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aus kommt heraus


오프라 윈프리 쇼, '시크릿' 소개편. 자막 완비.
http://cafe.naver.com/learnsecret/83


용서란,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하는 기대와 가정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좋지 않은 일 속에도 일정부분의 축복이 있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기로 한다면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일을 겪게 되어서 감사하는 것이 진정한 용서라고 합니다.

며칠동안 가슴속을 활화산처럼 뜨겁게 만들던 일이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오늘 하루동안만 두 개나 치러야 되는 시험 공부를 하다 말고, 너무 힘이 들어, 연습장 뒷장을 펴고 뜨거운 것들을 써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결말에 대해 적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이루어진 것을 가정하고, 어떤 사람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말이죠.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아, 내가 나의 '性分之所固有와 職分之所當爲'를 한 발짝 벗어나 있었던 것이 발단이구나. 그로부터 모든 일이 한 발짝 빗겨난 나에게 한 발짝만큼 빗겨서 응했던 것이로구나. 결국 내가 원하는 것 또한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 뿐이니, 내가 그 자리를 지키기만 하면 모든 일이 순조롭겠구나.

그로부터 실로 하루 종일이 평탄하였습니다. 100개짜리 빵꾸 시험지의 80개 빈 칸을 채웠습니다. 오후 시험은 통과하지 못했지만, 4시까지 기회를 주고 통과만 하면 점수화되지도 않는 시험이니 괜찮습니다. 수업 내용도 비교적 집중해서 잘 들었고, 기다리던 사람에게 기다리던 소식을 듣기도 했습니다. 저녁엔 VITA 모임이 있었는데, 교리공부 가르치러 오시는 수녀님께서 맛있는 칼국수를 사주시고 지하철역까지 차로 데려다 주셨습니다. 집앞 지하철역에 내렸을 때 시계를 보니 아직 벨리댄스 수업에 갈 수 있는 시간이어서 얼른 책가방 던져놓고 달려가 신나게 춤도 추고 왔습니다. 오랜만에, 나 자신에 온전히 집중해서 춤을 출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목에 경련이 나도록 해도 안 되던 '넥 슬라이드' 동작이 오늘은 제법 그럴듯하게 되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어 인터넷을 하다가, 위의 링크를 걸어놓은 오프라윈프리쇼를 보았습니다. 용서란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하는 기대를 내려놓는 것이고, 그 일을 겪게 되어서 감사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걸 보니 또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결국 내가 용서 못하는 것은 나 자신이었습니다.

살다보면, 누구라도 겪지 말라는 법은 없는, 그렇지만 안 겪어도 좋을 일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내 생에 한 번쯤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 내게 악의를 품은 사람에게 작정하고 당하는 것보다는, 내게 선의를 품은 사람에게 실수로 당하는 편이 낫겠지요. 실수가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또한 실수와 실수가 마주 응해서입니다. 나의 실수 쪽을 보아도, 내게 악의를 품고 오는 사람 앞에서 실수하여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 것보다는, 내게 선의를 품은 사람 앞에서 실수하여, 조금 힘들고 조금 마음 아프지만 평생의 교훈만 얻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편이 100번 낫지요. 그래서, 요 며칠 내 가슴속을 태우던 활화산에 감사합니다. 진실로 감사합니다. 실수를 해도, 내게 선의를 가진 사람 앞에서 하고, 힘들지만 거기서 교훈을 건져내고 잘 털어낸 내 자신이 대견합니다. 내 자신에게 감사합니다. 나를 용서합니다.

이 시간, 온 세상에 외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1.
"그러다가 죽겠어요!"
"그러니 제발 나를 좀 내버려 두시오!"

귀여운 그림과 아담한 분량으로 마치 어른을 위한 어여쁜 동화인 양 유행했지만 사실 읽어보면 상당히 엽기였던 독일 소설 '좀머씨 이야기'의 핵심 대화. 좀머씨 그러다가 죽겠어요. /그러니 제발 나를 내버려 두라구요. //Heraus씨 그러다가 죽겠어요. /그러니 제발 나를 내버려 두라구요. //그러다 죽겠어요. /그러니 제발 나늘 내버려 둬요 Heraus씨!

2.
큰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12년 전 먼저 돌아가신 우리 아빠의 옆자리
양지바른 곳에
큰아버지의 산소를 쓰고 왔다.
다음번엔
부루마불 게임이나
그게 어른들 쓰기 너무 어렵다 싶으면
다양한 놀이에 쓸 수 있는 축구공이라도 하나 사갖고 가서
두 분 가운데에 놔 드리고 와야겠다.
아님, 바둑판이랑 바둑돌을 놔 드릴까.
알까기, 오목, 바둑, 각종 창의적인 게임이 가능한데.

재미나게 노세요 두 분.
노는 틈틈이
살아있는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3.
아빠가 돌아가셨을 땐 내가 너무 어렸고
다행스럽게도 내 주변엔
어린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되도록
장례절차를 보아 주시고
우리 식구들을 돌봐 주신
많은 분들이 계셨다.
그래서 우리 세 식구는 그냥 충격받고 슬퍼하기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아니라 나만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나이가 좀 들고,
아빠보다는 한 발 더 건넌 큰아빠의 일이다 보니,
이제서야 알 수 있었다.
그 때 어떤 어떤 분들에게 무엇을 받은 것인지.
참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이렇게 굳건하게 서로 등을 받쳐줄 수 있고
서로 안아줄 수 있는
가족과 친지들이
참으로 소중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4.
아들만 둘 두신 막내 작은아빠께
슬며시 다가 팔짱을 끼고
"작은 아빠!"
"왜?"
"사랑해요!"

그런 말 난생 처음 들으신다고 했다.
누구한테도 들은 적 없으시다고. ㅋ
"아들만 둘 있어서 이런 말씀 안 들어보셨죠?
실수하신 거라니깐~ 딸을 낳았어야죠!"
"그러게."
ㅋㅋ

살아있을 때,
살아가는 동안,
가능한 한 많이 말해야겠다.
사랑해요!
사랑합니다!
사랑해!

(에고 근데,
연애결혼하셨는데도 정말 못 들어보셨어요?
부모님 세대는 그런 말씀 안 하시나요?
속으로 그런 의문이 들었는데,
물론 감히 진짜 여쭙진 않았다. ㅋ)

5.
그리고
가능한 한 많이 껴안아야겠다.

6.
그러다 죽겠어요 Heraus씨!

알아요 언젠가 죽을 거에요.

시기를 선택할 수 있다면
80대로 하고 싶군요.
많이, 크게 사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삶을 기쁨과 희망으로 채워주고 난 후이길 바라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느 좋은 저녁, 사랑하는 사람들을 잔뜩 만나
향기로운 차를 마시며
많이 웃고
서로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소중한 당신이 나와 함께 있어서 고맙다고
인사를 나누고 돌아와
포근한 면 이불 속에서 자다가 가는
그런 아름다운 방법이면 좋겠군요.
내 영혼이 몸을 빠져나가
숨뇌(연수)가 기능을 멈춘 후로도
내 심장이 조금 오래 뛰어 주면 좋겠군요.
그러면
나의 장기들로
어떤 사람인가가
생의 고통을 덜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 테니까요.

장례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면
화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니 이젠 나를 좀 내버려 두어요.
언젠가 죽을 것을 모르지 않아요.
어떻게 해도 피할 수 없는 게 죽음이라면
당신 때문에 덜덜 떨면서
좀머씨처럼 깡말라가지 않겠어요.

그러니 날 좀 내버려 두어요,
공포씨!
그러니 날 좀 내버려 두어요,
조바심씨!
그러니 날 좀 내버려 두어요,
걱정씨!

사랑과
평화와
행복과
기쁨과
여유와
희망과
생동하는 삶만 생각하기도
나는 정말 바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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