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aus kommt hera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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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03 서울시에 낚인 토요일 (2)

* 서울 상암동 월드컵 구장 앞 월드컵 공원.
'하늘공원'으로 유명한 이 곳에 11월 1일 처음으로 다녀왔다.
애초 계획은 하늘공원의 억새를 보러 가는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하늘공원엔 발도 못 들여놓았고 -_-;;;
골프장이었다가 공원으로 재개장한 노을공원에만 다녀왔다.
공원구경을 뿌듯하게 잘하고 오진 못했다.
서울시가 주최한 노을공원재개장 기념행사에 참가해서
서울시 수도물 한 병 얻어마시고 왔지. ㅋ

* 기념행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 있었다.
1시부터 시작한다고 했으니 1시 반부터 시작한 '황영조와 함께 걷기 대회'
1시부터 3시까지 노을공원에서 열렸다는 연날리기 대회
그리고 3시부터라고 했으나 사실은 3시 반부터였던 기념식 및 기념공연.
우리가 참가한 행사는 걷기대회와 기념식, 그리고 기념공연의 첫 공연 일부였다.

흠. 왜 재미없는 기념식은 참가하고 기념공연은 보다 말았을까?
다 명바기 때문... 은 아니고, 명바기 후임자 오세훈 시장... 때문인 거는 같다.

* 월드컵 경기장 역에 내린 시간이 한 11시 20분쯤 됐을 거다.
공원 홈페이지에서 12시부터 접수라고 했으니까
월드컵경기장 내 푸드코트에서 점심을 재빨리 먹었다.
커피 한 잔 마실 새도 없이 부지런히 평화의 공원으로 나와 접수하러 갔더니,
따로 접수랄 것은 없고 경품추첨용 번호표를 주면서 1시 반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흠, 인터넷 홍보 내용상엔 12시부터 '참가신청'을 받고 기념품을 증정한다고 했는데
뭐, 좀 이상하고 속은 느낌이긴 하지만 그다지 나쁠 것은 없었다.
커피 한 잔 사들고 나와서 분수대를 바라보고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1시 반 가까이 되어 사람들이 모였고,
제목이 '황영조와 함께 하는 걷기 대회'였기에 황영조씨가 나왔는데
운좋게도 싸인도 받고 사진도 같이 찍을 수 있었다.
아무튼, 행사진행순서에 따라 참가자들과 같이 준비운동을 하고
노을공원을 향해 출발했다.
조경이 잘 된 길을 걷는 기분은 참 괜찮았다.
하늘에 뭉게뭉게 구름이 떠 있지만 대체로 맑게 갠 아름다운 날씨여서 더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노을공원의 걷기대회 행사 종료지점, 즉 3시부터 기념식이 있을 장소에 도착하고 보니
앞서간 행렬이 없어져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기념식 무대와 관객석이 준비되어 있고 몇 개의 체험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행사진행하시는 분께 걷기대회 참가자 어디로 가면 되냐고 했더니 여기 오셨으면 맞게 온 거란다. 좀 황당했다. 뭐, 기념식에 부를 관객이 필요하고 걷기대회나 연날리기 대회 참가자들을 자연스럽게 기념식에 참가시키겠다고 하는 발상은 좋다.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쨌든 걷기대회도 하나의 행사로 기획했다면 그건 그거대로 마무리지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게다가 뭐야, 기념품 얘기는. 경품과 기념품이 같은가? 걷기대회에 기념품이 마련되어 있다고 했지 기념식 끝까지 봐야지만 기념품 준단 말은 안 했고, 모두에게 다 주는 기념품이 아니라 추첨을 통해 주는 경품이라는 말은 없었는데.

* 뭐 어쨌든 좋다. 늦가을 날씨는 아름다웠고, 공원의 경관도 아름다웠다. 오랫동안 공연에 굶주린 귀를 이 기회에 무료 공연으로 배불려주고 싶기도 했으므로 남아서 행사를 다 보기로 맘 먹었다. 체험부스들을 몇 군데 기웃거리다가 '솟대 만들기' 부스에서 어설프나마 작품도 하나 만들었다. 흠. 재료가 거의 떨어진 시점에 가서 좀 거시기했지만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기념품을 대강 갈음하겠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괜찮았다.

* 기념식은 대략 3시 반 정도부터 시작했다.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려 하고 있었고,
사방 거칠 것 없는 높은 지대의 공원엔 찬바람이 많이 불었다.
무엇보다 지난 토요일은 11월의 첫 날이었다.
대한민국 서울의 11월은 가을이라긴 좀 춥고 겨울이라긴 좀 따순 날이고
일교차가 매우 커서 해 떨어지면 얼어죽기 좋은 날씨다.
서울시에 근무하시는 분이 그 정도의 서울기후를 파악 못하셨을 리는 없다고 본다.

시에서 시립 공원의 개장기념식에 마련했을 법한 여러가지 순서들이 고루 갖춰져 있었다.
국민의례도 했고 - 다문화시대에 맞춘 것인지 국기에 대한 맹세게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이 아니라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바뀌어 있는 것이 신선하고 기분 좋았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라면 자유가 억압돼도 좋고 원칙도 정의도 사라져도 좋다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사람들이 벗어나고 있다는 거겠지. -

시장님, 국회의원님, 뭔 단체장님, 님님님들의 인사말과 축사와 기념사들이 줄을 이었다.

대한민국 서울의 11월 날씨는 춥고 해는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12시 전후부터 실외에 있었고 3시 전후부터는 움직이지도 않고 있었던 관객들은
추위에 못이겨 속속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님님님들이 인사말과 축사와 기념사들을 끝내고 무대에 올라와 군악대 반주에 맞춰 '노을' 노래를 합창하고 퇴장하자 관객석은 반 이상이 비어 있었다.

* 4시쯤에 공연이 시작했다.
너무 추워서 앉아있기가 힘들었으나
님님님들을 위한 재미없는 기념식은 보고
좋은 공연은 놓치고 가버리기가 짜증나서 그냥 앉아서 공연을 보려고 노력했다.
야외용 플라스틱 의자는 팔걸이가 꽤나 거창하게 있어서 의자 둘을 딱 붙여도 옆사람과 체온을 나눌만큼 가까이 앉긴 어려웠다. 어쨌든 최대한 의자를 붙여 앉고 최대한 버텼다.
첫 공연은 공군 군악대 공연이었다.
군가 메들리(메들리가 아니라 딴 용어를 썼는데 기억 안 남)를 첫 곡으로 불렀는데,
노래가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낙동강에게 작별을 고하는 순간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이미 목에는 가래가 끓기 시작했고
아까부터 손발이 다 시려웠다.
이대로 앉아선 화가 너무 많이 나서 연주가 귀에 들어올 리도 없고
감기가 걸리는 건 불보듯 뻔한 일이기에
과감히 결단을 내려 일어났다.
잔디밭을 빠져나오는데

인상 좋기로 소문난 오세훈 서울시장님,
몰려든 어린이들과 어깨동무하고 인자한 미소를 띄고 사진찍고 계시더라.
화가 더 많이 났다.
님님님들은 따뜻한 차 타고 노을공원 내부까지 올라와서
30분도 안 되는 시간 기념식 하고
(일찍 온 님님들은 별로 없고 오시장님은 식전공연 끝날 때 오셨고 지각한 님님들도 있었다.)
인자한 표정으로 사진찍고 팬 서비스해 주시고
다시 공원 내부까지 올라온 뜨뜻한 차 타고 사라지시면 그만이지만

관객들은, 일부러 그 기념식 보러 공원에 시간맞춰 온 사람들은 거의 없을 거고
대부분 12시부터 그 때까지, 11월 서울 날씨에 밖에 있던 사람들이다.
낮에 볕 좋은 시간에 부지런히 걷고 연날리며 뛰어다닐 때야 안 춥지만
2시 반, 3시부터 제자리에서 서성거리고 앉아있었는데 얼마나 추웠겠는가.

연날리기 대회며 걷기 대회로 기념식 관객 확보하는 거,
그 자체가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속이 뻔하게 들여다보이도록 사람들 잡아두는 데만 신경쓰고,
오후내내 추운 날씨에 바깥에 있었던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었던 게 화가 많이 났다.
시 공무원들, 행사 진행 및 출연자들도 고생했겠지만 그 사람들은 어찌됐든 직업이고 일이다.

그렇게 관객들을 붙잡아두고 기념공연 하고 싶었으면
뭔지도 모를(그래, 경품 내용 공지조차 없었다.) 알량한 경품으로 꾀어내려 할 게 아니라
관객석에 난방장치나 바람막이라도 설치하든가
하다못해 보온용 플라폴리스 무릎 담요라도 나눠주든가,
기념식 끝나고 공연시작할 때 뜨거운 차 한 잔이라도 돌리든가,
아니면 잠깐 간단하게 몸 움직이면서 열낼 시간을 주든가 했어야 할 게 아닌가.

구태의연한 기념식 형식 그대로 유지한 채 관객들 동원할 생각에만 혈안이 된 것 같았다.
그런 것 치고는 머리 잘 쓰긴 했다.
다만 처음부터 패러다임이 그런 식이었으니 아무리 머리 잘 써봤자
공연 시작 직전에 서울시장 욕하면서 과반수 관객이 자리 뜨는 결과밖에 못 얻었지.

그런 것보다는,
님님님들이 기념식 열어서 국민의례하고 한 마디씩 꼬옥 하고 싶을 정도로 자랑스러운 그 공원을
님님님들이랑 같이 돌아보도록 한다든가
아무튼 시민들이 노을공원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행사를 기획했다면
그런 게 훨씬 알차지 않았을까?
시간은 추운 11월 저녁이고,
장소는 바람 많이 부는(풍력발전이 가능한!!) 고지대 공원이었는데
님님님들 자기 만족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그 자랑스러운 공원을 '시민의 품에 안겨준다'는 표어를
실천했어야 할 게 아닌가!
시민의 품에 감기몸살 안겨줄 게 아니라.

* 집에 와서 서울시 홈페이지에 이런저런 컴플레인과 제안들을 올리려 가 봤는데
이런 씁. 깔아야 할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다.
도대체 무슨무슨 포털사이트, 공공기관 홈페이지마다
자기네 게시판에 글 올리려면 따로 프로그램을 깔라고 하니 컴퓨터가 남아나나
내가 느네들 때문에 내 컴퓨터를 베려줄 쏘냐, 하고 안 올렸다.
그 대신 내 블로그에 올린다.

* 올 때는 길을 많이 헤맸다.
월드컵공원 전체적으로 길 안내가 많이 엉망이었다.
특히 보행자를 위한 안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갖고 가서 주차장에 대고 월드컵공원을 구성하는 여러 공원 중 한 군데만 딱 올라가서 즐기는지 모르겠지만, 공원과 공원 사이, 주차장 및 각종 시설들 사이로 난 길에 보행자를 위한 길안내가 너무 엉망이었다. 적어도, 갈림길 갈림길마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가장 빠른 보행로가 어느쪽인지 정도는 표시해 줘야 하지 않나? 그래서 자동차를 위한 안내판 보고 쫓아가다 엄청 돌았다. 그 날 하루동안 공원에서만 최소 12킬로미터는 걸은 듯하다.

* 흠. 지금은 주민등록도 대전에 있는 완전 대전시민이지만, 서울은 내 고향. 아직도 내 영혼이 반쯤 남아있는 곳. 서울시에 근무하는 누군가가 이 글을 읽어주기를 바란다. 다음에 이런 행사 기획할 땐 님님님들만 생각할 게 아니라 그 자리에 온 시민들을 배려해 주길. 그리고 월드컵공원 보행자 길안내 좀 확실히 개선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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