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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08 복걸복 (6)

우리가 '알다'라는 말을 쓸 때는 다음과 같은 상황이다.
1.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2. 실제로 사실이다.(바꿔 말하면, 사실임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반면, '믿다'라는 말을 쓸 때는 다음과 같은 상황이다.
1.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2. 실제로 사실이 아니어도 된다.(바꿔 말하면, 사실임을 입증할 수 없어도 된다.)
(한국어의 '알다'는 아주 특수한 용법을 하나 갖고 있어 이 경우를 벗어나기도 한다. '나는 네가 그 날 온 걸로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안 왔었구나.'라는 문장은 아무 문제 없는 한국어 문장인데, 여기서 '알다'는 실제로 사실이 아닌 경우에 쓰였다. 이 문제 논하려면 길고 어려우므로 패스!)

우리는..
우리가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우리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안다'.
그리고 우리가 언젠가 죽을 것임을 '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왜 태어났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우리가 죽은 후에 어떻게 되는지, 사라지는지 저승에 가는지 윤회하여 이승에 다시 오는지,
'알지' 못한다.

왜 태어났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죽은 후에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해답'과 '가르침'들은 많다.
하지만 그것들은 '사실임을 입증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우리를 '알게' 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실은 엄밀한 의미의 '해답'과 '가르침'이 아니다.
누가 '가르쳐 주어서'가 아니라도 스스로 '직관적 앎'에 다다르기도 하지만
그런 '앎'들은 사실임을 보편적으로 입증할 수 없으므로
이런 시시콜콜한 의미에서의 '앎'으로 인정할 수 없다.

이런 문제들에 관한 한, 우리는 '믿을' 뿐이다.
'전지전능하신 주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셨으며 우리는 주님께 영광 돌리기 위해서 산다. 믿는 이들은 죽으면 천국에 갔다가, 세상 끝날에 부활한다'고,
'모든 것은 인연에 따라 모였다 흩어질 뿐이며 그 공한 이치를 깨달으면 윤회의 고리에서 벗어나 해탈한다. 사람몸을 받아야만 해탈에 다다르는 수행을 할 수 있으므로 사람몸 받았음에 감사하며 해탈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해탈하기 위해서 산다'고,
혹은 다른 언어로 된 '가르침'들을,
혹은 자신의 지식과 직관이 조합해낸 어떤 것을.

우리는 그 중에 무엇이 '사실'인지, '입증'할 수 없다.
그냥 '믿을' 뿐이다.
하지만, 사실은

무엇을 믿거나 복걸복이다.

어쩔 것인가.
그 수많은 '가르침' 혹은 '가설'들 중에서
어떤 것이 사실인지, 혹은 사실에 가까운지, 혹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러니, 어떤 믿음 혹은 가르침의 체계도
다른 체계보다 기대값이 높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는 그냥 어림짐작하여 믿거나 믿지 않을 뿐이다.

그렇다면 복걸복.
그 무엇을 믿든, 혹은 아무것도 믿지 않든
나의 삶이 나에게 의미있고 가치있으면 그뿐,
무엇을 믿든 믿지 않든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야말로 복걸복이다.

그래서

믿기로 했다.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여 이 세상에 내셨으며
나는 하느님 뜻대로 살아야 한다고.
그리고 죽으면 하느님 곁으로, 하늘나라로 갈 것이라고.
왜냐하면,
복걸복이니까.
이게 아니라 뭐 다른 걸 믿는다고 해도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니까.
그 중 하나를 골라잡아 믿는 것이
내 삶의 중심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뭣이랴.
그렇게 하나 '골라잡는다' 치면
문화적으로 익숙하고 편안한 것을 택하는 게
나쁠 것 없겠지.

어쨌든 나는 행복하다.
그리고
참 감사하다.


PS: '복걸복', 틀린 말이다?
http://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query=%BA%B9%B0%C9%BA%B9&frm=t1&sm=top_hty


네이버 검색화면입니다.
복걸복이 아니라 복불복(福不福)이 맞답니다.

하지만, 어원이 복불복이라고 해도,
누가 복불복이라고 말한답니까?
복불복이라 하면 알아나 듣는답니까?
하여, 복걸복이 십수년 내로 사전에 등재되는 것이 옳다는 것이 Heraus의 의견입니다.
하지만 뭐,
복걸복이 등재되건 안 되건,
그야말로 복걸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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