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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12 수유에 대한 대한민국의 시선들... (15)

* 회사다닐 때..
광고회사였기 때문에 거의 매일같이 이미지사진 사이트를 뒤져대곤 했다.
1년 내내 별 실적이 없었던 나에겐 이미지사이트 뒤지는 것이 거의 주업무이다시피 했는데..
일하다가 맘에 드는 사진을 발견하면 퍼다가 바탕화면이나 화면보호기에 깔아놓곤했다.
한 번은 거기서 재미있는 구도의 젖물고 있는 아기 사진을 발견해서 화면보호기에 깔았다.

그 때 팀의 한 4년차 남자 디자이너 선배는,
내가 지금까지 같은 집단 소속으로 만난 사람들 중에
무식함천박함 두 분야에서 1등상을 줄 만한 사람인데,
화면보호기가 실행중인 내 컴퓨터에서 그 사진을 보더니
나에게 회사에서 저런 사진을 깔아 놨냐고
묘하게 웃으면서 뭐라 했다.

나는 그가 그렇게 반응하는 이유가 순수하게 말 그대로 '이해'가 안 갔다.
아니 애기가 젖물고 있는 게 뭐가 어때서?
'저런' 사진이란 무슨 의미고, 그걸 회사에 깔아놓는 게 왜 문제지?

나는 그냥, 역시 1등은 달라, 하고 생각해 버렸다.

그런데...
이런,
그가 그랬던 게 꼭 1등이어서는 아니었던 모냥이다.

모유수유에 대한 시선 - by Artgirl

대단한 한국 사람들, 수유에 대한 인식, 모두들 1등감인 것 같다.
대한민국 출산율, 뒤에서 1등하는 이유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페미니즘을 추구하기는 그만두었지만 페미니스트이기는 포기하지 않은-_- 나로선
젊고 섹시한 미혼여성이 상의를 벗고 종로를 활보한다 해도 문제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얘기까지 하려면 얘기가 너무 거창해지거나
(여성의 몸과 시선, 섹슈얼리티, 신체적 자기결정권 블라블라...)
이 글의 요지에서 살풋 벗어나거나 해야 하니
관두자.
아무튼 대단하다, 대한민국!
가장 기본적인 수유에 대한 인식이 이 모냥인데
어떤 사람이 애 낳아 키우고 싶겠나.


* 지난 주말 어린이날에 오빠네 부부가 지효를 데리고 대전에 다녀갔다.
올케언니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6개월째 모유를 먹이고 있다. (언니 화이팅!)
차타고 내려오는 길에 수유를 위해 휴게소에 들렀는데
아 우리나라도 좋아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주는 선진적인 수유실도 봤고
아직도 수유실이 없는 휴게소도 봤단다.
올라갈 때를 대비해 인터넷으로 수유실을 갖춘 휴게소를 검색하는데
밥은 뭐 팔고 화장실은 몇 개고 시시콜콜 나온 한국도로공사 안내 사이트에
수유실 유무는 안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빠가 인터넷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고속도로 휴게소 수유실 - by hanti

며칠 후 답변을 받았는데
답변에 정말 으악,인 말이 있었다.

"또한 화장실에 설치된 파우더룸에서도 모유수유가 가능하도록 했으며..."

아니, 어떤 사람 머리 속에서 저런 아이디어가 나온 거야?
아무리 샬랄라 뽀샤시하게 꾸민 '파우더룸'이라도, 화장실은 화장실이다.
가령, 도로공사에서, 날로 치솟는 물가에 고속도로 여행을 기피하는 고객들을 배려해
고속도로 휴게소에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설치하기로 했다 치자.
도시락실을 화장실에 설치하면 어느 고객이 좋아라 거기서 밥을 먹을까?

수유의 본질은 식사다.
남보기 남사스런 어떤 에로틱한 행위도 아니고
시각적으로 기분나쁜 어떤 혐오행위도 아니다.
(누군가가 남의 수유를 그렇게 바라본다면, 문제는 그 사람 자신의 시각이다!)
수유실을 설치하는 건
식사, 그것도 어른의 식사보다 좀더 사적인 방식의 식사를 편안히 할 수 있도록
엄마와 아기를 배려하는 것이지
수유하는 엄마와 아기를 격리해서
보기 싫은 것, '있음'을 인정하기 싫은 것을 안 봐도 되도록
1등 대한민국 대중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다.
"'파우더룸'에 수유실 있습니다", 하고
"수유는 남사스러우니 화장실 가서 하시지요", 하고
뭐가 다르다는 거지?
파우더룸에서의 수유라니, 무슨 개갈 안 나는 소리람.


* 모든 엄마들 화이팅!
그리고 개갈 안 나는 대한민국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 꿋꿋이 모유수유하는 엄마들 더 화이팅!
대한민국에 내 회사선배 같은 1등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언젠가 아기를 낳을 수 있게 된다면 나도 큰길복판에서도 꿋꿋이 모유수유하면서
아기 키우기 좋은 환경 만드는 데 이바지할랍니다.
나중에 한의원 차리면 독립된 수유실은 못 만들더라도,
간이 수유공간을 만들 수 있는 병풍 같은 것 하나는 반드시 들여놓아야겠군요.
내가 언젠가 꿈꿔본 대로 명동 한복판 사무실가에 한의원을 낸다면
회사에서 유축하기 마땅치 않은 직장맘들, 우리 한의원에서 유축할 수 있도록 하고 싶네요.
^^






각주1) 개갈 안 나다: '신통치 않다', '말도 안 된다' 를 뜻하는 충청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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