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aus kommt heraus


* 엄마 생신이라서 별이 왔다 갔다.
이번에도 정말 놀라운 성장의 면모들을 보여주고 간
귀여운 별.


* 지난 1월 24일에 내가 별이랑 놀려고 내 곰인형을 가져갔는데
얼레벌레 그 곰이 별네 집으로 가버렸다.
그래서 언니에게 다음에 나 볼 때 돌려달라고 말해놓고서는
찜찜했다.
애는 그게 자기 거라고 굳게 믿고 있을 텐데
뺏겨서 울면 어떡하나 하고.

근데 별, 우리집에 들어서면서 바로 내게 곰을 주는 것이다!!!
그것도 언니랑 오빠는 깜빡하고 안 가져올 뻔한 걸
아침에 별이 챙겼댄다.
고모 줄 거라고.

울지 않았냐고 언니에게 물었더니
처음에는 울었는데 말로 설득하니까 되더란다.
"원래 고모 건데, 별이 갖고 논 거야.
고모 덕분에 잘 갖고 놀았으니까 고모가 고맙지?"
그랬더니 이해하고, 고모 덕분에 잘 놀아서 고맙다고 하더란다.
아아 놀라운 아기.
안 갖고 놀아도 다 자기 거였던 게 채 두 달도 안 지났는데
고모 거야, 고모 돌려줄 거야, 고모야 갖고 놀게 해 줘서 고마워,
그런 고차원적인 개념을 받아들여주다니.
고마워 별!!!


* 노래부르는 패턴이 바뀌었다.
전에는 자기도 자주 동요를 흥얼거렸고
옆에 있는 어른들이 자기 아는 동요를 흥얼거리면 같이 불렀는데
동요를 자발적으로 부르는 횟수도 줄었고
옆에 있는 어른이 따라 부르면 제가 부르던 것도 그만 부른다.

그 대신 삶이 뮤지컬이 되었다.
그냥 하는 말을 노래처럼 한다. ^^
그리고 노래처럼 말 해 주면 무척 좋아한다.
몸을 부들부들 떨고 발을 마구 구를 정도로 좋아한다.

* 한 달만에 봤더니 역시나 처음엔 조금 낯설어 하고 가까이 오지 않았다.
오자마자 집 앞의 한정식 집으로 가서 밥을 먹었는데
밥먹으면서 다시 가까워졌다.

별이 나랑 놀다가 물먹고 싶다고 해서 내 컵에 물부어서 줬다.
혼자서 물을 잘 마신다.
고모도 먹으라고 해서 컵에 입을 댔더니
내 입으로 물이 들어오도록 잔을 기울여주는 건 할 줄 모르나 보다.
물은 못 마셨지만 "아이 시원하다~!"하고 반응해 주니 좋아한다.
자기도 다시 한 입 마시고 "아이 시원하다~! 고모도 먹어!"
그래서 나도 입 대고 "아이 시원하다~!"
그러면서 좋다고 놀았다.

그러더니 그 잔으로
대전 할머니 잔이랑 부딪치고, 아빠 잔이란 부딪치고 엄마 잔이랑 부딪치고
"고모도~!"
고모 잔은 지가 가졌으므로 고모는 스텐레스 공기로 부딪치고.
"대전할머니랑 고모랑 아빠랑 엄마랑" 다 해야 된단다.
그래서 다섯이 다 같이 부딪치고. ^^
잔 부딪치는 걸 좋아한다.


* 지난 24일에 별이 먼저
"나는 상~어다~!" 해서
내가 "너는 상~어냐~? 나는 가오리다~!" 하고 놀았는데
식당에서 별에게 "나는 가오리다~!" 했더니
"나는 상어다~!" 하면서 웃는다.
그래서 상어와 가오리 놀이를 계속했다. ^^
전에는 안 그랬는데 이번에는 나를 가오리라고 불렀다.
"가올아 가올아~"
하면서. ㅋㅋ

이 녀석 나랑 놀다가 흥이 나면
나한테 '고모~ 고모~'하면서 앵길 때가 있는데
저녁에 "고모~ 고모~" 하길래 "난 고모 아닌데. 가오린데" 했더니
"가올아~ 가올아~"하면서 볼을 부볐다.
아 이뻐. ^^

별이는 상어, 나는 가오리, 언니는 오징어.
엄마도 생선 놀이에 참여하시려고
"안녕 상어야? 나는 갈치야~!" 하셨는데

"갈치는 내가 아까 먹었는데!"

푸하하.
점심상에 꽁치가 한 마리 올라왔는데 그걸 갈치라고 생각했나 보다.


* 1월 11일에 별이랑 했던 어흥 놀이.

별: 어흥! 너를 잡아먹겠다!
고모: 잡아먹지 마~!
별: 그래!

2월 22일, 별이 손을 넣어 움직이게 만든 호랑이 인형을 가져왔다.
내가 그걸 손에 끼고 어흥놀이를 걸었다.

고모: 어흥! 너를 잡아먹겠다!
별: 싫어!

어, 그래.


*  생선놀이 중에...

별: 나는 상어다~
고모: 나는 가오리다~!
별: 엄마는 뭐야?"
엄마: 엄마는 엄만데.
별: 아니, 엄만데, 뭐야?

ㅋㅋ


* 밥먹고 집에 와서 케익이랑 차 한 잔씩 먹고
별을 재우려고 했으나...
어른들만 잤다. -_-;;;;
처음에 재우려던 아빠, 장거리 운전 후유증으로 완전 잠드시고
빠져나온 별을 재우려던
엄마, 할머니, 고모 모두 실패하고
별이랑 놀다가 자는 척 하다가...

근데 별은 자는 놀이만 하고 잠은 전혀 안 잤다.
열이 많은 별이 내 방의 전면 창에 바짝 붙어서 잘 것처럼 하더니
곧 일어나서
"아침이다~! 축구하는 거야!"
하고 일어나 핸드볼 공을 갖고 놀다가
다시 또 잘 것처럼 누워서 잘 자 어쩌고 하더니
코고는 소리도 내 가며 제법 자는 척(!) 하다가 또
"일어나~! 아침이야~! 일어나서 축구하자~!"
하고.
웅야.
세 어른이 모두 자고 싶지만 별을 혼자 뒀다 위험할까 봐 잠도 못 자고 그랬다.

그 와중에 별은 몇 번이나 '자고 일어나는 놀이'를 반복하면서
자는 소리를 내는데...
잘 때 낮게 코고는 것 같은 숨소리를 일부러 내면서 누워 있다가
나중엔 "드르렁 드르렁 쿨~!" 하고 말을 했다.
리을이 많이 들어가는 발음이라 언뜻 들어선 쉽게 알아들을 수 없었는데
(드엉드엉 코 정도로 들림. '쿨'은 나중에 별을 서울 보내고 나서 생각해보고 추측한 것이고
별을 보낼 때까지 나도 드르렁드르렁은 제대로 했는데 드르렁드르렁 코 로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용케 알아듣고 "드르렁 드르렁 코~!" 하고 따라해 주니
넘어가도록 까르르 웃으며 무척 좋아한다.

* 내 방에는 5층짜리 책장이 있는데
별이 가져온 25센티 정도 되는 곰인형이 5층에 놓여있었고
별의 주먹만한 작은 곰인형이 2층에 있었다.
별 재우겠다고 어른 셋이 시체놀이하는 가운데
별이 주먹만한 곰을 발견했다.

주먹만한 곰을 손에 들고
5층 곰을 향해 들이대며

"엄마! 엄마! 나 여기 있어요~!"

푸하하,
더이상 시체놀이를 고집할 수가 없었다.
웃으면서 5층의 '엄마곰돌이'를 내려줬다.

* 별, 우리집 현관에 붙은 전신거울 앞에서 신발을 벗으며
"별이다. 아 예쁘지~?"
거실 탁자 위에 놓인 별의 사진을 보며
"별이네~ 예쁘다!"

ㅋㅋ
그래 너 예쁘다!!

그러다가 나한테도 선물을 한 번 해 줬다.
저녁에 샐러드를 만들며 샐러드에 올릴 오리고기를 자르다가
몇 점 별의 입에 넣어줬는데
와서 내 옆에서 비비적비비적 하면서
"공주님처럼 예쁘다~!"
"별아 누가 공주님처럼 예뻐?"
"고모!"
꺄아~~ 고마워요 별이공주.
고모공주를 알아봐 줘서!!


* "내가 또 왔어."
별의 놀라운 말.

"전에 여기 왔는데 내가 또 왔어."

전에 대전에 온 걸 확실히 기억하고, '또 왔다'는 걸 아는 것도 신기. ^^


* 어떡하다가, 오빠와 나의 어릴 적 사진을 꺼내게 됐다.
오빠가 중학생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의 사진.
근데 고모는 못 알아보는데
아빠는 알아본다.

오빠와 내가 같이 찍은 사진에서나를 가리키며
"이거 누구야?"
"몰라."
"고모야!"
"아니야!"
하는데 오빠를 가리키며
"이거 누구야?"
"아빠!"
오오 놀라워라.
중학생 아빠의 모습이 지금 아빠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나 보다. ^^


* 별과 별의 엄마아빠는 울엄마랑 나랑 같이 저녁 7시 미사를 다녀온 후
인터넷으로 교통정보를 확인하고 나서 집으로 출발했다.
오빠네가 출발하려고 가방 챙기는데
미사 때 잘 자고 일어난 별은 본격적으로 코트 벗고 놀아보겠다고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일부러 별이 보라고 코트를 챙겨 입었다.
별, 방금 전에 멀리 벗어던져버린 코트를 광속으로 입으며 내게 달려온다.
별이 손을 잡고, 먼저 현관앞에 나와 오빠네를 기다리면서

"별이 집에 가자~ 별이 집에 가자~" 노래를 작곡해서 불러줬다.
별이 아주 신났다. 발 구르고 팔을 부들부들 떨면서.
"별이 집에 가자~!"
"별이 집에 가자~!"
나랑 한 번씩 번갈아서 노래를 불렀다.
제 엄마 아빠가 짐 챙겨 나오고, 대전함머니도 배웅한다고 나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함머니와 고모 손을 잡은 별은
다섯이 다 함께 제 집에 가는 줄 알고 신이 났다.
발 구르다가 팔을 부들부들 떨다가
까르르 깔깔깔.

지하주차장에 들어서서 카시트에 별을 앉히고
엄마와 내가 "빠이빠이~" 하자
그제야 사태를 알아챈 별이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고 울기 시작한다.
엄마가 먼저 작별인사를 하고..
내가.. 삐죽거리고 우느라고 자꾸 외면하려 드는 별을 얼굴에
억지로 뽀뽀를 쪽쪽쪽 하고 나서

"별아 드르렁 드르렁 코 자!"

별이 깔깔깔 웃는다.
지가 언제 삐죽거렸냔다.
드르렁 드르렁이 글케 좋냐? ㅋㅋ
드르렁 드르렁은 어느 책에서 읽었을까?

웃는 별을 보고 안심해서 뒷좌석 문을 닫으니 또 삐죽삐죽
별의 아빠가 시동을 걸고 창문을 열어줬을 때 또
"드르렁 드르렁 코~!"
했더니 또 깔깔깔 히쭉히쭉

그렇게 아쉬운 이별.

날마다 달마다 부쩍부쩍 자라는 별, 사랑해~!!

* 오빠가 22일에 대전으로 출장을 왔다가
하루에 일이 끝나지 않아 우리 집에서 묵고 갔다.
23일 아침식사를 하며 오빠가 전해 주는 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전해들은 이야기들도 기록해 두면
나중에 별의 성장에 관한 의미있는 기록이 될 것 같아 적는다.

* 여보놀이

"여보놀이 하자~! 여보 이거 먹어!"
하고 논다고 한다.

별이 오빠에게 여보라고 하면 언니가
"엄마 여보야~!"

그럼 별은
"아니야 별이 여보야~!"


* 병원놀이

"의사 선생님~ 제가 아프거든요!"
"의사 선생님~ 곰돌이가 아프거든요!"


* 고객님 놀이

어디서 배웠는지 '고객님'이라는 말을 안다고 한다.

"고객님 어서오세요~!"

이런 말을 하고 논다고.


* 확실히 여자아이라서 관계에 관한 놀이를 즐겨 하는 모양이다.
여보 놀이, 병원놀이, 고객님 놀이....


* 여전히 감자를 좋아한다고 한다.


* 별이 아주 애기였을 때-누워있을 때부터 기어다닐 때까지-는
오빠 아기때 사진과 똑같았다.

돌 무렵엔 같은 아기의 고운 버전과 무뚝뚝한 버전이 되었고

지난 봄쯤에는 같은 아기의 여자 버전과 남자버전으로 갈라졌고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자랄 수록 소녀티도 나고,
어디라고 딱집어 말할 순 없지만 언니를 닮은 느낌이 많이 자라고 있었는데

얼마 전 처가에 가서 언니 어릴 적 사진을 봤더니
오빠와 달라진  30%가 거기 있더란다. (오빠70 언니30)
그런 걸 어떻게 숫자로 딱 잘라 말할 수야 있겠는가마는 ^^

아기가 처음 태어났을 때는
엄마는 자기 배에서 나왔으니 자기 자식인 줄을 알지만
아빠는 얼떨떨하니까
아빠를 닮아주었던 게 아닐까?

"나 네 딸 맞거든!"

그러다가 이제 아빠가 자기 자식인 줄 충분히 알고
가족 내에서 아기의 지위가 확고하게 잡히면
독자노선을 가는 거다.
엄마도 닮고 아빠도 닮고 자기 생길 대로 생겨가는 거다.

그런 거 아닐까? ㅋㅋ

오늘은 오빠 생일.
엄마가 생일 축하한다고 집으로 전화를 하셨는데
올케언니가 며칠 전에 엄마가 택배로 보낸 밤 잘 받았다며
'할머니 잘 먹겠습니다' 하라고 하면서 별을 바꿨단다.
별, 잘먹겠단 말은 않고

"대전 할머니, 웬 밤을 이렇게 많이 보냈어?"

하더란다.
쿠하하하하.

저 키워주시는 외할머니께서 '어머 웬 밤을 이렇게 많이 보내셨대!" 이런 말씀을 하셨겠지.
고걸 듣고 기억해서 그렇게 말을 하는 별.. 정말... 귀엽기도 하지만... 가소롭고..
웃긴다. ㅋㅋㅋ

오늘 아침엔 눈뜨자마자

"엄마가 아빠 생일 축하한대요"

그러더란다.
언니가 어제 아빠 생일 축하해요, 하라고 연습을 시켰는데
'아빠 생일 축하해요'는 안 하고 엄마가 축하한다더라고...
ㅋ 귀여운 녀석.

그러고 보면
어른들이 직접 인용으로  "..."이라고 말하라고 해도
그 말 안 하고 지 하고싶은 대로 딴 말 하고
상황을 중개설명도 하고
요 녀석 머리 속은 이미 익을 대로 익었나 보다.
어른들 하는 말 잘 들어뒀다가 따라하기도 하는 것 같고.




*지난 추석연휴 때 어록 보충

요즘 '아빠가 한티야?"라고 재미있어 하며 묻는다고 했다.
아빠는 아빤데 다른 이름이 있다는 게 재미있는 모양이다.
오빠랑 같이 옷사주러 마트에 데려가면서 그 이야기가 나왔는데
내가 "고모는 헤라우스야."라고 알려줬다.
효리눈까지는 안 되고 슬슬 웃으며 별 曰

"아니야 고모야!"

ㅋㅋ

마트에 갔다가 오는 길에는
고모 예쁘냐고 물어봤더니 안 예쁘단다.
별은 예쁘냐고 했더니 예쁘단다.
그래서 고모는 안 예뻐, 별은 예뻐, 그걸 몇 번 반복했다.
고모 예쁘냐고 몇 번 더 묻는데 계속 "아냐 안 예뻐" 하길래
"헤라우스는 예뻐."
별, 지랑 나랑 성이 같아 첫 글자도 같고 글자수도 같은데 지 이름이 아니니까
지 이름을 틀리게 불렀다고 생각했나 보다.

"아니야 별이야!"

그래 별은 예뻐. 유리나도 예뻐.
몇 번 했더니 고모에게도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힘들게 받아들인 것 같다.
더 오다가 오빠가 별에게 물었다.
"별아, 이 사람 누구야?"
별, 제 아빠 어깨에 고개를 푹 묻으며

"몰르겠어."

별이 서울로 올라가던 날 아침,
별네 식구를 역까지 데려다 주고 학교가서 공부하고 오려고 외출준비를 하다가
뭘 입을지 고민했다.
마침 방에 들어와 있던 별에게
'고모 뭐 입을까?" 하니
어느 하나를 가리키며

"이거 입어!"

하는데, 불행히도 그건 분홍 스카프였다. 0.0
바바리 우먼이 될 수는 없기에 내가 옷을 골라서 들고
"별아, 고모 이거 입을까?" 했더니

"이거 이쁘네. 이거 입어!"

ㅋㅋ 이것도 아마 제 외할머니께 듣고 따라하는 말일 것 같다.

별이 우리집에 와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별의 장난감 될 만한 것들을 꺼내놨는데
다큰 어른들 둘만 사는 집에 뭐 그런 변변한 게 있나.
다행히 내가 학생이라 필기용품과 종이는 넘쳐나서
백지 연습장 한 권과 각종 색연필 볼펜을 모아서 별에게 줬다.
제 멋대로 선을 그으며 즐거워하는 별.
연습장 위에 발이나 손을 올려놓고 그려달라고 하면
손이나 발을 따라 선을 긋는 고난도 작업은 아직 못하고 ^^
한 번 손이나 발 옆에 볼펜 쓱 그어주고서

"와~ 고모 발이다!"
"와~ 고모 손이다!"

별은 갈치와 연어 기타 물고기 반찬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엄마는 별의 방문을 앞두고 훈제 연어를 두 판이나 사다 두셨다.
별에게는 거의 매끼니 구운 갈치나 연어를 줬다.
별이 올라가던 날 아침에는 갈치는 안 남고 연어만 조금 남아 있었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마구 소리치며 쟁취해내고야 마는 별,
연어 먹다 말고 '갈치! 갈치! 갈치!" 소리를 지른다.
모든 어른들이 갈치 없다고 다 먹었다고 해도 계속 소리지르는 별.
엄마가 "갈치는 바다에 가서 잡아와야 해."했더니 별이 명령한다.

"갈치 잡아와!"

ㅋㅋㅋ
나중에 결국 진정이 됐다.
별이 좋아하는 음식은 연어, 각종 생선, 된장찌개(특히 감자와 호박. 두부는 안 먹음), 우유, 밤 등등.
기본적으로 먹성이 좋은 편인데
저 싫은 건 안 먹는다.

엄마가 추석이라 토란국을 끓여 주셨는데
그 마지막날 아침에 별이 내 토란국에 눈독을 들였다.
국 속에 든 토란알을 보며 별이 묻는다.

"그게 뭐야?"

내가 이게 뭐~게! 하면서 먹어보라고 조금 잘라서 별에게 줬다.
토란을 오물오물 먹으면서 별, 효리눈이 된다.

"감자~지!"

푸후훗.
포실포실하게 부서지는 질감이 감자 같았나 보다.
토란 질감이 워낙 감자랑 비슷한 것이 사실이긴 하지.
저 모르는 토란 같은 이름을 괜히 불러주면 안 먹을까 싶어
그래 감자다, 하면서 다 먹였다.
잘 받아먹더라. ^^


별이 내려왔다 갔다.
참 행복한 2박3일이었다.
별을 낳고, 키우고, 추석연휴에 맞춰 별 데리고 힘들게 내려왔다 가 준 올케와 오빠에게 감사!


13일 토요일 오후4시경
별이 서대전역에 도착했다.
별에게 줄 분홍색 꿀꿀이 인형을 가지고 마중나간 나,
승강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개찰구로 올라온 별을 보고 손을 흔들자
별이 나를 알아보고 발을 구르고 소리를 지르며 좋아한다.
별에게 달려 들어가 눈높이 맞춰 앉았다.
"별아, 고모 안아주세요~!"
효리눈을 하고 웃으며 별은

꿀꿀이를 안았다. -_-;;


한 손에 엄마손 한 손에 내 손을 잡은 별, 주차장으로 가서 글로리아에 탔다.
글로리아 뒤에 탄 별, 꿀꿀이 눈코입 짚기 놀이를 하다가
"아 챙피해!"
꿀꿀이 배꼽이 나와서 챙피하단다.
(배꼽이 엑스자로 수놓아진 꿀꿀이..)
"별이는 챙피해?"
"아니, 안 챙피해."
"꿀꿀이는?"
"아 챙피해!"
그로부터 연휴내내 별은 '아 챙피해'를 입에 달고 살았다.
꿀꿀이 챙피한 걸로는 성에 안 찼는지 나중엔 제 옷을 화악 들추고
'아 챙피해~!'
하는데 어른들이 챙피해하는 게 재미있는지 자꾸자꾸 옷을 올렸다. -_-;;;


추석이라고 오빠네가 한과세트를 가지고 왔다.
엄마랑 같이 그걸 풀어봤더니
작은 플라스틱 상자에 종류별로 포장된 것이 큰 종이박스에 나란히 들어있고
그 위에 종이박스까지 한꺼번에 비닐 포장이 쳐져 있었다.
별은 그걸 보자 먹겠다고 달려들고
어른들은 뜯어줄 생각 전혀 없이 그냥 보면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고 있었다.
별, 제 손으로 비닐을 뜯어보겠다고 이리저리 애를 써 봤지만, 될 리가 있나.
상자 위에 폭 엎드러지면서 별이 한탄한다.

"먹을 수가 없어."


14일 일요일이자 추석날.
우리집은 차례를 따로 지내지 않고 명절당일 성당에서 하는 합동 위령미사에 참례한다.
미사 후 집에 돌아오는 길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내렸다.
오빠가 '아빠 잡아봐라' 하며 종종걸음으로 도망가는 척 하자
별이 자지러지게 웃으며 뛰어와 오빠를 잡는다.
이번엔 올케언니가 '엄마 잡아봐~라!'하자 또 자지러지게 웃으며 잡는다.
나도 '고모 잡아봐~라!'했고 엄마도 '할머니 잡아봐~라!'했다.
즐거워하며 네 사람을 차례로 잡은 효리눈 지효

"지효 잡아봐~라!"

하고 뛰어간다. 아하하.
어른들 넷 다 자지러졌다.
지효는 고모가 잡았다.


주차장에서 집으로 올라오는데
별이 엘리베이터에서 실수로(고의일지도...) 비상벨을 눌렀다.
관리실에서 방송 들어오고, 오빠가 '죄송합니다, 아기가 잘못 눌렀어요'해서 상황이 일단락 되자

"아이 깜짝 놀랐네."

끄아하하하.
별, 한 번 깜짝 놀라봤으니 다시는 비상벨 안 누를 거야. ^^


추석날 오후에는 큰집, 작은집에서 오셔서 밥먹고 한참 놀다 가셨는데
그 와중에 별은 포도 한 송이를 혼자서 거의 다 먹었다.
아기들 배는 무엇을 먹으면 바로 뽈록 솟아나온다.
별의 뽈록한 배를 만지며 오빠가 "우리 별 뱃속에 뭐가 들었어?"

"포도가 들었~지!"

으아. 쓰러진다. 정말 크게 웃었다.
별을 가만 보면 말을 잘 한다는 것도 신기하고 귀엽지만
고 쪼꼬만 머리로 모든 상황을 다 파악하고, 특히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있고,
사건들을 오래 기억하며 생각한다는 게 놀랍고 재미있을 때가 많다.
흠. 아직 22개월밖에 안 되었지만, 별이 지금 말하고 기억하는 것들을 보면
별은 자란 후에도 지금을 기억할 것 같다.
우리 나이로 세 살... 기억할 만도 할 것 같군.


여기 쓴 것 말고도 별은 엄청나게 많은 어록을 남기고 갔다.
'즐겁게 춤을 추다가', '곰 세 마리'. '당신은 누구십니까'같은 노래도 많이 불러줬고.
별이 데리고 욕조에 물받아서 한참 물놀이 하다 샤워도 시켜 봤고
엄마 아빠 같이 놀이터에도 데리고 가봤다.
아항. 별, 너랑 그런 것들을 하면서 나도 행복했지만
너도 행복한 줄 알아라.
고모가 싱글이니까 너랑 글케 놀아주지
고모가 결혼하고 애 생겨봐라. 얄짤없다. ㅋㅋ

별은 뽀뽀 인심이 아주 야박한데
내 입장에선 가끔 섭섭하지만 바람직하다고 본다.
뽀뽀는 자기 하고싶을 때만 해야지 남이 하잔다고 인심쓸 일이 아닌 게 분명하니까.
어쨌든, 그 야박한 별이 서울 가기 직전에 기차역에서 고모한테 뽀뽀를 해주고 가서 더 행복했다.
^^

별 덕분에 두고두고 웃고 있다.
고마운 별. 그리고 별이 엄마 아빠인 올케언니와 오빠에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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