마 후 마리노는 운명하여 시신을 수습하던 중에 그가 여성임이 밝혀진 것이다. 원장 이하 모든 수도자들과 시민들이 그녀의 위대한 용덕과 인내심을 찬양하였고, 엄숙한 장례가 거행되었다."
간혹 라틴 계열의 이름은
어말의 모음을 여성형으로 바꿔 남자 성인의 이름을 여자 세례명으로 쓰기도 한다.
그래서 같은 이름의 남자버전 '마리노'도 찾아보았다.
역시 길게 언급되지 않은 이름들이 많은데 하나가 또 눈에 띈다.
"4세기경 은수자 몬떼펠트로
마리노는 달마씨안 해안의 사람으로 채석공이다. 리미니의 성체를 재건한다는 소문을 듣고 다른 석수 성 레오와 함께 그곳에 가서 몬떼 띠타노의 채석장에서 일하였다. 그들 가운데에는 크리스챤이란 이유만으로 중노동을 하고 있던 일당의 신자들이 섞여 있었다. 마리노와 레오는 그들을 위로, 격려하면서 또 다른 개종자들을 얻고 있었다. 그 후 성 레오는 리미니의 주교로부터 사제로 서품되어 몬떼펠트로로 갔고, 성 마리노는 부제가 되었으나 그전의 석수일을 계속하였다. 12년 동안 그는 수로공사 일을 하면서, 뛰어난 기술자일 뿐만 아니라 신자 노동자의 모델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불행한 일이 발생하였으니, 달마씨아의 한 여인이 그를 자기 남편이라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즉시 부인하지 않고, 가만히 물러나서 몬떼 띠타노로 가서 숨어 살았다. 그 후 그는 계속하여 은수자 생활을 하며 여생을 지냈는데, 그가 살 았던 곳을 중심으로 하여 오늘의 산 마리노 도시가 탄생한 것이다"
흠. 혼인 문제로 엮이는 게 이 이름의 운명인가?
어쨌든 내 이름은 7월 18일이 축일인 마리나가 맞다.
그녀의 순교 스토리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어 아쉽지만
어원적으로 '바다'를 뜻하는 내 이름은 (통영에 '마리나' 리조트라고 있잖습니까...)
가톨릭에서 흔히 '바다의 별, 항해하는 자의 길잡이'로 비유되는
신앙의 모범, 성모 마리아님의 별칭이기도 하니,
어쨌든 좋은 이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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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似而非: 같을 사, 말이을 이, 아닐 비.
異端: 다를 이, 끝 단.
사이비는 비슷하나 아닌 것이고, 이단은 끝이 다른 것이다.
사이비라는 단어 뒤에는 응당 '종교'가 붙어야만 할 것 같고
'이단'이라고 하면 어쩐지 기독교와 관련된 듯한 느낌이 들지만
원뜻으로 풀어보면 꼭 그런 건 아니다.
중국 송대의 유학자 주자는 '대학장구 서'에서 불교와 도교를 '이단허무적멸지교 - 끝이 다른 허무와 적멸의 가르침'이라고 칭했다. 유학만이 진정한 길에 대한 가르침이요, 불교와 도교는 일견 옳은듯해 보이지만 그 끝이 엉뚱한 데로 가는 가르침이라고 본 것이다.
* 1월 연수봉사와 연수로 정신이 없던 와중에
연수봉사를 한 차수 끝내고 집에서 정신없이 자고 쉬고 있던 어느 날
'설문조사를 하겠다'며 집에 들어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말한 '설문지'란 것은 나이와 종교 같은 것을 묻는 맨 위의 문항을 빼고는
이상한 질문들을 담고 있었다.
성경에 *** 내용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하나님께서 직접 세우신 교회가 있다면 가보시겠습니까?
적어도 사람들의 의견을 동향을 살펴 통계처리 후 자료로 활용하려는 목적의
일반적인 '설문조사'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엄마가 이런 사람들을 애초에 집에 들이신 것은,
2인1조였던 그들 중 한 명이 화장실을 가게 해 달라고 간곡히 사정했기 때문이다...)
정중하게 나가 달라고 했다.
난 성당 열심히 다니고 성경도 열심히 읽고 구원에 대한 확신도 있으니 당신들이 이럴 필요 없다고.
게다가 성경연수 진행하느라고 며칠동안 잠도 못 자서 쉬어야겠다고.
계속 뭔가 이야기하려고 하던 그들은 마침내 포기하고
인쇄물 한 부를 주면서 간곡히 이거라도 읽어보라고 말하고 나갔다.
그들이 준 인쇄물은 빠닥빠닥한 아트지에 컬러인쇄된 8쪽짜리였는데
제목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말, 어머니" 였다.
누구라도 혹할 제목. 온인류의 약점 엄마를 걸고 넘어지는군.
게다가 엄마 가슴에 안긴 젖먹이의 사진이 배경으로...
인쇄물 내부의 내용은 성경의 애매한 구절들을 들어가며
하나님은 '하나님 아버지'와 '하나님 어머니'가 있는데
'하나님 어머니'가 주는 '생명수'를 마셔야만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쓰여있었다.
마지막 페이지의 결론으로 그들의 집단이 어떤 곳인지 의문이 싹 풀렸다.
"하나님 어머니는 재림예수의 신부입니다."
아하, 어떤 여성교주께서 재림예수의 신부를 자처하며 생명수라는 것을 팔고 계시군요.
엄마, 아빠, 남녀차별, 이런 문제에 대해서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주로 혹 하겠지...
이건 끝만 다른 '이단'이라기보다는, 비슷하나 전체적으로 다른 '사이비'라 보는 게 낫겠다.
진심으로 그 사람들이 불쌍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진리를 위해 봉사하며
예수를 위해 핍박받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 최근에 어떤 분께 들은 바에 의하면
'사이비 종교' 교리 만들어주는 업자도 있다고 한다...
돈 주고 거기서 만들어준 교리 사서 공부해서 신도들을 모으고 활동하면 된단다...
허걱.
이런 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는 건가.
그런 업자는 아마도 고학력자이거나 적어도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겠지..
좋은 머리로 참...
* 사이비 종교 취재를 오래 했던 시사잡지 기자 선배가 있다.
선배는 모든 '사이비 종교'가 1대 교주와 그 핵심 추종세력이 죽고 나면
종교 자체의 순기능을 수행하는 '보통 종교'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적 있다.
그는 그러면서 주류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흔히 지목되는 한 종파를 예로 들었다.
과연 그 종파의 1대교주는 죽은지 무척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 종파는 지금 사회적인 해악을 마구 끼치고 있지는 않다...
종교의 순기능?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에 한 줄기 희망과 위로를 주고, 사후세계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것,
정도가 종교의 순기능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렇기만 하면, 다 괜찮은가?
어려운 문제다.
종교는 그 종교를 믿는 사람에게는 진리이고 사실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가설이고 이야기일 뿐이다.
나는 내 종교가 진짜 진실이고 사실이며,
그러므로 '사이비' '이단'들은 가짜이고 거짓말이고 혹세무민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내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내 종교도 역시 가설일 뿐이다.
그들에게 내 종교는 가설이라는 점에서는 내 종교의 '사이비'나 '이단'들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보편적인 정의개념(그런 게 존재하냐고 물으면 또 답하기 어렵지만..)에 위배되거나
얼토당토 않게 누군가를 신격화하거나
과도한 기부와 헌신을 강요하거나
가입은 자유롭되 탈퇴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면
그건 확실히 문제있는 집단이라 볼만 하지 않은가...
* 아무튼, 자기들의 '어머니'를 위해 이 추운 날 문전박대를 자처하며 떠도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들을 위해 무슨 기도를 해야 할까요? 정신차리기를? 잘 빠져나오기를? 모르겠어요 하느님. 더이상 하느님 팔아 장사하는 사람들이 안 생겼으면 좋겠고, 그 불쌍한 사람들이 그대로 죽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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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일 밤에 오빠집에 들어갔다.
오빠집 초인종은 소리가 너무 작아서 사람이 온 줄 잘 모르는데
초인종을 누르면서 집안의 화상 인터폰이 켜지는 것을 별이 보고
고모가 온 것을 제일 먼저 알아차렸다.
고모 왔다고 좋아하는 별.
잘 준비 다 해 놓고,
고모랑 같이 잘 거라고 네모난 쿠션 두 개를 나란히 놔뒀다.
아이구 이쁜 울 조카!!!
얼른 씻고 화장 지우고, 옷 갈아입고 같이 자자고 누웠더니
별이 아쉬워 한다.
"고모 왜 깜깜한 밤에 와서~, 책 못 읽잖아!"
아 미안해 별. 다음엔 환한 낮에 와서 별이랑 재미있게 놀게.
그래도 막무가내로 떼쓰고 옛날옛날에 해 줘, 책 읽고 잘 거야, 그러질 않는다.
제 엄마가 '옛날옛날에 안 하고 자기로 했지? 책은 아까 다 읽었지?' 하니까
그대로 수긍한다.
에고 이뻐라.
* 2009년엔 별이 지 아빠랑 결혼한다고 하고, 나랑도 결혼한다고 하고 그랬다.
추석 무렵엔 나에게 전화해서 '여보여보여보'만 연발하며 키득거리다 끊은 적도 있었다.
2010년 1월 1일에 별은 진기랑 결혼한다고 했다.
오빠 표현에 의하면, 제 아빠가 유부남이란 걸 알아챘다.
"아빠랑 결혼하자!"
"벌써 결혼했잖아!"
"고모랑 결혼하자!"
"여자끼리 결혼하는 거 아니야!"
"별아, 그럼 별이가 진기랑 결혼하면 고모는 누구랑 결혼해?"
"OO씨..."
푸하하. 시옷 발음도 잘 안 되는 녀석이 OO씨인지 OO띠인지 애매한 발음으로 수줍은 눈웃음을 살살 흘리며 대답하는 것이 어찌나 귀엽고 웃기던지...
2월 2일 밤, 별의 유치원 친구들 이야기가 나왔는데
결혼하겠다는 친구가 바뀌어 있었다. 진기가 아니고.. 한 번밖에 못 들어서 이름이 기억 안 나는 새로운 친구랑 결혼하겠단다. 아마도 새로 잘 생긴 남자 어린이가 들어온 걸까? ^^
뭐라고 대답할까 궁금해 물어봤다.
"별아, 고모는 누구랑 결혼해?"
"대전할머니!"
"여자끼리 결혼하는 거 아니잖아!"
"아는 남자 누구 있어?"
ㅋㅋㅋ
"OO삼촌도 있고, XX삼촌도 있고..."
"OO삼촌이랑 결혼하면 되겠네."
"그럴까?"
"근데 고모 공부해야 되는데 결혼하면 어떡해?"
핡! 다섯살짜리, 11월생이라 4살이라 해도 안 억울할 녀석이 이런 소릴!!!
"뭘 어떡해? 그냥 결혼하고도 공부하면 되지."
"애기 낳으면 애기침대에 눕히고 누워있어야 돼."
헉. 100일 갓 넘은 제 동생 낳았을 때 제 엄마가 병원 침대에 누워있던 게 녀석에게 그렇게 강렬했나 보다.
"그래? 그럼 공부 끝날 때까지 애기는 낳지 말아야겠다."
"엄마 되면, 내 고모는 없어지잖아."
별, 그런 건 누가 얘기해 준 거야?
"고모가 애기 낳고 엄마 돼도 별이 고모는 별이 고모지!"
라고 대답했지만, 사실이 그렇다. 결혼하고, 애까지 생긴다면
나에게 별의 우선순위는 밀릴 거다.
그럴 수밖에 없다.
녀석, 벌써 그런 걸 다 아는 거야?
하지만 별, 너의 '첫조카'빨도 결코 만만치 않을 거야.
고모 애기도 네 동생이야.
그런 건 아니? ^^
* 2월 3일 아침, 별을 유치원에 데려다 줬다.
전에는 고모가 오면 유치원 안 가고 고모랑 놀려고 별 수를 다 쓰더니
오늘은 안 그런다.
엄마가 휴직하고 집에 있어서 그런 건지
(전엔 엄마가 출근하고 없을 때 고모랑 유치원에 갔었다..)
아니면 유치원 가는 일상을 더 순순히 받아들인 건지
혹시 유치원 가는 게 더 좋아진 건지 그건 모르겠다.
추운 날씨에 대비해 두꺼운 옷을 껴입고, 목도리도 하고 귀마개도 하고
빵빵한 별의 볼따구에 빵빵한 귀마개가 흘러내려와 귀여워 죽겠다!!!
유치원 앞까지 왔을 때 별이 요구한다.
"별이 유치원 끝날 때 고모가 데리러 와!"
"고모 오늘 공부하러 가는 날이라 못 와.
다음에 공부 안 하는 날 별이 유치원 끝날 때 데리러 올게!"
"그럼 누가 와?"
"엄마나 할머니가 오실 거야!"
예쁜 별, 유치원 들어가면서 고모에게 뽀뽀해 주었다.
에고 이뻐. ^^ 뽀뽀 고마워! 사랑해!
* 2월 3일 밤. 이 날은 전날보다 오히려 더 늦게 왔다.
10시가 넘은 시각...
이 날도 역시 별이 인터폰 켜지는 것을 알아채서 문을 열어줬다.
고모 왔다고 좋아하던 것도 잠시.
전날처럼 재빨리 화장 지우고 씻고 갈아입고 제 방에 눕자
별이 방에 들어오더니
가까이 오지도 않고 선 채로 말한다.
"고모, 별이 어른없이 혼자 자도 되니까 고모 다른 방에서 자!"
웬 날벼락이여. 다 누웠는데 어느 방에 다시 이부자리를 펴라고.
"고모는 혼자 못 자. 별이가 재워줘야 돼."
"왜? 어른인데 왜 혼자 못 자?"
"(헉!) 어른이지만 고모는 고모집에서는 혼자 잘 수 있는데 지효집에선 혼자 못 자. 지효가 재워줘야 돼."
"고모 컴퓨터 방에서 자!"
"별이야 고모한테 화났어?"
별, 대꾸 없이 커텐 뒤로 쏙 숨어버린다.
화났구나.
"별이야, 이리와 봐. 고모한테 화났어? 고모가 들어줄게. 말해 봐."
그래도 화 났단 소린 안 한다.
"별이 고모한테 화났구나! 고모랑 책도 읽고 놀고싶은데, 고모가 깜깜한 밤에 와서, 못 놀고 바로 자야 돼서 화났어?"
내가 핵심을 딱 꼬집어 말하니
그제야 별이 커텐 뒤에서 나와 이불 위에 앉으며 대답한다.
"섭섭했어."
끝까지 화났다는 말은 하기 싫은가 보다. 에융, 요 녀석.
"미안해 별아. 고모가 다음에는 꼭 환한 낮에 올게. 별이 유치원 끝날 때도 데리러 가고, 환한 낮에 와서 책도 읽고 재미있게 놀자! 그러니까 오늘은 별이랑 같이 자게 해 주세요!"
이리하여, 무사히 별의 방에서 잠이 들었다.
* 2월 4일 아침, 전날 저녁, 내가 귀가하기도 전에 별이 고모에게 아침에 읽어달라고 하겠다고 골라놓은 '공룡유치원' 책 세권을 읽어주고, 같이 아침을 먹고, 어제처럼 별을 꽁꽁 싸매고 귀마개와 모자까지 씌워서 같이 나왔다.
지난번에 내린 눈이 아직도 다 녹지 않고 길가 군데군데 무더기져 남아있고
거기서 튀어나왔는지 주먹만한 얼음덩어리가 하나씩 길에 구르고 있다.
개구쟁이 별, 얼음덩어리가 보일 때마다 가서 한 번씩 짓밟아준다.
길가 하수도 덮개 위로 눈더미가 주저앉아 얼어붙은 위로 별이 걸어가려고 해서
미끄러지니까 하수구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하수구가 뭐야?"
"더러운 물이 모여서 더러운 물을 다시 깨끗하게 하는 곳으로 흘러가는 거야."
"그럼 다시 써?"
핡, 별, 너 진짜 똑똑하다.
"더러운 물을 깨끗하게 해서 강물로 다시 흘려보내면 강하고 바다로 흘러가다가 다시 구름이 되고 구름이 무거워지면 비나 눈이 돼서 내려오는 거야. 그러면 우리가 그 물을 다시 쓰는 거야. 그러니까 물을 더럽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돼."
아, 대화의 앞뒤흐름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별은 이미 '구름이 무거워지면 눈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 별은 아기 때부터 스킨쉽에 대해 좀 시큰둥한 편이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아기였을 때는 안아주거나 뽀뽀해주는 것을 오히려 귀찮아하는 듯했다.
그런데 요즘은 안거나 뽀뽀하는 것이 사랑의 표현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는 듯하다.
이틀 연속,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나서 빠이빠이하는 고모에게 제가 먼저 뽀뽀를 해 주어서
별과 뽀뽀하는 게 너무 좋은 고모는 어찌나 기분이 좋았는지... ^^
* 별, 너무 똘똘한 어린이가 되었다.
별의 동생도 곧 움직이고,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고, 어린이가 되어 가겠지...
별의 동생에 대해서도 이런 포스팅을 올리게 될까?
글쎄...
별, 그러니까 너의 큰아기빨은 엄청난 거야!!!
행복하게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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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달레나 공동체의 2월 뉴스레터를 읽다가, 전에없이 절박한 사연을 보고 혹시라도 이 곳에 도움이 될까 내 블로그에 옮겨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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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태원 사랑방입니다. 2010년을 맞아 저희는 아주 일복이 터졌답니다. 어떤 사연인지 궁금하시죠? 이제부터 모두가 궁금해 하는 상담소와 이태원 사랑방의 근황을 소개할까 합니다.
요즘 상담소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운영비 부족입니다. 늘 넉넉지 못한 살림 탓에 저희 직원들은 코끝이 시린 한 겨울에도 난방비 절약을 위해 옷을 서너 겹씩 껴입어야 했었습니다. 그렇게 근근이 한해 한해를 보냈었는데, 올 겨울은 그 어느 해보다도 더 춥게만 느껴집니다. 여전히 상담소는 운영비 적자에 시달리는데, 3년간 사랑방을 후원해주던 한국 여성 재단에서도 더 이상 후원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답니다. 만성적인 운영비 부족에 허덕이던 상담소는 이제 올 1월 이태원 사랑방 월세도 어떻게 마련해야할 지 막막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태원 언니들과 막달레나공동체를 연결해주는 소중한 공간인 이태원 사랑방을 포기할 수는 없는데… 그러나 앞날은 역시 안개 속입니다.
그렇다고 여름에는 더 덥고 겨울에는 더 추운 용산 사무실과 매우 많이 작은 이태원 사무실을 당장 합칠 수도 없답니다.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지금 상담소가 마련할 수 있는 돈으로는 용산 땅 어디에서도 우리를 받아주지 않는답니다. 이 죽일 놈의 월세는 왜 이리 비싼 걸까요?
설상가상!!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태원 사랑방은 지금 비상이 걸려 있답니다. 새해 벽두부터 휴일도 반납해가며 한 언니의 똥오줌을 받아내기도 했고, 병실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청하기도 했으며,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전전하고 있답니다. 문제는 이것이 아닙니다. 건강 하나는 타고난 상담소 직원들이니까요. 몸으로 할 수 있는 건 어떻게든 하면 되니까요. 정말 큰 문제는 이 분이 구조지원사업의 지원 대상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언니는 트렌스젠더 인데요,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여성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하신 분이라는 거지요. 그래서 주민등록증의 뒤의 일곱 자리가 1로 시작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사회적 보호망에서도 사각지대에 있는데다 현재 벌이도 없고, 입원 중이시고, 가족들과의 연락이 끊긴지 20년이나 되셨어요.
이태원에서 막달레나공동체는 동네에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그래서 다른 동네 언니들도 저희만 믿고 있는 실정이에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서초여성발전기금에서 일시특별지원금도 받았고, 구청 긴급 의료비 지원도 받았으며, 순천향대학병원 직원 후원금을 받기도 했답니다. 세상이 따뜻한 곳이란 것을 느끼며 감사해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아직도 치료가 많이 남아 있어 온 상담원들이 전화통을 붙잡고 귀에 땀나도록 열심히 돈 구할 곳을 알아보고는 있는 중이지만 쉽지가 않네요. 당장 병원비 마련하는 것도 정말 큰 걱정거리입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상담소 직원 6명은 우리를 필요로 하는 언니들을 지원하기 위해, 상담소의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그리고 이태원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답니다. 또 부족한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후원자 모집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고 있는 상담소에 여러분의 도움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후원과 많은 아이디어를 보내주세요.
+후원계좌 : (사)막달레나공동체 현장상담센터. 우리은행 1005-701-430785 +후원문의 : 02-794-8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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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행복한 설 명절 되세요! 어느덧 설 명절입니다. 막달레나의집과 너른쉼터의 거실에는 올 설 명절도 지글지글 전부치는 소리와 함께 이야기 소리가 그치질 않을 거 같습니다. 오랜만에 친정집 찾듯 현관문을 들어설 반가운 얼굴들이 기다려집니다. 올 한해는 다들 평안하시기를, 행복한 시간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를 빕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 막달레나공동체 은인들을 위한 후원미사 매달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진행해 온 은인들을 위한 후원미사가 2010년 2월에는 설연휴 관계로 봉헌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점 양해바랍니다. 3월의 후원미사 안내입니다. 서로의 삶에 든든한 힘이 되고,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래봅니다. 막달레나공동체와 함께 영적으로 건강한 시간을 보내고, 함께 음식을 나누며 행복해지고자 하는 분은 누구나 환영입니다! 2월 후원미사에 뵙지 못해서 이날은 더 반가울 거 같습니다.
+일시: 2010년 3월 15일 오후 4시 +장소: 막달레나의집
3. 막달레나공동체 2010년 정기총회가 열렸습니다. 2010년 1월 27일 (사)막달레나공동체 정기총회가 막달레나의집에서 열렸습니다. 2009년 한해 사업을 정리하고, 2010년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자리에 많은 회원 분들과 후원회 임원분들께서 참석해주셨습니다. 2009년 사업실적 및 결산 심의의 건, 2010년 사업계획(안) 및 수지예산(안) 심의의 건, 정관변경의 건 등을 심의, 토론하였습니다. 총회를 마친 후 회원 분들 뿐 아니라 막달레나 식구들 모두 서유석 신부님께서 사주신 맛있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막달레나공동체는 2010년 한해도 힘차게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조언 부탁드립니다.
4. 막달레나공동체,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축하해주세요. 2009년 한 해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자활사업 씨앗기금을 마련한 저희 공동체가 드디어 자활사업장을 마련하여 국수집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국수집 운영을 위해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을 신청했는데, 1월 27일 우수한 성적으로 예비사회적기업에 지정되었습니다. 서울시로부터 참여자들의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어서 더 많은 분들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활사업장은 현재 내부 공사 중에 있으며, 3월 초에 개업을 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조언 부탁드리며, 개업날 많은 분들이 오셔서 축하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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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부금영수증 발송 여러분 새해를 잘 맞이하셨나요? 2009년을 마무리하며 너른쉼터에서는 1월 첫째주에 후원자님들께 기부금영수증을 발송했습니다. 혹시 받지 못하셨다면 02-6408-2005로 연락주세요. 지속적인 후원을 통해 너른쉼터의 비전을 세울 수 있도록 함께 해주신 후원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 너른의 일상 * 너른쉼터를 이용하는 식구가 한 분 더 생겼습니다. 법률지원을 진행하면서 직업교육을 받으려는 열정이 높은 식구입니다. 이제 사람을 신뢰하는 법을 차근차근 같이 배워나가요~ * 1월의 문화프로그램으로는 영화를 봤습니다. 가끔 있는 나들이는 생활의 활력을 주는 것 같아요. 또 헝겊인형 만들기 프로그램도 진행했습니다. 한땀 한땀 정성들여 나만의 인형을 만들었어요. * 작년부터 열심히 메이크업을 공부한 식구가 드디어 메이크업 3급 자격증을 땄습니다. 엄청난 노력으로 빚은 소중한 결과입니다. 앞으로도 화이팅이에요!
3. 검정고시 스타트! 너른쉼터의 두 식구가 이제 본격적으로 검정고시를 준비합니다. 2005년부터 너른쉼터에서 자원활동을 하시며 든든한 지지자가 되셨던 신명철 선생님이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과외를 해주실 예정입니다. 합격률 100퍼센트의 영광을 또 한 번 기대해봅니다. ^^ (자원활동 하실 선생님을 한 분 더 모집하고 있으니 함께하실 분은 연락바랍니다.)
4. 직원교육 진행 1월 28일‘고객만족을 높이는 소통’이라는 주제로, 좀 더 효과적인 상담을 위한 내부 직원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내실 있는 쉼터를 만들어가겠습니다.
 1. 상담소 시무식 2010년 새해를 맞이하여 상담소 식구들 모두 모여 홧이팅! 외쳤습니다. 올해 사업에 대한 방향과 모자란 운영비를 위해 후원금 개발을 위해 박차를 가하기로 했답니다. 여러분들도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 그리고 후원금 많이 많이 도와주세요~~~~
2. 아웃리치 실시 (사)막달레나공동체 현장상담센터는 1월 19일 이태원 클럽밀집지역 아웃리치를 하였습니다. 바디로숀과 핸드로숀을 준비하였는데요. 올해부터 이태원 사랑방에서 근무를 하게 된 김문진 상담원과 권호경 상담원이 앞으로 이태원 주민으로 함께 잘~~~ 살아 보자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3. 기도해 주세요. 지난 단신에 저희와 인연을 맺고 계신 분이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라고 기도를 부탁 드렸는데요. 그 분이 다시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너무 약해져 있는 그분을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4. 소득공제영수증 (사)막달레나공동체 현장상담센터 소득공제 영수증을 1월 발송하였습니다. 혹시라도 못 받으셨다면, 02-794-8384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1. 수신제가치국평천하 ~ 목욕관리사에 도전하다. 정말 오랫동안 자신의 직업을 위해 고민하던 식구가 드디어 ‘목욕관리’학원에 등록했습니다. 매일매일 힘들게 수업 받으면서 “제가 남들보다 빠르게 배우고 잘한데요~”라며 수줍게 웃으면서 학원에 가는 모습이 좋아 보입니다. 많이 고민한 만큼 열심히 하라고~ 오늘도 우리는 “화이팅!!” 합니다..^^
2. 꿈을 뿌리는 직장 ~ 자활지원센터 얼마 전에 비즈와이어 자격증을 취득한 ‘캣츠아이’님이 자활지원센터에 취업을 했습니다. 미디어 영상, 한땀한땀, 카페..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고 흥분된 모습으로 첫 출근 한 것이 벌써 한 달이 되었네요... 재주가 많은 손으로 조물조물 만들어 가는 악세서리들은 어떤 모습으로 웃고 있을 까요? 보고 싶습니다.^^
3. 아직까지 스무살~ 새 얼굴 막달레나의집에 새 얼굴을 소개합니다. 우리와 함께 6년 동안 밥상을 같이 했던 문진쌤이 현장기능강화사업팀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유정쌤이 새로 오셨답니다. 강한 체력과 정신력의 소유자일 것 같은(?) 유정쌤~ 우리 ‘일’ 한번 크게 내보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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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약하나,
하느님,
당신은 강하십니다.
나는 작으나,
하느님,
당신은 무한하십니다.
나약한 나를 불러
도구로 써 주시니
작은 나를 통해
당신의 일 이루시니
부서질 듯 지친 나
당신을 찬미합니다.
감사합니다, 나의 주님,
지극히 높으신 내 님이시여!
*
14~17일, 21~24일 두 차례에 걸쳐 대전교구 청년성서 창세기 연수에 봉사자로 참여했다.
두번째 연수 둘째날 밤,
모든 연수일정을 마친 후 봉사자 회의까지 마치고 나서 침방으로 돌아오니
온몸이 두들겨맞은 듯 아팠다.
극심한 운동이나 육체노동없이도, 오로지 피로만으로도 이렇게 아플 수 있구나 싶은...
"몸이 바스라질 것 같다"는 표현이 절로 떠올랐다.
옷을 갈아입고 얼굴을 씻는 것조차 힘을 짜내며 어기적어기적 겨우 마치고 이불 속으로 기어들었다.
그렇게 피곤하고 아픈데 내 맘 속에선 감사기도가 피어올랐다.
"나는 약하지만 당신은 강하십니다. 나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렇게 웃으며 잠이 들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는
"주님!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 로 시작한다.
쉽게 이 기도를 바쳤으나 실제로 도구로 쓰임을 체험하기는 처음이었다.
하느님의 도구로 쓰인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벅찬 감동을 주는 일인지...
*
나에게 신앙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고
나의 일상생활과 정신세계에서 신앙의 비중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런 나 자신에 대해 만족감과 행복감 또한 증가하고 있으나
보편적인 소통의 끈을 놓치는 건 아닐까, 라는 걱정이 조금 생기기도 한다.
아무렇거나, 중요한 건 중요한 것!
*
연수봉사를 하면서 신앙과 상관없이 얻은 것도 많았다.
나이에 비해 사람들과 더불어 '일'을 해본 경험이 적은 나에게
연수라는 '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여러가지를 배우는 기회를 주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여러가지를 성찰하였고...
또 진로에 대해서도 한 가지 판단을 하게 됐다.
최근에 졸업 후 진로를 행정이나 연구 분야로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고 있었는데
연수봉사를 경험하면서
내가 사람들을 직접 만나 도움을 주고 그들의 변화를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를 그만둘 때부터도,
그 회사의 일처럼 이 일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불분명한 일이 아니라,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는 분명히 생각했었다.
내가 인간의 성장과 치유라는 주제에 환호하는 기질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이번 연수봉사를 통해 사람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일이 나에게 생각 이상의 기쁨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행정이나 연구 분야는 더 큰 범위에서 더 많은 사람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일이지만
면대면으로 만난 하나하나의 사람들에게서 치유를 이끌어내는 일의 매력이 내겐 너무 크다.
물론 창세기 연수와 진료는 무척 다른 차원의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 근저에 놓인 나의 지향점은 결국 같다.
그리하여, 어찌되었건 첫번째 커리어는 임상한의사로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도 어디서 어떤 형태로 시작할지는 남는다.
그건 아마 졸업 때 다 돼서 혹은 졸업 후에야 결정되겠지...
*
낼모레는 탈출기 연수받으러 들어간다.
그닥 넓지 않은 공간에서 탈출기 봉사자들과 창세기 봉사자들이 마주쳤었고
함께했던 창세기 봉사자들 중 상당수가 탈출기 연수생 또는 봉사자로 또 함께할 것이라서
신선감이 좀 떨어진다. -_-;;
창세기 연수 봉사의 몇 안 되는 좋지 않은 부작용이다. ㅋ
'청년성서' 과정은 창세기, 탈출기, 마르코 복음, 요한 복음
네 가지 과정이 개설돼 있다.
원래는 부지런히 마르코 요한까지 밟아 본3까지 내 공부를 마쳐놓고
본4를 나고 나서 한의사가 된 후에 기회를 보아 봉사하는 게 내 계획이었는데
하느님 계획은 그게 아니셔서
탈출기 공부를 하면서 연수봉사를 하게 됐고
올해는 VITA 회장을 맡으면서 후배들 창세기 공부를 시키느라
내 마르코 공부는 연기하게 됐다.
아마도 본4때나 가능하지 않을까...
음... 내가 본4때 마르코 공부하는 게 하느님 뜻이라면 악명높은 재활교수가 우리학년을 비껴가겠지... ㅋ
*
신앙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성경을 읽고 공부하는 것 또한 내게 중요해져가고 있어서
그룹공부를 위해 시간약속을 정해서 나가야 할 필요가 없는
바오로딸 수도회의 통신성서 과정을 등록했다.
오늘 교재를 받았다.
3월부터 매월 답안지를 작성해 반송봉투에 넣어 보내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1년동안 구약성서를 마치게 된다.
기대된다.
'청년성서'과정은
성경을 자신의 삶에 비추어 깊이있는 묵상과 성찰을 하고
그것을 함께하는 그룹원들과 나누는 데 큰 의의가 있으며,
공부 과정 자체가 치유의 성격이 짙다.
그러나 그런 식의 깊은 성찰과 나눔을 전제로 하면서
성경을 통독하거나 단기간에 여러 부분을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한 학기 정도의 시간을 들여 성경 한 권을 겨우 끝내며,
과정 자체도 네 권에 대해서만 개설돼 있다.
그런 과정을 두 코스 공부하고 나니,
성경의 맛과 재미를 알았고 읽고싶고 알고싶은 마음이 커졌다.
이번에 나는 원래 듣고 싶었던 마르코 과정을 들을 수 없게 되어서 바오로딸 통신성서를 선택했지만,
결과적으로 청년성서의 구약부분인 창세기와 탈출기를 마치고 나서
창세기 그룹공부를 시키면서 동시에 구약성경 전체를 공부한다는 건
나 자신의 신앙을 위해 퍽 이상적인 커리큘럼이 된 것 같다. 본의 아니게.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이끄심이고 '야훼이레'라고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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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화요일, 대전 아카데미 극장에서 드디어 봤다.
재미있었다....
대전은 서울보다 소자본 비인기영화가 빨리 내려가버린다.
페어러브도 처음 개봉은 다섯군데쯤 했던 모양인데 개봉첫주말을 넘기지 못하고 대부분 내렸나보다.
지난주말을 연수 들어가서 보내고 나와 월요일에 검색해 보니
언제 가도 상영시작시간 직후까지-_-;; 좌석을 구할 수 있는 아카데미극장
한 군데 남아있었다.
그나마 오전시간은 없고 오후만 3회 상영.
어쨌든 봤으니 다행. ^^
(현호야, 내가 관객 수 4명 늘렸다...)
* 흠흠.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아는 사람의 연기를 스크린에서 보는 것은 굉장한 재미였다.
특히, 내가 아는 평소의 현호랑 비슷하면서 코믹한 캐릭터라서..
비중이 아주 큰 역할은 아니었지만, 현호가 나올 때마다 크게 웃었다.
내가 사랑하는 배우 안성기씨의 연기야 뭐 말할 것도 없었고...
극중 '엄마 뱃속에서부터 도망만 다녀서 애가 쫌 불안한' 역할 이하나도 불안하면서 예뻤고...
풍경도 예뻤고...
* 에고 도대체 사랑이 뭐래.
극중 재형(현호..)의 말: "외계인이라도 사랑하면 결혼해야죠" 근데 그 외계인이 이뻐야 한다나. ㅋ. 뭐 아무튼 예쁘든 안 예쁘든, 자기 마음에 꽂히면 외계인이라도 사랑할 수 있는 게 인간이라는 존재 맞지... 그런데 결혼? 우후... 외계인이랑 결혼이라. 글쎄. -_-;;;
사랑과 결혼은 별개라고, 결혼 따위 제도화된 가부장제에 불과하다고 투덜대고 살던 어린 시절은 이미 지났고.. 지금 나에게 남자와의 사랑은 결혼을 전제로 한다. 당장이 아니라도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언젠가 결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안 보이는 남자와는 연인관계를 유지할 생각이 없다. 다행히 지금 사랑하는 사람은 내 또래 30대지만, 만약에 나보다 나이가 스물몇 살 많은 '오빠'를 사랑하게 된다면... 흐.. 상상만으로도 '미친 거 아니야'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15살 많은 남자와 진짜 깊이 사랑하며 결혼준비를 시작했다가 결국 그 남자가 준비한 약혼반지를 받지 않음으로써 관계를 끝낸 사람을 알고 있다. 내 나이가 20대가 아닌 30대고, 남자와의 나이차이가 스물몇살이 아니라 열몇살만 돼도 그렇게 사랑이 결혼으로 연결되기는 참 두렵고 어려워진다. 하물며 여자는 20대 남자는 50대라면... 우어. 사랑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도.. 상대가 60대라도 어떤 계기가 있다면 사랑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결혼은.. 나는 못한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결혼 못할 연인관계를 시작도 유지도 할 생각이 없으므로 사랑하게 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잊거나 피하려고 들 것이다. 그러나 또한 생각해 보면, 아무리 어쩌려 해도 어째지지 않는 미친 감정이 사랑이므로 실제상황으로 닥친다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내 성격과 내 마음으로 아빠 또래의 남자랑 결혼은 못할 것 같다. 남의 눈도 눈이지만, 그 남자가 몇 년 못가 젊은 나를 두고 죽을 게 뻔하다는 스트레스를 나는 결코 못 이길 거다.
그래서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30대라는 게 너무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
* 안성기가 목사친구랑 대화하던 장면들이 재미있었다.
마침 영화 같이 본 사람들이 다 천주교신자들이어서
특히 그 '고백성사 씬'을 두고두고 이야기하며 웃었다.
안성기씨 본인도 천주교 신자라고 알고 있는데.. ^^
* 아무튼...
이 영화... 관객이 얼마나 들었으려나?
감독은 다음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잘 됐으면 좋겠다.
감독도.. 여기 출연했던 배우들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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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등학교 동창인 배우 이현호가 출연한 영화다.
주연은 안성기, 이하나.
50대 노총각이 친구 딸과 순수한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란다.
음. 얼핏 그 나이차이를 듣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뜨악한 느낌이 드는데
평생 사랑 한 번 못해본 쑥맥 50대 남자의 순수하고 서툰 사랑을 예쁘게 그려냈다고 한다.
감독도 상업영화는 처음이라 하고...
아무튼 잘 됐으면 좋겠다 이 영화.
현호는 극중 안성기가 운영하는 카메라 수리점의 직원이란다.
그러니까 주연은 아니라도 쓱 스쳐지나가고 마는 역도 아닌 거다.
아는 사람을 스크린에서 본다니 기대된다. ^^
현호는 주로 연극을 하고 있고, 상업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란다.
가끔 동창 인터넷 게시판에 연극한다고 보러 오라고 했는데
그게 주로 내가 대전 살고 난 후라서
진짜 보러 간 적은 없었다. (아 미안..)
현호랑 친한 사이는 별로 아니었고... 실은 고딩 졸업하고 내내 본 적이 없다가
13년만에 지난 12월 동창 송년모임에서 봤다.
원래 고등학교 때부터도 곱고 잘 생긴 얼굴이었는데
대부분의 남자 동기 애들이 회사 다니면서 아저씨색이 짙어진 마당에
배우로 자기 관리 열심히 하고 있는 현호 얼굴은
완전 빛이 났다. 우어.
현호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바라본 안성기씨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연기 외적인 부분에서, 성품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나 존경스러워서
'나도 저런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단다.
그러나 연기에 대해서는 어떤 점에서 특별한 건지 처음에는 잘 모르겠더란다.
근데 찍혀나온 결과물을 보니 알겠더란다.
안성기씨의 연기는 꽉 차서 빈틈이 없더란다.
그에 반해 현호 본인은.. 찍을 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빈틈이 자꾸 보여 민망하더란다.
뭐 나는 연기 같은 건 잘 모르지만...
그 이야기가 왠지 와 닿았다.
의사들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비슷한 품평을 할 거다.
어떤 의사도 환자 앞에서 대놓고 자신없는 척을 하지는 않을 것이나
진단사항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어떤 치료를 권할 때, 치료 경과나 예후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빈틈없이 확신과 책임감에 가득차서 환자에게 신뢰를 주는 의사와
얘를 믿어도 되나, 얘 잘 알고 덤비는 거 맞나, 환자를 불안하게 하는 의사...
꽉 찬 의사가 되려면
지식과 경험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모두 갖춰야 되겠지.
아무튼 기대되는 친구의 첫 영화
현호가 개봉 첫 주에 봐 달라고 했다.
첫 주 성적이 좋지 않으면 바로 내려갈지도 모른다고.
첫주에 마침 연수 일정이 걸려있으니
월요일까지 극장에 걸려있기를 기도해야지.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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