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aus kommt heraus


* 오늘은 VITA 신입생 둘을 데리고
대전교구 주교좌성당인 대흥동 성당에서 미사 드리고
한 명은 향우회 모임 있대서 들여보내고
나머지 한 명 스파게티 먹이고 향기로운 차 한 잔씩 하며 이야기하다 돌아왔다.
아 정말 어린 양 같은 후배~!
신앙도 깊고, 하고픈 것도 많고,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참 진지한 면이 있었다.
참 좋은 시간이었다. ^^

* 아무튼..
대흥동으로 나갈 때
시간이 촉박해 후배 한 녀석과 택시를 탔다.
기사님께 '대흥동 성당이요' 했고
타서는 미사 얘기 등등을 했기 때문에
아저씨는 우리가 천주교인이며 미사에 가는 중이란 걸 분명히 아셨다.

근데 이 아저씨 심상치 않다.
한참 미사 얘기 중인데 뭔 이상한 기계(네비같이 생겼는데 네비는 아닌 것 같았다.)를 켠다.
켜지면서 뭐라뭐라 안내방송이 한참 시끄럽게 나온다.
시점이 묘하다.
꼭 듣기 싫다 소리를 간접적으로 하는 것 같다.

그러더니 붉은 신호등에 걸리니깐 주섬주섬 뭘 찾더니
교회 홍보전단지를 나와 후배에게 한 장씩 주신다.
생뚱맞기도 하지.
이 아저씨가 예배 얘기 하면서 교회가고 있을 때
옆에서 그 말 듣고 있던 사람이 천주교 주보라도 주면
아저씨 표정이 어찌 될까 궁금.
천주교인들이야 어디 가서 이런 일을 제법 자주 접하니
각자 감정적으로든 논리적으로든 대처하는 노하우라도 쌓이게 마련인데
개신교인들은 글쎄, 황당해 죽으려고 하지 않을까.

가톨릭과 성공회의 수녀님, 조계종 스님, 원불교 교무님들이 모인 수도자 단체 '삼소회'의 세 종교 성지 순례 이야기를 담은 책 '지금 용서하고 지금 사랑하라'에  이런 얘기 나온다. 나이 지긋한 성공회 수도자이신 카타리나 수녀님이 어느날 지하철 타고 가는데 '예수천국 불신지옥' 따위의 띠를 두르고 다니는 아저씨 한 분이 다짜고짜 수녀님 앞에서더니 위협조로 '예수 믿으시오!' 하더란다. 맞은편 앉은 사람이 하 기가 막혀 '아저씨 그럼 수녀님이 예수님 안 믿으면 누가 믿어요?' 했더니 '당신이 뭐 안다고 나서!' 라고 윽박지르더란다. 헛헛. 카타리나 수녀님은 그 후로도 며칠씩이나 그 생각하면 몸이 다 떨리셨단다.

그래도 우리의 기사님은 폭력적이지 않았고,
매너 좋게도 길을 안 건너도록 방향도 신경써서 내려주셨으니 다행.
아저씨네 교회에선 천주교 욕은 많이 해도
타종교인에게 폭력적으로 행동하라곤 안 하나 보다.
근데 지하철이나 명동 길거리의 그런 분들네 교회에선 뭐라 하길래
그렇게 행동하시는 걸까.
옛날에 내가 운전 배웠던 어떤 운전 강사님네 교회는 또 뭐라 했던 걸까. ㅋ

* 개인적으로,
어떤 종교 혹은 종교라기 뭣한 가르침이든지,
자기네 가르침을 충실히 이야기하지 않고
남의 가르침 까고 남의 틀림을 증명하는 데 열올리는 종교(혹은 가르침)는
가짜라고 본다.
이 좋은 세상에, 그 아까운 시간에, 뭣하러?
예수님이 이웃 사랑하라 했지 미워하라 했나? 심지어 원수까지 사랑하라 하셨는데.
땅끝까지 주님의 말씀을 전하라고 했지 땅끝까지 남의 욕하고 다니라 했나.

전에 그 운전강사님 얘기하면서도 말했지만
개신교 자체에 대한 반감은 없다.
나랑 아주 친한 친구 얼룩말, M부인 등등도 독실한 개신교 신자고
이 학교에서 나랑 친하게 지내는 현역 동기들은 대개
CMF(의료계열 대학 연합 기독교동아리) 아이들이다.
나 자신도 어려서 10살 때까진 교회 다녔었기 때문에 교회 문화에도 어느 정도는 익숙하다.
그치만 기왕이면
카타리나 수녀님에게 소리지르는 아저씨네 같은 교회 말고,
얼룩말, M부인 등등네 같은 교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교회 문제가 아니라 개인 문제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왕이면 평화가, 기왕이면 사랑이
폭력과 미움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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