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aus kommt heraus


* 나도 어지간한 승냥이인지라 연아의 올림픽을 기다리며 기도도 좀 하고 마음도 졸였다.
김연아가 준비한 만큼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 보이고
그에 합당한 평가를 받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파와, 사대륙 대회 때에 있었던 몇몇 시끄러운 사태들 때문에 더 마음 졸였다.

쇼트 땐 완전 승냥이 아줌마 -_-;; 아트걸네 집에서 아트걸이랑 같이 속태우며 보다가
트리플 플립 랜딩을 보며 '아 이제 됐어!!' 하며 한숨을 내쉬었고
스텝 마지막에 살짝 삐끗했지만 연아가 여유롭게 엔딩포즈를 취하는 걸 보고선
아트걸이랑 얼싸안고 환호했다.
프리 땐 연아가 속한 4그룹 웜업이 시작했을 때부터
무릎꿇고 앉아 주모경만 계속 외웠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쉴 새 없이, 소리내서.
연아가 마지막 스핀을 다 돌고 엔딩포즈를 취하고 두 손을 뻗어 승리의 제스처를 취할 때까지.
울먹이며 인사하는 연아를 보면서는 '감사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150점대의 놀라운 점수가 뜨는 것을 보고서는 아트걸에게 전화를 걸어 기쁨을 나눴다.

연아가 준 그 감동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선수의 팬으로서 몇 년간 연아에 대해, 또 피겨에 대해 알아가면서 겪어온 마음의 여정
단순히 예쁘고 아름다운 연기 때문만이 아니다.
온갖 역경을 이겨내며 성장하고 노력의 열매를 맺어 가는 진실한 한 사람의 삶이 주는 감동
그 감동으로 인해 정확하게 띠동갑 동생인 그를 존경하게 되었고
나 자신도 아닌 그가 올바른 평가를 받기를, 그가 행복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성취하기를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
그 원하던 것이 이루어졌을 때 마음에 퍼지던 기쁨! 아아 감사합니다!!

* 올림픽이 끝나고,
방정맞은 국내 언론들은 별 희한한 소리들을 쏟아내는데
연아는 으레 그랬듯이 그런 것 따위 신경도 안 쓰는 대인배 포스를 발하며
월드 준비하러 토론토로 돌아갔다.

월드 때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늘 그랬듯이 연아가 자기 마음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자기 기량을 다 펼쳐보였으면 좋겠고
심판들이 그것에 합당한 평가를 내려 주면 좋겠다.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기만 한다면 연아는 당연히 금메달을 따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올림픽 금도 땄는데 월드에서 금을 따지 못해도 좋다.
그저 연아가 월드까지 기분좋게 치르고 이번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연아가 한동안 선수 생활을 쉬었으면 좋겠다.
너무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피겨선수 생활
늘 절제되고 성취지향적으로만 살아온 생활
이제 한동안은 좀 접고 편하고 밝게, 나이답게 살아 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쉬고 놀아보다가
아무래도 피겨선수생활이 못내 그리우면 그 때 돌아와도 좋겠지.
하지만 적어도 얼마간은, 한 시즌만이라도, 좀 쉬었으면 한다.

더불어 승냥이질에도 좀 휴식기를 가졌으면 한다. -_-;;;
맨날 대회 때마다 연아를 방해하는 세력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혹시라도 무슨 일 날까 봐, 혹시라도 이상한 판정이 날까 봐
마음 졸이고 핏대 세우는 거, 피곤하다. -_-;;;
연아가 한 시즌이라도 선수생활을 쉰다면
승냥이질도 한 시즌이라도 쉴 수 있다... -_-;;

승냥이질이 경지에 이르지 못하고
"자랑스런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터, 타는 족족 금메달 김연아" 정도의 인식에 머무르는 사람은
뭘 해도 1등인데 왜 은퇴설이 나도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래 연아가 몇 년 더 선수생활을 한다면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은 몇 년 더 메달을 확보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라고 연아에게 선수생활을 연장하라고 강요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나도 연아가 올림픽 금을 따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그건 한국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한국이 이기기를 원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연아가 13년동안 자기의 온 생을 희생하며 준비해온 꿈이 이루어지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 꿈을 이루었으니
이후의 일은 연아가 연아맘대로 연아에게 가장 행복한 방향으로 선택하기를 바란다.
특히 평범한 사람인 나는
연아 스스로 그렇게 바라 마지않는 '평범한 행복'들을
연아가 단 몇 달만이라도 누려보면 좋겠다 생각한다.


*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나는 옆나라 띠동갑 피겨선수도 잠시 피겨를 접고 딴 걸 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승냥질을 깊게 하다 보면 이 선수를 좋아하기는 어렵다.
기술 보는 눈이 늘고 피겨에 관한 지식이 정확해질 수록
이 선수가 터무니없이 고평가 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다른 선수들에게 돌아가야 마땅할 상을 자기가 가져가는 적도 한두 번이 아니며
그 피해자는 주로 내가 좋아하는 선수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터뷰를 통해 나타나는 선수로서의 마인드도... 좀 후지다.

그래서 한국에서 이 선수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은 대략 세 부류인 듯하다.
피겨팬이 된지 얼마 안 돼서 기술 보는 눈이 없고 승냥이들이 이 선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오로지 편견과 반일감정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순진한 사람들, 남들이 좋아하는 사람에 안티를 선엄함으로써 존재감을 느끼는 사람들, 자기는 친일파라는 것을 내세움으로써 존재감을 느끼는 사람들.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내가 말하는 건 큰 부류를 형성하는 사람들은 이런 듯하다는 것이다.

나도 이 선수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선수가 '아깝다'는 생각은 한다.
그도 젊고 예쁜 사람이며 어린 시절부터 자기 꿈을 향해 쉼 없이 달려온 선수다.
그리고 상당히 뛰어난 스케이터이기도 하다.
이 선수 어릴 적의 동영상들을 보면 참 예쁘고, 그 나름의 감동도 선사해 준다.
이 선수도 자신을 잘 갈고 닦는다면 훨씬 아름다운 스케이팅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니 나는 이 선수도 기술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많이 좀 성장해 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 선수에게 필요한 성장은
본인을 위해 지어진 전용 연습링크 안에서 늙은 러시아인 코치랑 붙어 있는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선수가 한동안 스케이팅을 접고 다른 일을 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서, 어릴 때부터 이름난 선수가 갖는 프리미엄 같은 것 없이 쌩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워가는 경험도 다시 해 보고, 남자랑(혹 자기 성적 취향이 아니라면 여자랑) 연애도 제대로 해 보면서 감정의 폭풍도 경험해 보고, 대학 공부도 열심히 해서 여러가지 교양과 지식을 쌓고... 그런 시간을 가져 보았으면 좋겠다.

그러고 나서 링크로 돌아와 주면 좋겠다.

지난 그랑프리 1차 프랑스 대회 때 점프를 말아먹은 그에게 2차 러시아 대회 때는 코치가 '저스트 두 잇!'이라고 윽박질렀다나... 그러나 '저스트 두 잇'은 그렇게 윽박지를 때 써먹을 적절한 말은 아니다. 그가 말아먹은 그 점프를 가다듬으려면 되건 안 되건 그저 달음박질쳐 가서 뛸 일이 아니라 체중을 조절하고, 근력을 키우고, 스피드를 높이고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한 일년이라도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것을 배우고 나면 그녀도 그런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에 대한 고려 없이 '저스트 두 잇'이라고 윽박지르고 '이번 시즌의 주제는 극복'이라면서 자신을 문제덩이 취급하는 코치랑은 미련없이 결별할 줄도 알게 될 것이다. 사랑에 빠져 하늘도 날아보고 심연을 더듬으며 울어보기도 하고 나면 그녀도 표정연기란 걸 할 줄 알게 될 것이다. 음악도 조금 느낄 수 있게 되겠지. 자신의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을 선택하고 그 음악에 몰입하여 안무를 소화해낼 줄도 조금은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가 진정 아름다워졌으면 좋겠고, 아름다운 스케이팅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게 되면 좋겠다. 아름다운 것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지 않겠는가!

물론 이런 한가한 구상을 맘놓고 할 수 있는 건
연아가 올림픽 챔피언이 되었기에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인 것도 사실이다.
그 전엔 이 선수도 정신차리고 고유의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혹시 이 선수가 그러다 진짜로 발전해 버리면 우리 연아의 메달을 뺏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맘놓고 축원해줄 수가 없었다. >.<


* 연아 후의 한국 피겨는...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이 성장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당장 한두 시즌만에 연아급의 선수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사실 연아가 은퇴한다면 나는 피겨에 대한 관심수위를 많이 줄이고 싶다.
왜냐하면..
피곤하니까. -_-;;;
내 일로 신경쓸 시간도 모자란데.
어쨌든
연아처럼, 금메달을 당연히 가져가야 할 실력인데
자꾸 외부요소들 때문에 부당하게 저평가 당는 선수를 보면서
마음 졸이고 분노하고
그럴 일은 더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그대신 세계적으로도 웬만큼 인정받는 선수들의 층이 두텁게 생겨서
그냥 맘편히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성장을 축하하고
그냥 그렇게 가끔 경기 동영상을 즐기며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면 나는 골수 승냥이는 절대 아니다.

*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천주교 세례를 받았다.
세례명은 마리나이다.

천주교인들은 세례를 받을 때 성인들의 이름을 딴 세례명을 짓는다.
그 성인의 삶을 닮아가고자 하는 의미도 있고,
그 성인에게 우리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전구를 청하는 의미도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성인이 있으면 따라 짓거나,
어떤 의미를 두고 그 의미에 맞는 성인의 이름을 찾기도 하는데

그런 게 따로 없으면 보통 자기 생일과 세례명의 축일(모든 성인은 그를 기리는 축일이 정해져 있다)이 비슷하거나 같은 이름 중에서 고르기도 한다.
그리고 초등학생 소녀들은 세례를 받을 때
예쁘고 특이한 이름을 고르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다.

나의 세례명은 마지막의 두 가지 이유에 따라 선택한 이름이다.
게다가 좀 특이한 나의 원래 이름과 발음이 비슷하기까지 했다.

어릴 때는 내 이름이 예쁘고 특이하고 흔하지 않아서 좋았다.
(아직까지 같은 세례명 못 봤다. 같은 이름의 남자버전인 '마리노'는 한 사람 봤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좀 아쉽다.
의미에 대해 전현 생각하지 않고 지은 이름인데
나이들고 신앙이 내 삶에서 점점 중요해질 수록,
의미 면에서 탐나는 이름들이 눈에 많이 띄는 것이다.
이를테면 바다의 별 '마리 스텔라'라거나,
사랑의 성녀 '스콜라스티카'라거나,
학자이자 예술가이자 치유자이자 기타등등 '힐데가르트'라거나....


* 오늘, 재미삼아 내 이름을 가진 성인들에 대해 찾아봤는데,
본래 내 이름인 7월 18일 축일의 마리나에 대해선 짧게 '스페인 오랑스의 순교자'라고만 나와 있다.
그런데, 2월 12일이 축일인, 같은 이름의 성녀의 스토리는 이렇다.


"비티니아의 에우제니오란 사람의 딸이다. 그녀의 부친은 홀아비 생활을 청산하고 수도원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얼마가 지나자 친척집에 맡겨둔 어린 딸 마리나 생각에 마음이 헷갈리게 되자, 원장에게 그 아이는 마리노라는 남자 아이이니 자신과 함께 수도원에서 살게 해달라고 청하여 허락을 받았다. 그녀는 부친과 사별할 때까지 그러니까 17 세 때까지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그 후에도 그녀는 남자 수도자로서 계속하여 생활하다가, 어느 여인숙 주인의 딸이 마리노가 자신에게 임신시켰다고 소문을 퍼뜨렸다. 이때문에 그는 수도원 문밖에서 걸식을 하며 살았는데, 그 처녀는 아이를 낳아서 마리노의 아들이니 돌보라고 주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침묵으로 일관하며 끝까지 인내하였다. 5년 후, 원장은 마리노의 놀라운 인내와 겸손을 인정하여 5세 된 아들과 함께 수도원에서 다시금 살게 하였으나, 매우 힘든 일만 시켰다. 그 얼마 후 마리노는 운명하여 시신을 수습하던 중에 그가 여성임이 밝혀진 것이다. 원장 이하 모든 수도자들과 시민들이 그녀의 위대한 용덕과 인내심을 찬양하였고, 엄숙한 장례가 거행되었다."


간혹 라틴 계열의 이름은
어말의 모음을 여성형으로 바꿔 남자 성인의 이름을 여자 세례명으로 쓰기도 한다.
그래서 같은 이름의 남자버전 '마리노'도 찾아보았다.
역시 길게 언급되지 않은 이름들이 많은데 하나가 또 눈에 띈다.


"4세기경 은수자 몬떼펠트로

마리노는 달마씨안 해안의 사람으로 채석공이다. 리미니의 성체를 재건한다는 소문을 듣고 다른 석수 성 레오와 함께 그곳에 가서 몬떼 띠타노의 채석장에서 일하였다. 그들 가운데에는 크리스챤이란 이유만으로 중노동을 하고 있던 일당의 신자들이 섞여 있었다. 마리노와 레오는 그들을 위로, 격려하면서 또 다른 개종자들을 얻고 있었다. 그 후 성 레오는 리미니의 주교로부터 사제로 서품되어 몬떼펠트로로 갔고, 성 마리노는 부제가 되었으나 그전의 석수일을 계속하였다. 12년 동안 그는 수로공사 일을 하면서, 뛰어난 기술자일 뿐만 아니라 신자 노동자의 모델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불행한 일이 발생하였으니, 달마씨아의 한 여인이 그를 자기 남편이라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즉시 부인하지 않고, 가만히 물러나서 몬떼 띠타노로 가서 숨어 살았다. 그 후 그는 계속하여 은수자 생활을 하며 여생을 지냈는데, 그가 살 았던 곳을 중심으로 하여 오늘의 산 마리노 도시가 탄생한 것이다"



흠. 혼인 문제로 엮이는 게 이 이름의 운명인가?

어쨌든 내 이름은 7월 18일이 축일인 마리나가 맞다.
그녀의 순교 스토리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어 아쉽지만
어원적으로 '바다'를 뜻하는 내 이름은 (통영에 '마리나' 리조트라고 있잖습니까...)
가톨릭에서 흔히 '바다의 별, 항해하는 자의 길잡이'로 비유되는
신앙의 모범, 성모 마리아님의 별칭이기도 하니,

어쨌든 좋은 이름이다!! ^^





*
似而非: 같을 사, 말이을 이, 아닐 비.
異端: 다를 이, 끝 단.

사이비는 비슷하나 아닌 것이고, 이단은 끝이 다른 것이다.
사이비라는 단어 뒤에는 응당 '종교'가 붙어야만 할 것 같고
'이단'이라고 하면 어쩐지 기독교와 관련된 듯한 느낌이 들지만
원뜻으로 풀어보면 꼭 그런 건 아니다.
중국 송대의 유학자 주자는 '대학장구 서'에서 불교와 도교를 '이단허무적멸지교 - 끝이 다른 허무와 적멸의 가르침'이라고 칭했다. 유학만이 진정한 길에 대한 가르침이요, 불교와 도교는 일견 옳은듯해 보이지만 그 끝이 엉뚱한 데로 가는 가르침이라고 본 것이다.



* 1월 연수봉사와 연수로 정신이 없던 와중에
연수봉사를 한 차수 끝내고 집에서 정신없이 자고 쉬고 있던 어느 날
'설문조사를 하겠다'며 집에 들어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말한 '설문지'란 것은 나이와 종교 같은 것을 묻는 맨 위의 문항을 빼고는
이상한 질문들을 담고 있었다.

성경에 *** 내용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하나님께서 직접 세우신 교회가 있다면 가보시겠습니까?

적어도 사람들의 의견을 동향을 살펴 통계처리 후 자료로 활용하려는 목적의
일반적인 '설문조사'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엄마가 이런 사람들을 애초에 집에 들이신 것은,
2인1조였던 그들 중 한 명이 화장실을 가게 해 달라고 간곡히 사정했기 때문이다...)

정중하게 나가 달라고 했다.
난 성당 열심히 다니고 성경도 열심히 읽고 구원에 대한 확신도 있으니 당신들이 이럴 필요 없다고.
게다가 성경연수 진행하느라고 며칠동안 잠도 못 자서 쉬어야겠다고.
계속 뭔가 이야기하려고 하던 그들은 마침내 포기하고
인쇄물 한 부를 주면서 간곡히 이거라도 읽어보라고 말하고 나갔다.
그들이 준 인쇄물은 빠닥빠닥한 아트지에 컬러인쇄된 8쪽짜리였는데
제목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말, 어머니" 였다.
누구라도 혹할 제목. 온인류의 약점 엄마를 걸고 넘어지는군.
게다가 엄마 가슴에 안긴 젖먹이의 사진이 배경으로...

인쇄물 내부의 내용은 성경의 애매한 구절들을 들어가며
하나님은 '하나님 아버지'와 '하나님 어머니'가 있는데
'하나님 어머니'가 주는 '생명수'를 마셔야만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쓰여있었다.
마지막 페이지의 결론으로 그들의 집단이 어떤 곳인지 의문이 싹 풀렸다.
"하나님 어머니는 재림예수의 신부입니다."
아하, 어떤 여성교주께서 재림예수의 신부를 자처하며 생명수라는 것을 팔고 계시군요.
엄마, 아빠, 남녀차별, 이런 문제에 대해서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주로 혹 하겠지...
이건 끝만 다른 '이단'이라기보다는, 비슷하나 전체적으로 다른 '사이비'라 보는 게 낫겠다.

진심으로 그 사람들이 불쌍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진리를 위해 봉사하며
예수를 위해 핍박받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 최근에 어떤 분께 들은 바에 의하면
'사이비 종교' 교리 만들어주는 업자도 있다고 한다...
돈 주고 거기서 만들어준 교리 사서 공부해서 신도들을 모으고 활동하면 된단다...
허걱.
이런 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는 건가.
그런 업자는 아마도 고학력자이거나 적어도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겠지..
좋은 머리로 참...


* 사이비 종교 취재를 오래 했던 시사잡지 기자 선배가 있다.
선배는 모든 '사이비 종교'가 1대 교주와 그 핵심 추종세력이 죽고 나면
종교 자체의 순기능을 수행하는 '보통 종교'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적 있다.
그는 그러면서 주류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흔히 지목되는 한 종파를 예로 들었다.
과연 그 종파의 1대교주는 죽은지 무척 오랜 시간이 흘렀고
그 종파는 지금 사회적인 해악을 마구 끼치고 있지는 않다...

종교의 순기능?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에 한 줄기 희망과 위로를 주고, 사후세계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것,
정도가 종교의 순기능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렇기만 하면, 다 괜찮은가?

어려운 문제다.
종교는 그 종교를 믿는 사람에게는 진리이고 사실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가설이고 이야기일 뿐이다.
나는 내 종교가 진짜 진실이고 사실이며,
그러므로 '사이비' '이단'들은 가짜이고 거짓말이고 혹세무민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내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내 종교도 역시 가설일 뿐이다.
그들에게 내 종교는 가설이라는 점에서는 내 종교의 '사이비'나 '이단'들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보편적인 정의개념(그런 게 존재하냐고 물으면 또 답하기 어렵지만..)에 위배되거나
얼토당토 않게 누군가를 신격화하거나
과도한 기부와 헌신을 강요하거나
가입은 자유롭되 탈퇴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면
그건 확실히 문제있는 집단이라 볼만 하지 않은가...


* 아무튼, 자기들의 '어머니'를 위해 이 추운 날 문전박대를 자처하며 떠도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들을 위해 무슨 기도를 해야 할까요? 정신차리기를? 잘 빠져나오기를? 모르겠어요 하느님. 더이상 하느님 팔아 장사하는 사람들이 안 생겼으면 좋겠고, 그 불쌍한 사람들이 그대로 죽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멘!



* 2월 2일 밤에 오빠집에 들어갔다.
오빠집 초인종은 소리가 너무 작아서 사람이 온 줄 잘 모르는데
초인종을 누르면서 집안의 화상 인터폰이 켜지는 것을 별이 보고
고모가 온 것을 제일 먼저 알아차렸다.
고모 왔다고 좋아하는 별.
잘 준비 다 해 놓고,
고모랑 같이 잘 거라고 네모난 쿠션 두 개를 나란히 놔뒀다.
아이구 이쁜 울 조카!!!
얼른 씻고 화장 지우고, 옷 갈아입고 같이 자자고 누웠더니
별이 아쉬워 한다.

"고모 왜 깜깜한 밤에 와서~, 책 못 읽잖아!"
아 미안해 별. 다음엔 환한 낮에 와서 별이랑 재미있게 놀게.

그래도 막무가내로 떼쓰고 옛날옛날에 해 줘, 책 읽고 잘 거야, 그러질 않는다.
제 엄마가 '옛날옛날에 안 하고 자기로 했지? 책은 아까 다 읽었지?' 하니까
그대로 수긍한다.
에고 이뻐라.


* 2009년엔 별이 지 아빠랑 결혼한다고 하고, 나랑도 결혼한다고 하고 그랬다.
추석 무렵엔 나에게 전화해서 '여보여보여보'만 연발하며 키득거리다 끊은 적도 있었다.

2010년 1월 1일에 별은 진기랑 결혼한다고 했다.
오빠 표현에 의하면, 제 아빠가 유부남이란 걸 알아챘다.

"아빠랑 결혼하자!"
"벌써 결혼했잖아!"
"고모랑 결혼하자!"
"여자끼리 결혼하는 거 아니야!"
"별아, 그럼 별이가 진기랑 결혼하면 고모는 누구랑 결혼해?"
"OO씨..."
푸하하. 시옷 발음도 잘 안 되는 녀석이 OO씨인지 OO띠인지 애매한 발음으로 수줍은 눈웃음을 살살 흘리며 대답하는 것이 어찌나 귀엽고 웃기던지...

2월 2일 밤, 별의 유치원 친구들 이야기가 나왔는데
결혼하겠다는 친구가 바뀌어 있었다. 진기가 아니고.. 한 번밖에 못 들어서 이름이 기억 안 나는 새로운 친구랑 결혼하겠단다. 아마도 새로 잘 생긴 남자 어린이가 들어온 걸까? ^^
뭐라고 대답할까 궁금해 물어봤다.

"별아, 고모는 누구랑 결혼해?"
"대전할머니!"
"여자끼리 결혼하는 거 아니잖아!"
"아는 남자 누구 있어?"
ㅋㅋㅋ

"OO삼촌도 있고, XX삼촌도 있고..."
"OO삼촌이랑 결혼하면 되겠네."
"그럴까?"
"근데 고모 공부해야 되는데 결혼하면 어떡해?"

핡! 다섯살짜리, 11월생이라 4살이라 해도 안 억울할 녀석이 이런 소릴!!!

"뭘 어떡해? 그냥 결혼하고도 공부하면 되지."
"애기 낳으면 애기침대에 눕히고 누워있어야 돼."

헉. 100일 갓 넘은 제 동생 낳았을 때 제 엄마가 병원 침대에 누워있던 게 녀석에게 그렇게 강렬했나 보다.

"그래? 그럼 공부 끝날 때까지 애기는 낳지 말아야겠다."
"엄마 되면, 내 고모는 없어지잖아."

별, 그런 건 누가 얘기해 준 거야?
"고모가 애기 낳고 엄마 돼도 별이 고모는 별이 고모지!"
라고 대답했지만, 사실이 그렇다. 결혼하고, 애까지 생긴다면
나에게 별의 우선순위는 밀릴 거다.
그럴 수밖에 없다.
녀석, 벌써 그런 걸 다 아는 거야?
하지만 별, 너의 '첫조카'빨도 결코 만만치 않을 거야.
고모 애기도 네 동생이야.
그런 건 아니? ^^


* 2월 3일 아침, 별을 유치원에 데려다 줬다.
전에는 고모가 오면 유치원 안 가고 고모랑 놀려고 별 수를 다 쓰더니
오늘은 안 그런다.
엄마가 휴직하고 집에 있어서 그런 건지
(전엔 엄마가 출근하고 없을 때 고모랑 유치원에 갔었다..)
아니면 유치원 가는 일상을 더 순순히 받아들인 건지
혹시 유치원 가는 게 더 좋아진 건지 그건 모르겠다.

추운 날씨에 대비해 두꺼운 옷을 껴입고, 목도리도 하고 귀마개도 하고
빵빵한 별의 볼따구에 빵빵한 귀마개가 흘러내려와 귀여워 죽겠다!!!
유치원 앞까지 왔을 때 별이 요구한다.

"별이 유치원 끝날 때 고모가 데리러 와!"
"고모 오늘 공부하러 가는 날이라 못 와.
다음에 공부 안 하는 날 별이 유치원 끝날 때 데리러 올게!"
"그럼 누가 와?"
"엄마나 할머니가 오실 거야!"

예쁜 별, 유치원 들어가면서 고모에게 뽀뽀해 주었다.
에고 이뻐. ^^ 뽀뽀 고마워! 사랑해!

* 2월 3일 밤. 이 날은 전날보다 오히려 더 늦게 왔다.
10시가 넘은 시각...
이 날도 역시 별이 인터폰 켜지는 것을 알아채서 문을 열어줬다.
고모 왔다고 좋아하던 것도 잠시.
전날처럼 재빨리 화장 지우고 씻고 갈아입고 제 방에 눕자
별이 방에 들어오더니
가까이 오지도 않고 선 채로 말한다.

"고모, 별이 어른없이 혼자 자도 되니까 고모 다른 방에서 자!"

웬 날벼락이여. 다 누웠는데 어느 방에 다시 이부자리를 펴라고.

"고모는 혼자 못 자. 별이가 재워줘야 돼."
"왜? 어른인데 왜 혼자 못 자?"
"(헉!) 어른이지만 고모는 고모집에서는 혼자 잘 수 있는데 지효집에선 혼자 못 자. 지효가 재워줘야 돼."
"고모 컴퓨터 방에서 자!"
"별이야 고모한테 화났어?"

별, 대꾸 없이 커텐 뒤로 쏙 숨어버린다.
화났구나.

"별이야, 이리와 봐. 고모한테 화났어? 고모가 들어줄게. 말해 봐."

그래도 화 났단 소린 안 한다.

"별이 고모한테 화났구나! 고모랑 책도 읽고 놀고싶은데, 고모가 깜깜한 밤에 와서, 못 놀고 바로 자야 돼서 화났어?"

내가 핵심을 딱 꼬집어 말하니
그제야 별이 커텐 뒤에서 나와 이불 위에 앉으며 대답한다.
"섭섭했어."

끝까지 화났다는 말은 하기 싫은가 보다. 에융, 요 녀석.

"미안해 별아. 고모가 다음에는 꼭 환한 낮에 올게. 별이 유치원 끝날 때도 데리러 가고, 환한 낮에 와서 책도 읽고 재미있게 놀자! 그러니까 오늘은 별이랑 같이 자게 해 주세요!"

이리하여, 무사히 별의 방에서 잠이 들었다.


* 2월 4일 아침, 전날 저녁, 내가 귀가하기도 전에 별이 고모에게 아침에 읽어달라고 하겠다고 골라놓은 '공룡유치원' 책 세권을 읽어주고, 같이 아침을 먹고, 어제처럼 별을 꽁꽁 싸매고 귀마개와 모자까지 씌워서 같이 나왔다.

지난번에 내린 눈이 아직도 다 녹지 않고 길가 군데군데 무더기져 남아있고
거기서 튀어나왔는지 주먹만한 얼음덩어리가 하나씩 길에 구르고 있다.
개구쟁이 별, 얼음덩어리가 보일 때마다 가서 한 번씩 짓밟아준다.

길가 하수도 덮개 위로 눈더미가 주저앉아 얼어붙은 위로 별이 걸어가려고 해서
미끄러지니까 하수구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하수구가 뭐야?"
"더러운 물이 모여서 더러운 물을 다시 깨끗하게 하는 곳으로 흘러가는 거야."
"그럼 다시 써?"

핡, 별, 너 진짜 똑똑하다.
"더러운 물을 깨끗하게 해서 강물로 다시 흘려보내면 강하고 바다로 흘러가다가 다시 구름이 되고 구름이 무거워지면 비나 눈이 돼서 내려오는 거야. 그러면 우리가 그 물을 다시 쓰는 거야. 그러니까 물을 더럽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돼."

아, 대화의 앞뒤흐름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별은 이미 '구름이 무거워지면 눈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 별은 아기 때부터 스킨쉽에 대해 좀 시큰둥한 편이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아기였을 때는 안아주거나 뽀뽀해주는 것을 오히려 귀찮아하는 듯했다.
그런데 요즘은 안거나 뽀뽀하는 것이 사랑의 표현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는 듯하다.
이틀 연속,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나서 빠이빠이하는 고모에게 제가 먼저 뽀뽀를 해 주어서
별과 뽀뽀하는 게 너무 좋은 고모는 어찌나 기분이 좋았는지... ^^

* 별, 너무 똘똘한 어린이가 되었다.
별의 동생도 곧 움직이고,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고, 어린이가 되어 가겠지...
별의 동생에 대해서도 이런 포스팅을 올리게 될까?
글쎄...

별, 그러니까 너의 큰아기빨은 엄청난 거야!!!
행복하게 자라렴!!

* "아빠와 고모, 엄마와 삼촌, 나와 지동이!"

아아 천재같은 내 조카. ^^

"내 아빠가 고모 오빠야."

ㅋㅋ 귀여운 녀석...



별은 이제 우리 나이로 다섯 살.

아기보다 어린이에 가까워지고

언어가 어른 언어에 가까워질 수록 빈도가 줄고 있는데

요 녀석 '내 엄마' '내 아빠' 이런 말을 종종 썼다.

그게 귀여워 흉내낸다고 별의 아빠 고모 대전할머니도 그런 말을 쓴다.

6일에도 퇴근해 집에 온 오빠가 나를 보더니 '내 동생이다!' 한다...

우리말은 희한하게 가족들 중 자기보다 윗 사람에 대해서는 '내 **'라는 말을 잘 안 쓴다.

'내 동생, 내 아들/딸, 내 조카'가 '내 오빠/언니, 내 엄마/아빠, 내 고모/삼촌'보다 자연스럽고 널리 쓰이는 것이다.

그런데 엄마와 오빠를 '내 엄마, 내 오빠'라고 불러보니 참 어감이 새롭다.

가족관계를 재발견하는 느낌이랄까...

내 꺼라는 느낌.

그리고 별에게 '내 고모'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기분으로 미루어 보아

'내 엄마', '내 오빠', '내 언니'라는 말을 듣는 엄마, 오빠, 언니도

기분이 좋고 내가 이뻐보일 것이다..


* 가짜로~

역할놀이를 좋아하는 별.

이번에 갔을 때는 소꿉놀이를 하면서

아주 고도의 역할놀이를 했다.

나는 '유치원에서 소꿉놀이하면서 아빠역할을 하는 진기'가 되었고

별은 '유치원에서 소꿉놀이하면서 엄마역할을 하는 태희'가 되었다.

진기와 태희는 모두 별의 유치원 친구들이다.

말하자면 2중 역할놀이. ㅋㅋ

ㅋㅋ


2009년 한 해 별의 주 레퍼터리였던 '다윗과 골리앗' 역할놀이는 이제 한 물 갔다.

'다윗은 뭘 했어?' 하면 돌팔매 흉내를 내지만 그다지 몰두하지 않고

스스로 꺼내지는 않는다.

별 밥 안 먹을 때 '으하하하, 나는 골리앗이다! 지효가 밥을 잘 먹으면 도망간다' 하면서

잘 써먹었었는데.

지효가 얼른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면 '으악! 도망가자!' 하고

제자리에서 몸통만 돌려 팔만 달리기시늉을 내어 도망가는 척 하고

다시 별을 보면서 "도망갔어. 나는 골리앗 동생 골리버야." 하면

"골리버야! 방금 네 형이 왔었어"

"그래? 우리 형은 무서워. 지금은 도망갔니?"

"응."

요러고 잘 놀았는데. ^^


* 사랑해 별!

네가 자라는 순간순간

고모랑 어른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어서 고마워!!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올해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저는 이제 본과 3학년이 됩니다.

1월은 공부와는 상관없는 일정으로 시간이 꽉 차 버렸지만

그 틈틈이 공부 열심히 해서 1월 중에 동의보감을 한 번 통독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2월에 한 번 더 통독할 거고요...

1월엔 글자마다 시선을 한 번 두는 것에 의미를 두고

2월엔 내용을 좀 보려 해요...

1월과 2월에 걸쳐 수요일마다 빈호맥학 특강을 신청해 두었으니

빈호맥학 책도 열심히 보아야지요.

그런 와중에 2월엔 목요일 저녁 의료봉사를 신청해 두었고요...

이 기회에 맥 좀 열심히 잡아보려 합니다...

* 얼결에 맡은 한의대 가톨릭동아리 VITA 회장 노릇도 해야 합니다.

지도교수님들(무려 네 분!)과 지도신부님들 뵙고,

후배들 만나 맛있는 거 먹으면서 좀 친해지고요...

신입생 모으려면 OT도 조금이라도 참석해야 할 테고요...

새 학기엔 후배들 데리고 청년성서반을 운영하려 하니 그 준비도 필요합니다.

후아. 주님 뜻대로 되겠지요. ^^

* 1월의 바쁜 일정은 모두 청년성서 연수와 관련된 일정입니다.

작년봄 창세기를 공부했고 작년 가을 탈출기를 공부했는데

이번 겨울에는 창세기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봉사를 맡았고

탈출기 연수를 받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1월 14일부터 세 주 연속, '목금토일' 3박4일씩 연수원에 들어갑니다.

이 연수 프로그램에 들어간 동안은 휴대폰과 시계를 쓸 수 없습니다.

인터넷도 물론이지요.

하여 1월에 heraus는 연락이 잘 안 되는 날이 많을 것입니다.

* 2월엔 동계올림픽이군요.

하느님 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트에 날개를 달아주세요!! ^^

* 3월에는 개강을 하겠지요...

공식 중간고사 기간은 4월 18~23일, 기말은 6월 14~18일입니다.

각각 그 한 주 전부터 실질적으로 시험기간일 것이고

기말 이후 1주일간은 재시 및 성적처리 관계로 마음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번학기엔 어떤 교수님들을 뵙고 어떤 가르침을 받게 될까요.

설렙니다. ^^

3월엔 비타 개강모임을 주도해야 하고 5월말쯤엔 종강모임을 주도해야겠지요.

그 중간에 비타 성서공부모임을 굴리고,

기말쯤엔 연수보낼 준비도 해야겠군요.

* 여름방학은 또 바삐 지나겠지요.

어떤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고 있고요. ^^

아마도 맥학강의를 재수강하게 될 것 같고요..

* 2학기는 9월 1일에 시작합니다.

공식 중간고사는 10월 18일~22일, 기말고사는 12월 13일~17일입니다.

그러고 나면 또 연말이 되겠군요. ^^

그리고 2011년이 밝아오겠지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갑니다.

시간과 함께, 겪어온 시간에 걸맞는 성숙을 이루어 나가기를...

* 다시 한 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요즘은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이 적어서 오시는 분은 다들 아시겠지만
저는 천주교 신자입니다.
저는 요즘
이명박 대통령의 회개, 한나라당과 검찰의 회개,
한명숙 전 총리의 승리와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연환경 보존과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또한 용산 참사 문제의 해결과, 유가족 및 관련되신 분들의 상처 치유, 돌아가신 영혼들의 평화를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종교에 상관없이
저와 뜻을 같이 하시는 분들은
함께 기도해 주세요.
우리나라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나이가 나이다 보니 주변은 온통 기혼자들이고 애엄마아빠들이다.
엄마들은 애들에게 헌신적이다.
그리고 많은 수의 부모들이 자신에게 가장 큰 장애 혹은 상처였다고 여기는 문제에 대해
"우리 애는 그걸 안 겪게 하겠다"라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형제에게 치여서 상처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우리 애는 하나만 낳아 온 정성 다해 상처받지 않게 키우고 싶다고 하고
지방 소도시 출신이라 서울 애들, 강남 애들이 부러웠다는 사람은
우리 애는 강남에서 키우겠다고 말한다.
유학 못 간 국내파 박사 교수는
우리 애는 꼭 유학 보내겠다고 벼른다.

애늙은이인 척 하기 좋아하고 깨달은 척 하기 좋아하는 나는
비웃었다.
그런다고 애들이 상처 안 받는가.
어떻게 살든 인간인 이상 상처 안 받고 클 수 있는가.
게다가 아이는 자기와 같은 사람이 아니므로
자기와 같은 상황에 놓인다고 해도 같은 상처를 받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본인이 상처이고 장애라고 생각하는 그것으로 인해 얻은 것이 없는가.
아이가 그 상처 안 받도록 그 경험을 없애주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은 그대로 얻고 상처만 안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외동이라고 상처 안 받을 것인가. 형제로 인한 축복을 못 받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가.
서울 애들 강남 애들이 어떻게 사는지 아는가, 그들은 상처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애를 유학 보낸다고 애가 행복해지는가, 애가 원하지도 않는데 엄마의 목표대로 들볶는다고 누가 행복할 것이며 엄마 목표가 이뤄진다는 보장인들 있는가.

참 잘났다 heraus.

그런데 나도 다를 게 없다는 걸 알았다.
다만 나는 흔히 유통되지 않는 품목에 꽂혀 있을 뿐이었다...

나에게 걸리는 건 아빠다.

우리 애들은
성년이 될 때 아빠에게서 축하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이 성년이 될 때 아버지로부터 특별한 인사나 격려나 선물 따위를 받지 않았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우리 애들은 사회에 진출해서 벽에 부딪혔을 때 아빠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애들은 서른이 넘어서도 아빠랑 이야기하면서 예순이 넘은 아빠의 지혜를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

http://www.imbc.com/broad/tv/culture/spdocu/love/lov_2008/1683363_27160.html

아트걸의 블로그에서 링크 보고 가서 예고편이랑.. 줄거리를 봤는데..
본편은 도저히 못 보겠다.
아기를 낳은 다음날 위암으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엄마가
아기 돌잔치를 치러주겠다는 일념으로 1년을 살다 간 이야기란다.
얼마나... 간절한 소망이었을까...

뒤돌아 보면...
15년 전에..
성년도 안 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애들 둘을 놓고 가면서...
울아빠도 마음이 편치 않으셨겠지...
내가 아빠를 붙잡고 싶었던 만큼
아빠도 할 수 있으면 우리 곁에 계시고 싶었을 거다.
사랑하는 아빠...
괜찮아요.. 아빠가 최선을 다해 사셨다는 거 알아요.
건강하시고 사회생활 하셨을 때도
투병하셨을 때도...
아빠가 안 계셔서 아쉽고 불편한 것도 있지만
잘 살고 있잖아요...
안녕.
60년 후에 만나요!
...


내가 '우리 애들의 아빠' 생각을 할 때는 나는 당연히 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 모든 인간이 그렇듯 나도 언제 어떻게 될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간이다.
그저 바라고, 감사하며 순간순간을 살아나갈 뿐...

아직 미혼인 나는 결혼하게 될지, 아이를 가지게 될지 그 자체가 불투명하다.
하지만 바란다.
나는 결혼하고 싶고, 아이 엄마가 되고 싶다. (기왕이면 남매 쌍둥이로 낳고 싶다. ;;;)
그리고 우리 애들은 성년이 되어도, 사회에 나가도, 서른이 넘어도,
온전하고 건강한 엄마와 아빠와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진로를 결정할 때, 사회생활의 벽에 부딪혔을 때, 결혼 문제로 고민할 때,
엄마와 아빠와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애들은 엄마나 아빠의 장례를 치를 때
너무 일찍 떠난 엄마나 아빠 때문에 애통해 하지 않고
이렇게 오래 사셨으니 호상이야,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기 전에 엄마/아빠 장례를 치러드릴 수 있게 돼서 다행이야, 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교묘하다. 내가 남편이랑 같이 오래 살고 싶다는 말이기도 하다. ㅋ)






학번에서 공동구매한 청진기를
오늘 받았다.
모두들 신기해서
자기 가슴에 대고 소리 듣고
서로서로 심장 소리를 들어보고...
뭔가 뿌듯한 느낌. ^^

약재를 처음 만져본 날도 그랬고
침을 처음 만져본 날도 그랬었던가?

의사였던 의아버지의 딸은
의대생 시절에
흰 가운 입고 청진기 만지면 기분이 너무 좋다고 했었단다.
한의사는 흰 가운을 입지 않는 경우가 많은 데다가
(한의원에서는 보통 색깔있는 가운이나 한복 디자인을 차용한 가운을 많이 입는다)
흰 가운은 벌써 포르말린, 쥐똥 등에 오염되어 -_-; 약발이 다했으므로
가운 입는 게 그런 기분을 주지는 않지만
청진기는 확실히 그런 효과가 있다. ^^

두둥 딱 두둥 딱
심장이 뛰고
쉬익 쉭
폐가 부풀었다 가라앉는 소리가 들린다.
신기하다.


* 사람들은 늘 아프다.
언제나 누군가는 아프고
누군가는 죽어간다.

* 나는 사람들의 아픔에 눈을 돌리고 싶지 않다.
그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제발
그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건강하고
자기 손과 자기 발로 살아나갔으면 좋겠다.
아파, 라며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볼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 사실 아무도 내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간단하게
나의 삶은 나의 것이며 그들의 삶은 그들의 것이고
나고 죽고 병들고 건강한 것은 인간의 뜻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인정하고
그냥 나의 일에 몰두하면 되는 것이었다.

*아픈 누군가를 돌보느라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달려들어 환자 곁을 지켜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그것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공포였다.
아픈 아빠를 1년 내내 간병하다 결국 떠나보낸 엄마의 딸이었던 내게.

* 참 이상도 하지.
그런데 나는 지금 의학을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2년 몇 개월이 더 지나면 나는
면허를 가진 의사가 될 예정이다.
세상에나
그 때는 정말로 사람들이
자신의 아픔에 대해 나의 책임을 물으며 나를 찾아올 것이다.
원래 아는 사람들도
전혀 모르던 사람들도.
내 삶은 아픈 이들을 돌보는 것으로 채워질 것이다.

나는 어쩌다 이런 엄청난 일을 벌인 것일까?
나는 그냥 여기에 오지 않아도 좋았을 것이다.
그저 간단하게
나의 삶은 나의 것이며 그들의 삶은 그들의 것이고
나의 고통은 내 몫이며 그들의 고통은 그들의 몫임을 인정하고
병과는 상관 없는 아름다운 것들,
가령
예술이나, 문학이나, 학문 같은
그런 것들에 매진해도 좋았을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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