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밤, 한약국 사장님과 본4선배에게 동시에 문자를 보내 단녹용탕을 얼마나 달여야 할지 물었다.
먼저 연락이 된 쪽은 선배. 선배와 상의하여 녹용 20그램과 물 3.5리터를 약탕기에 담아 약불에 올리고 잠자리에 들려고 했다. 그 때 뒤늦게 한약국 사장님이랑 연락이 됐는데, 하는 말씀이 전혀 다른 것이다. 여차여차 통화를 했는데, 3.5리터 금방 다 졸아붙는다고, 위험하니 불에서 내려 놓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하라는것이다. 세 시간만 달이면 충분하다고. 부랴부랴 약탕기를 베란다에 내놓고 잤다.
*오늘 아침 5시 기상. 약탕기를 불에 올렸다. 3시간이 흐르고 학교갈 때가 됐는데, 약물은 한강수~ --; 아침 스터디 후 와서 불끄면 되겠거니 하고 학교 가서 스터디를 마쳤다. 스터디 마치고 다시 집에 왔는데 여전히 한강수~ 오늘은 첫 수업이 11시라 그 전까진 되겠거니 하고 기다렸다. 10시 40분쯤 보니 여전히 한강수~ 한 시간짜리 수업을 다녀오면 그 사이에 약이 탈까봐 걱정이 됐다. 그래서 수업을 쨌다. 두번째 수업은 오후 한 시. 그 때까지 달이면 애초 계획대로 8시간 달이는 것이 된다. --;; 12시 반 뚜껑을 열었는데 여전히 한강수~ ...는 아니고 조금만 더 졸면 될 것 같은데 그 조금이 졸아들질 않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자꾸 열어보는데... 이젠 제법 농축이 되어 끓으면 질긴 거품이 솟아올라온다. 한동안 끓이다 뚜껑르 열고 보면 거품 때문에 바닥이 잘 안 보이고, 그럼 한 번 불수산 에끼스 만든 전력 때문에 가슴이 철렁하여 화닥 불을 꺼 버린다. 끄고 보면 아직 멀었다. --;; 몇 번을 그랬다. 그러면서, 불이 너무 왔다갔다 해서 약의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고민스러워서, 안 되겠다 기도발로 때우자, 하며 약탕기 앞에서 성가도 부르고 가스펠도 부르고 기도도 하고... 그랬다. --;; 동영상 찍어서 daum에 올리면 나도 광고 나왔을지도 모른다. --;;;
* 12시 40분 넘어, 도저히 안 되겠어서 껐다. 대략, 양이 맞춰진 듯도 하고, 조금 , 아주 조금만 더 달였으면 좋겠지만 이젠 정말 학교에 가야 한다. 오후 수업은 놓치고 싶지 않다. 부랴부랴 불끄고 정리하고 준비하고 학교 갔다. 가면서 생각해 보니 괜히 줏대없이 흔들려서 망했다. 그래도 며칠동안 내 약탕기에 내 가스렌지로 내가 달여본 노하우가 있는데, 나 자신을 믿고 올려놓고 잤어야 하는 걸. --;; 약국 사장님이 염두에 둔 불의 세기보다, 내가 불을 좀 약하게 썼던 것 같다.
* 오후 수업과 스터디를 마치고 왔다. 시간맞춰 우리집으로 온 오빠랑 같이 약을 페트병에 담았다. 담을 때 실수로 약을 조금 쏟았는데, 그러고도 약은 300미리 가까이 되는 듯 했다. 우옹, 진통올 때 원샷하긴 분량이 조금 많다. 조금만 더 졸여졌으면 좋았을 걸. 오빠를 보내고 나서 약탕기에 남은 녹용찌꺼기를 면보에 받쳐 꾹 짰다. 국물이 그래도 한 80미리는 나오는 듯. 녹용은 역시 다공질이다... 국물 맛을 보니, 걱정했던 것처럼 비리지 않다. 진통이라는 게 줄창 아픈 게 아니라 주기적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강해진다니깐... 진통 시작 후라도 통증이 좀 잦아든 싸이클에 먹는다면 250미리 정도 먹는 게 전혀 고통스럽지 않을 듯 하다.
* 녹용을 달이는 동안 나는 냄새는 살짝 곰국 고는 냄새 비슷한데 좀더 진하게 노린 냄새였다. 달여낸 국물은 노리끼리한 갈색이 살짝 도는 투명한 액체였는데, 페트병에 모아 담으니 조금 탁하게 보였다. 물이 많이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대략 1리터 이하로 줄어든 듯한 후로는 끓을 때 생기는 거품이 물 끌을 때처럼 바로 꺼지는 게 아니라 계면활성제 거품같이 지속성이 있었다. 거품의 크기도 컸다. 약성분이 우러나고 농축됐으니 당연한 일이겠는데, 불수산을 달일 때랑은 거품의 양상이 달랐다. (참고로, 사포닌 등의 몇몇 약성분들은 계면활성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포닌 성분이 많은 인삼이 들어간 식품이나 약을 먹은 경우 소변에 거품이 생길 수 있다. 놀랄 필요 없다.)
* 녹용이 들어가는 대부분의 처방약을 달일 때는, 녹용과 처음부터 함께 달이면 다른 약의 약성이 죽기 때문에 녹용만 따로 고아낸 후에 그 물에 다른 약재를 넣고 다시 달이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
* 우리 별이랑 올케언니 덕분에 내가 약 공부 참 많이 한다. ^^; 약성이 어쩌고, 약의 작용기전이 어쩌고 하는 이론의 깊은 부분을 다 제대로 알고 약을 쓰는 게 진짜겠지만.. 그것말고, 약을 다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을 익히는 것도 큰 공부다. ^^; 고마워요 언니랑 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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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글에 언급한 불수산...
처음에 두 첩을 달였다. 그렁저렁 물조절을 해 내었다. 그래서 적정 분량인 300밀리리터가량을 추출해내었다. 첫번째 약이니까 내가 맛도 보고 어쩌고 하면서, 이건 연습게임이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 네 첩을 달였다. 물조절 엑설런트했다. 목표분량인 600밀리리터가량 추출 성공. 이제 약 달이는 데 도 텄다고 생각했다.
그 다으메, 두 첩을 달였다. 학교 갈 시간이 임박해 불끄고 흘깃 뚜껑 열어만 보고 제대로 확인을 못하고 학교 다녀왔는데, 약탕기 열고 보니 바닥에 물이 하나도 없었다. --;;; 너무 졸인 것이다. 아까 볼 땐 바닥에 살짝 끓고 있는 약물이 보였는데, 옹기의 특성상 불끄고도 열이 오래 지속돼서 다 증발해 버린 모냥이다. 끙. 면 끈어다가 내가 꼬매서 만든 약자루를 꺼내 꼭꼭 짰다. 100미리 정도 나온다. 맛을 살짝 보니 완전 에끼스다. --;;; 우옹.
내일 오빠가 출장을 대전으로 온다고 해서 저녁 때 오빠 편에 약을 주어 보내기로 했는데... 끙. 낼 아침 일찍 일어나 녹용 달여야지. 불수산 두 첩이 더 남아 있는데.. 그건 달여줄 시간이 없고... 연습용이라고 생각했던 첫번째 약을 보내야겠다. 끄응.
옛날에 전원일기에서, 작은 며느리가 시할머님 약 달이는데 약이 적게 나와서 자기도 모르게 확 물을 부어버린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끄응. 이제야 이해가 간다. 약 물 맞추기 정말 어렵다. 그나마 내 약탕기는 뚜껑을 중간에 열어볼 수나 있지, 한지로 봉하고 약을 달이던 시절엔 정말 뚜껑 열어보기 전까진 '며느리도' 모르지. 그나마 한두 첩씩 달일 때보다 조금 많이 넣고 물 양을 많이 잡아 달이는 편이 좀더 쉬운 것 같다. 그리고 옹기의 열을 축적하는 성질상, 불 끌 때 가까워서는 물이 생각보다 굉장히 빨리 졸아든다. 주의해야 한다.
약 달이는 거, 어렵다.
그래서 옛날에 '정성이 반'이라고 했었나 보다.
달이는 기술이 부족한 대신, 기도발로 때워야겠다.
이 약 먹고 울언니 건강하게 힘 조금만 들이고 별이 낳게 해 주시고
우리 별이 건강하게 태어나서
밤하늘 북극성처럼 세상에 빛이 되고 길잡이가 되는 사람으로 자라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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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앞 한약국에서 약탕기를 샀다.
무공해 옹기 약탕기, 3만5천원.
옛날식 약탕기는 길쭉한 손잡이가 마치 주전자 주둥이처럼 뻗어있고
뚜껑은 없어서 한지로 봉하게 돼 있는데
이건 조금 개량디자인이라
손잡이는 양쪽으로 항아리 손잡이처럼 달렸고 뚜껑은 옹기 뚜껑이다.
내 생애 첫번째로 약을 달이고 있다.
올케 언니를 위한 불수산.
한 제 분량의 약재를,
두 첩씩 다섯 무리로 나눠 담아 와서 한 무더기만 달이는 중이다.
사실 불수산은 한 제 다 만들어 먹을 필요는 없는 약인데,
여러가지 의미에서 넉넉하게 한 제를 만들어 왔다.
일단 약재가 간단하게 들어가서 값도 싼 편이고..
처음 달여보는 거니까, 시험 삼아 조금만 달여 보고,
보아 가면서 더 달이려고.
약이 남으면 뭐, 내가 먹지.. 약재들이 다 무난한 것들이고, 보혈약들이니..
옛날엔 약탕기에 달인 약을 면보에 받쳐 거른 다음
면보에 남은 약재를 나무막대로 비틀어 짰는데,
요즘은 부직포 주머니에 넣어서 달인다.
주머니 째로 달인 후에 주머니만 들어내고,
주머니 안에 든 물기 먹은 약재는 나름대로 짜 주는데,
주머니 상태니까, 면보를 접어 막대로 꼬아 짜는 것보다 훨씬 쉽다.
부직포이지만, 환경호르몬 테스트를 거친 안전한 제품이다.(단, 1회용이다.)
그렇긴 해도, 좀 아쉬운 기분이다.
시간 나는 대로 재래시장에 가서 소창면을 좀 끊어다가,
약달이는 주머니도 만들고... 해야겠다.
면은 안심할 수 있고, 삶아 빨아가면서 몇 번이든 쓸 수 있으니까..
당장 내일 공강 중에 다녀와야겠다.
물은... 집에 브리타 정수기도 있지만... 특별히 첫 출산을 앞둔 올케와 내 첫 조카 별이를 위한 약이므로... '제주삼다수'를 구입해 와서 달이고 있다. 생수로 세수해 본 적이 있는 --;; 사람은 내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아 물론 내가 피부미용을 위해서 생수로 세수를 했던 건 아니다. 물이 생수밖에 없는데 세수를 꼭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그리 했었다.) 집앞 슈퍼에 삼다수 외에도 두 가지 브랜드의 샘물이 더 있었는데, 수원이 인구밀도가 높고 골프장이 많은 경기도쪽이길래, 관뒀다. 삼다수가 물맛 좋기로 유명한 브랜드이기도 하고. 달인 약을 작은 페트병에 넣어 택배로 부칠 예정이므로 작은 페트병 자체가 필요하기도 해서, 500밀리리터 들이 다섯 개와 2리터 들이 한 개를 사 왔다.
출산이 임박한 산모를 위한 약은 대략 다음 순서로 먹으면 된다고 한다.
1. 임신 막달(예정일 1달 전부터..)에는 달생산(達生散)을 먹는다.
일명 축태음(縮胎飮)이라고도 불리는 이 약은, 산달에 쓰면 해산을 쉽게 하고 산후의 합병증을 예방한다고 한다. 사실, 이 약부터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미 시기를 놓쳤다. 중간고사 보고 어쩐다구 기냥... 쯔쯔.
2. 출산예정일에 거의 임박해서는 불수산(佛手散)을 먹는다.
약 이름이 재미있다. 부처님손이란다. 부처님 가피로 애기가 쑴풍 나온단 말인가 보다. ^^; 우리 집은 예수 믿으니까, 예수산이라고 바꿔 불러도 좋겠다. ㅋ
선배로부터 진통 시작할 때 한 봉지, 병원 도착해서 두 봉지 먹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출산과는 좀 먼, 새파란 총각들이었고, 지금 생후 두 주 된 딸을 둔 한약국 아저씨는 그냥 예정일 임박해서 3일 정도 먹이라고 했다. 방약합편에 나온 내용도 대략 아저씨 말과 일치하고, 동의보감에도 '산달에 먹으라'고만 되어있지 진통 중에 먹으라고는 안 돼 있다. 한약국 사모님도 그렇게 드셨다고. 아기가 3.85킬로나 되었는데, 큰 무리 없이 자연분만 하셨다고. (이 분은 위의 달생산부터 드셨다고 한다.)
3. 진통이 시작할 때 단녹용탕을 먹는다.
단녹용탕에 대해서는, 내가 늦깎이 한의대생임을 알고, 갈 때마다 자세히 한의학적인 설명을 해 주시는 세황한의원 류원장님께서 처음으로 알려주셨다. 녹용이 어떤 약인지 설명해 주시다가, '그래서 진기를 제일 많이 쓰는 출산 임박한 산모에게 녹용만 달인 단녹용탕을 먹인다'고 말씀해 주신 것.. 근데, 어제 문의하고 다닌 '새파란 총각' 선배들은 단녹용탕을 처음 들어본다고들 했다.(출산 임박해서나 쓰는 약이니, 관심이 없으면 모르는 게 당연한 처방이다.) 본초학 교수님은 '녹용 적당량에 물 적당량을 넣고 마음대로 달여보아요~'라고 실험정신을 강조하는 말씀을 해 주셨고.. --;;; 방약합편을 찾아보니 매우 고농도로 달이도록 지시되어 있다.
한약국 사모님은 단녹용탕은 안 드셨다고 한다. 사장님 말씀에 의하면, 진통올 때 탕약 꺼내 데워 먹을 정신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며, 특히 초산부의 경우 이게 진통인지 아닌지 잘 몰라 타이밍을 놓치기도 쉬울 것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의 경우, 이미 진통올 때 먹는 약을 달여주겠다고 호언장담 큰소리뻥뻥 해 놓았으므로.. 해야지. ^^; 하여, 단녹용탕 한 회분 만큼의 녹용을 구입해 왔다. 개인적으로, 녹용을 달여보는 것만으로도 큰 경험이 될 것 같다. 녹용은 동물성 약이라, 곰국 고아내듯이 오래오래 달여야 한다고 한다.
2006.11.28. 수정: 불수산 10첩은 한 제가 아니다. 한 제는 20첩.
옛날에는 한 첩을 달여 한 번 먹고, 두 번 먹고 난 약재를 모아 말렸다가 다시 달여(재탕) 또 한 번 먹는 식으로 하루에 두 첩을 먹었다고 한다. 요즘은 그렇게 하기가 너무 어려우므로(바쁜 현대생활과도 안 맞지만, 약재 널어말릴 뜰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므로 달이고 난 약재 말리는 게 어렵다) 두 첩을 한 번에 달여 세 번 분량을 빼내는 게 보통이다. 물론 한 제 등의 대량을 주문할 때는 두 첩에 세 번 분량 꼴로 곱하기 해서 빼낸다.
2006.12.3. 추가: 단녹용탕 먹기는 역시 어렵다.
12월 1일 금요일에 만난 동아리 선배 소영언니, 지난 9월에 출산하고 채 100일도 안 된 산모. 달생산부터 시작하여 산전 한약을 모두 달여 드셨는데, 단녹용탕은 미리 달여 냉장고에 넣어 놓으셨다가, 애기 낳고 나서 신랑한테 전화해서 시어머님 드렸다고 한다. -_-;; 별이 어무이도, 이미 병원 가서 진통 시작하고 있는 가운데 마침 나랑 오빠가 통화가 돼서, 오빠가 집에 가서 가지고 나와 먹을 수 있었다. 집이랑 병원이 가까워서 다행이었다.
2007년 2월 22일 추가:
옹기약탕기에 약을 달이면 옹기가 중금속과 농약성분을 빨아들여 탕약은 깨끗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옹기 약탕기는 얼마간 사용하다 보면 가열 중에 잘 깨진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구입한 옹기 약탕기에도 '사용기간을 장담할 수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데, 같은 브랜드의 약탕기를 사용하는 학교 앞 신농본초한약국 뒤뜰에 가면 깨진 옹기가 수북이 쌓여있다고 한다. 내 약탕기가 깨질 정도로 약을 달이려면 내가 몇학년쯤 돼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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