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aus kommt heraus


* 엄마 생신이라서 별이 왔다 갔다.
이번에도 정말 놀라운 성장의 면모들을 보여주고 간
귀여운 별.


* 지난 1월 24일에 내가 별이랑 놀려고 내 곰인형을 가져갔는데
얼레벌레 그 곰이 별네 집으로 가버렸다.
그래서 언니에게 다음에 나 볼 때 돌려달라고 말해놓고서는
찜찜했다.
애는 그게 자기 거라고 굳게 믿고 있을 텐데
뺏겨서 울면 어떡하나 하고.

근데 별, 우리집에 들어서면서 바로 내게 곰을 주는 것이다!!!
그것도 언니랑 오빠는 깜빡하고 안 가져올 뻔한 걸
아침에 별이 챙겼댄다.
고모 줄 거라고.

울지 않았냐고 언니에게 물었더니
처음에는 울었는데 말로 설득하니까 되더란다.
"원래 고모 건데, 별이 갖고 논 거야.
고모 덕분에 잘 갖고 놀았으니까 고모가 고맙지?"
그랬더니 이해하고, 고모 덕분에 잘 놀아서 고맙다고 하더란다.
아아 놀라운 아기.
안 갖고 놀아도 다 자기 거였던 게 채 두 달도 안 지났는데
고모 거야, 고모 돌려줄 거야, 고모야 갖고 놀게 해 줘서 고마워,
그런 고차원적인 개념을 받아들여주다니.
고마워 별!!!


* 노래부르는 패턴이 바뀌었다.
전에는 자기도 자주 동요를 흥얼거렸고
옆에 있는 어른들이 자기 아는 동요를 흥얼거리면 같이 불렀는데
동요를 자발적으로 부르는 횟수도 줄었고
옆에 있는 어른이 따라 부르면 제가 부르던 것도 그만 부른다.

그 대신 삶이 뮤지컬이 되었다.
그냥 하는 말을 노래처럼 한다. ^^
그리고 노래처럼 말 해 주면 무척 좋아한다.
몸을 부들부들 떨고 발을 마구 구를 정도로 좋아한다.

* 한 달만에 봤더니 역시나 처음엔 조금 낯설어 하고 가까이 오지 않았다.
오자마자 집 앞의 한정식 집으로 가서 밥을 먹었는데
밥먹으면서 다시 가까워졌다.

별이 나랑 놀다가 물먹고 싶다고 해서 내 컵에 물부어서 줬다.
혼자서 물을 잘 마신다.
고모도 먹으라고 해서 컵에 입을 댔더니
내 입으로 물이 들어오도록 잔을 기울여주는 건 할 줄 모르나 보다.
물은 못 마셨지만 "아이 시원하다~!"하고 반응해 주니 좋아한다.
자기도 다시 한 입 마시고 "아이 시원하다~! 고모도 먹어!"
그래서 나도 입 대고 "아이 시원하다~!"
그러면서 좋다고 놀았다.

그러더니 그 잔으로
대전 할머니 잔이랑 부딪치고, 아빠 잔이란 부딪치고 엄마 잔이랑 부딪치고
"고모도~!"
고모 잔은 지가 가졌으므로 고모는 스텐레스 공기로 부딪치고.
"대전할머니랑 고모랑 아빠랑 엄마랑" 다 해야 된단다.
그래서 다섯이 다 같이 부딪치고. ^^
잔 부딪치는 걸 좋아한다.


* 지난 24일에 별이 먼저
"나는 상~어다~!" 해서
내가 "너는 상~어냐~? 나는 가오리다~!" 하고 놀았는데
식당에서 별에게 "나는 가오리다~!" 했더니
"나는 상어다~!" 하면서 웃는다.
그래서 상어와 가오리 놀이를 계속했다. ^^
전에는 안 그랬는데 이번에는 나를 가오리라고 불렀다.
"가올아 가올아~"
하면서. ㅋㅋ

이 녀석 나랑 놀다가 흥이 나면
나한테 '고모~ 고모~'하면서 앵길 때가 있는데
저녁에 "고모~ 고모~" 하길래 "난 고모 아닌데. 가오린데" 했더니
"가올아~ 가올아~"하면서 볼을 부볐다.
아 이뻐. ^^

별이는 상어, 나는 가오리, 언니는 오징어.
엄마도 생선 놀이에 참여하시려고
"안녕 상어야? 나는 갈치야~!" 하셨는데

"갈치는 내가 아까 먹었는데!"

푸하하.
점심상에 꽁치가 한 마리 올라왔는데 그걸 갈치라고 생각했나 보다.


* 1월 11일에 별이랑 했던 어흥 놀이.

별: 어흥! 너를 잡아먹겠다!
고모: 잡아먹지 마~!
별: 그래!

2월 22일, 별이 손을 넣어 움직이게 만든 호랑이 인형을 가져왔다.
내가 그걸 손에 끼고 어흥놀이를 걸었다.

고모: 어흥! 너를 잡아먹겠다!
별: 싫어!

어, 그래.


*  생선놀이 중에...

별: 나는 상어다~
고모: 나는 가오리다~!
별: 엄마는 뭐야?"
엄마: 엄마는 엄만데.
별: 아니, 엄만데, 뭐야?

ㅋㅋ


* 밥먹고 집에 와서 케익이랑 차 한 잔씩 먹고
별을 재우려고 했으나...
어른들만 잤다. -_-;;;;
처음에 재우려던 아빠, 장거리 운전 후유증으로 완전 잠드시고
빠져나온 별을 재우려던
엄마, 할머니, 고모 모두 실패하고
별이랑 놀다가 자는 척 하다가...

근데 별은 자는 놀이만 하고 잠은 전혀 안 잤다.
열이 많은 별이 내 방의 전면 창에 바짝 붙어서 잘 것처럼 하더니
곧 일어나서
"아침이다~! 축구하는 거야!"
하고 일어나 핸드볼 공을 갖고 놀다가
다시 또 잘 것처럼 누워서 잘 자 어쩌고 하더니
코고는 소리도 내 가며 제법 자는 척(!) 하다가 또
"일어나~! 아침이야~! 일어나서 축구하자~!"
하고.
웅야.
세 어른이 모두 자고 싶지만 별을 혼자 뒀다 위험할까 봐 잠도 못 자고 그랬다.

그 와중에 별은 몇 번이나 '자고 일어나는 놀이'를 반복하면서
자는 소리를 내는데...
잘 때 낮게 코고는 것 같은 숨소리를 일부러 내면서 누워 있다가
나중엔 "드르렁 드르렁 쿨~!" 하고 말을 했다.
리을이 많이 들어가는 발음이라 언뜻 들어선 쉽게 알아들을 수 없었는데
(드엉드엉 코 정도로 들림. '쿨'은 나중에 별을 서울 보내고 나서 생각해보고 추측한 것이고
별을 보낼 때까지 나도 드르렁드르렁은 제대로 했는데 드르렁드르렁 코 로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용케 알아듣고 "드르렁 드르렁 코~!" 하고 따라해 주니
넘어가도록 까르르 웃으며 무척 좋아한다.

* 내 방에는 5층짜리 책장이 있는데
별이 가져온 25센티 정도 되는 곰인형이 5층에 놓여있었고
별의 주먹만한 작은 곰인형이 2층에 있었다.
별 재우겠다고 어른 셋이 시체놀이하는 가운데
별이 주먹만한 곰을 발견했다.

주먹만한 곰을 손에 들고
5층 곰을 향해 들이대며

"엄마! 엄마! 나 여기 있어요~!"

푸하하,
더이상 시체놀이를 고집할 수가 없었다.
웃으면서 5층의 '엄마곰돌이'를 내려줬다.

* 별, 우리집 현관에 붙은 전신거울 앞에서 신발을 벗으며
"별이다. 아 예쁘지~?"
거실 탁자 위에 놓인 별의 사진을 보며
"별이네~ 예쁘다!"

ㅋㅋ
그래 너 예쁘다!!

그러다가 나한테도 선물을 한 번 해 줬다.
저녁에 샐러드를 만들며 샐러드에 올릴 오리고기를 자르다가
몇 점 별의 입에 넣어줬는데
와서 내 옆에서 비비적비비적 하면서
"공주님처럼 예쁘다~!"
"별아 누가 공주님처럼 예뻐?"
"고모!"
꺄아~~ 고마워요 별이공주.
고모공주를 알아봐 줘서!!


* "내가 또 왔어."
별의 놀라운 말.

"전에 여기 왔는데 내가 또 왔어."

전에 대전에 온 걸 확실히 기억하고, '또 왔다'는 걸 아는 것도 신기. ^^


* 어떡하다가, 오빠와 나의 어릴 적 사진을 꺼내게 됐다.
오빠가 중학생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의 사진.
근데 고모는 못 알아보는데
아빠는 알아본다.

오빠와 내가 같이 찍은 사진에서나를 가리키며
"이거 누구야?"
"몰라."
"고모야!"
"아니야!"
하는데 오빠를 가리키며
"이거 누구야?"
"아빠!"
오오 놀라워라.
중학생 아빠의 모습이 지금 아빠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나 보다. ^^


* 별과 별의 엄마아빠는 울엄마랑 나랑 같이 저녁 7시 미사를 다녀온 후
인터넷으로 교통정보를 확인하고 나서 집으로 출발했다.
오빠네가 출발하려고 가방 챙기는데
미사 때 잘 자고 일어난 별은 본격적으로 코트 벗고 놀아보겠다고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일부러 별이 보라고 코트를 챙겨 입었다.
별, 방금 전에 멀리 벗어던져버린 코트를 광속으로 입으며 내게 달려온다.
별이 손을 잡고, 먼저 현관앞에 나와 오빠네를 기다리면서

"별이 집에 가자~ 별이 집에 가자~" 노래를 작곡해서 불러줬다.
별이 아주 신났다. 발 구르고 팔을 부들부들 떨면서.
"별이 집에 가자~!"
"별이 집에 가자~!"
나랑 한 번씩 번갈아서 노래를 불렀다.
제 엄마 아빠가 짐 챙겨 나오고, 대전함머니도 배웅한다고 나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함머니와 고모 손을 잡은 별은
다섯이 다 함께 제 집에 가는 줄 알고 신이 났다.
발 구르다가 팔을 부들부들 떨다가
까르르 깔깔깔.

지하주차장에 들어서서 카시트에 별을 앉히고
엄마와 내가 "빠이빠이~" 하자
그제야 사태를 알아챈 별이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고 울기 시작한다.
엄마가 먼저 작별인사를 하고..
내가.. 삐죽거리고 우느라고 자꾸 외면하려 드는 별을 얼굴에
억지로 뽀뽀를 쪽쪽쪽 하고 나서

"별아 드르렁 드르렁 코 자!"

별이 깔깔깔 웃는다.
지가 언제 삐죽거렸냔다.
드르렁 드르렁이 글케 좋냐? ㅋㅋ
드르렁 드르렁은 어느 책에서 읽었을까?

웃는 별을 보고 안심해서 뒷좌석 문을 닫으니 또 삐죽삐죽
별의 아빠가 시동을 걸고 창문을 열어줬을 때 또
"드르렁 드르렁 코~!"
했더니 또 깔깔깔 히쭉히쭉

그렇게 아쉬운 이별.

날마다 달마다 부쩍부쩍 자라는 별, 사랑해~!!

* 오빠가 22일에 대전으로 출장을 왔다가
하루에 일이 끝나지 않아 우리 집에서 묵고 갔다.
23일 아침식사를 하며 오빠가 전해 주는 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전해들은 이야기들도 기록해 두면
나중에 별의 성장에 관한 의미있는 기록이 될 것 같아 적는다.

* 여보놀이

"여보놀이 하자~! 여보 이거 먹어!"
하고 논다고 한다.

별이 오빠에게 여보라고 하면 언니가
"엄마 여보야~!"

그럼 별은
"아니야 별이 여보야~!"


* 병원놀이

"의사 선생님~ 제가 아프거든요!"
"의사 선생님~ 곰돌이가 아프거든요!"


* 고객님 놀이

어디서 배웠는지 '고객님'이라는 말을 안다고 한다.

"고객님 어서오세요~!"

이런 말을 하고 논다고.


* 확실히 여자아이라서 관계에 관한 놀이를 즐겨 하는 모양이다.
여보 놀이, 병원놀이, 고객님 놀이....


* 여전히 감자를 좋아한다고 한다.


* 별이 아주 애기였을 때-누워있을 때부터 기어다닐 때까지-는
오빠 아기때 사진과 똑같았다.

돌 무렵엔 같은 아기의 고운 버전과 무뚝뚝한 버전이 되었고

지난 봄쯤에는 같은 아기의 여자 버전과 남자버전으로 갈라졌고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자랄 수록 소녀티도 나고,
어디라고 딱집어 말할 순 없지만 언니를 닮은 느낌이 많이 자라고 있었는데

얼마 전 처가에 가서 언니 어릴 적 사진을 봤더니
오빠와 달라진  30%가 거기 있더란다. (오빠70 언니30)
그런 걸 어떻게 숫자로 딱 잘라 말할 수야 있겠는가마는 ^^

아기가 처음 태어났을 때는
엄마는 자기 배에서 나왔으니 자기 자식인 줄을 알지만
아빠는 얼떨떨하니까
아빠를 닮아주었던 게 아닐까?

"나 네 딸 맞거든!"

그러다가 이제 아빠가 자기 자식인 줄 충분히 알고
가족 내에서 아기의 지위가 확고하게 잡히면
독자노선을 가는 거다.
엄마도 닮고 아빠도 닮고 자기 생길 대로 생겨가는 거다.

그런 거 아닐까? ㅋㅋ

* 아기들은 세상의 축복이고 인간 삶의 위로다.
이번 주말을 보내고 나서 내 머릿속을 채운 말이다.

* 토요일에 서울 올라가서 대학 친구들을 만나고
저녁은 조카 연과 현을 키우는 작은언니 집에서 먹었다.
잠도 언니 집에서 자고, 다음날 오전 연과 현을 데리고 언니랑 성당도 다녀왔다.
성당은 갔지만 미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알 수 없었고 -_-;;
아기 데려온 사람들을 위한 '유아방'에서 그냥 연과 현을 보살피며
다른 집 아이들하고도 조금씩 놀고,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뛰어다니기도 했다.
그저 미사시간에 성당에 있었다는 것에 의의를 둘 뿐.
성당에 다녀오면서, 세상의 모든 부모님을 존경하게 됐다. ^^

* 연은 우리 집안의 첫번째 아기여서 사랑과 주목을 한 몸에 받았었다.
비록 네 살 나이에 현이 태어나면서 큰 충격을 받았지만
그럭저럭 무난하게 극복하며 잘 자라고 있는 것 같다. ^^
뭐, 연이 현을 대단히 예뻐하는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내 동생'이라는 인식은 있어 보인다.
현이 걸어다닐 수 있게 되면서 두 녀석이 제법 '어울려 놀고' 있는 것 같다.
현은 누나가 어디서 뭐 하고 있으면 꼭 쫓아가서 같이 하려는 때가 많다.
그리고 연이든 현이든 한 녀석이 먼저 제 엄마에게 안기면
다른 녀석도 쫓아 가서 엄마품 쟁탈전을 벌인다.
아빠품도 마찬가지다.
한 녀석이 안기면 다른 녀석도 꼭 하던 일 멈추고 쫓아가서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려 든다.

연이 돌박이였을 때 연의 표정은 아기다운 순진무구 천진난만 그 자체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현은 빙글빙글 웃는다고 할까, 그런 표정이 있다.
'니들이 나를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로 알겠지만, 난 사실 다 알고 있어.' 라고 하는 듯한 표정.
그리고 현은 집념이 강하다.
이유식 먹일 때, 이유식 의자에 안전벨트 채워 앉혀 놓는데
한 숟갈 먹이고 다음 숟갈 먹일 때까지 시간이 조금만 뜨면 들썩들썩 의자째로 움직여 온다.
고맘때의 연이나, 현보다 서너달 늦게 나온 친조카 별이랑 비교해 봐도
현은 집념이 강한 성격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유집념씨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게 그냥 타고난 개인적 기질일 수도 있지만 얼핏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아빠를 독차지해본 첫째와,
태어나자마자 첫째의 견제를 받은 둘째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이래저래, 두 녀석이 어울려 자라는 것을 보니,
아 외동이랑 형제가 있는 사람이 다를 수밖에 없겠구나, 싶고
첫째랑 둘째가 다를 수밖에 없겠구나, 싶다.

뭐가 꼭 좋거나 나쁘다는 생각은 아니다.
집념과 경쟁의식, 쟁취욕(?)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세상을 다 가져 본' 자의 여유라는 건 그렇지 않아본 사람에겐 없는 강점이 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연이 현이 처음 나타나 엄마를 뺏어갔을 때의 강렬한 좌절감을 이겨내고
동생을 저만큼 봐주게 된 것도 다 거기서 나온 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성품이든 잘못 발현되거나 과하게 발현되거나
어떤 부작용이나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인생을 꼬는 데 일조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타고난 성품과 다양한 주변인물, 환경으로 인해
같은 형제 서열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서로 다른 개성을 갖고 있지 않던가 말이다..
어쨌든,
형제 서열에 의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어떤 '경향성'이 생기게 되는 것이
연과 현을 보니 이해가 좀 간다.

* 아이들 둘을 데리고 있는 집에 가니
아이들을 가까스로 데리고 지내는 데는 아이들과 동수의 어른,
그리고 아이들이 있는 데서 뭔가 '일'이 진행되려면
아이들 플러스 1명의 어른이 있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언니 집에서 보낸 하룻밤은 참 정신없는 일이 많았다.
내가 오빠집으로 출발할 때 언니가
'이모 와서 정말 정신없이 놀다 간다'고 했다.

솔직히 정신이 없기는 했지만, 유쾌하게 정신없었다. ^^
현이 태어난 후로 언니 집에 가면 나는 주로 연에게 집중하고 현을 잘 못 들여다보곤 했다.
왠지 연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현이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시기에는
사람들 관심은 현에게 쏠려있고 연은 박탈감에 달떠 있는 위기상태라
현을 보겠다고 언니 집에 갔다가도 연을 보면
나라도 연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날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했었다.
근데 이젠 좀 상황이 바뀌어 있어서
현이 많이 자라서 제 뜻대로 이리저리 다니니깐 애들한테 갈 손이 더 필요했고
연은 현에게 관심이 가는 것에 대해 더 관대해져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실상 거의 처음으로 현을 흡족하게 안아주었다.
(현도 흡족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ㅋ 나한테서 벗어나려 꽥 하고 소리지를 때도 많았으니.)
그리고 대전으로 이사오고 하는 통에 오랫동안 못 본 사이 훌쩍 큰 연과
전보다 훨씬 차원 높은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다. ^^
언니나 형부랑 차분한 대화를 나누는 거야 애들이 없던 때처럼 자유롭지 않지만
보석 같은 연과 현과 함께 한 시간, 정말 즐거웠다.
그리고 하룻밤 자는 일정을 잡으니 애들 등쌀에도 틈틈이 언니랑 많은 대화를 하게 되더라.

* 일요일, 미사를 마친 후에는 오빠네 집으로 갔다.
9개월된 조카 별은,
4.4킬로그램 우량아로 태어났던 가닥 그대로 키도 크고 덩치도 크다.
고모라지만 가까운데 살지 않아 자주는 못 보니
내가 자기네 집에 가면 요 녀석은 나를 감시하는 듯한 눈초리로 관찰한다.
근데 그것도 귀엽다. ^^
낯 가리고 빽빽 울지 않아주는 것만 해도 어디야. ^^

조카랑 조금 놀다가...
오빠가 디지털액자에 별이 사진을 담아 줘서 갖고 내려왔다.
집에 와서 전원을 켜고 보여드리니 엄마가 참 좋아하신다.
나도 참 좋다.
지난 기말고사 때 오빠가 별이 까르륵 대고 웃는 동영상을 휴대폰으로 보내줬는데
시험 때문에 우울해지거나 힘들게 느껴질 때면
그 동영상을 몇 번이고 다시 보면서 웃음을 찾고 힘을 냈다.
아기는 그렇게 어른을 행복하게 하는 힘이 있다.
오늘 아침에도 디지털 액자부터 켰다.
행복감. ^^


* 아기는 정말 축복이다.
인생의 크나큰 위로이다.
꼭 내 아기가 아니어도 그렇다.

일요일 밤, 대전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언니와 새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조카를 낳고 키워줘서 고맙다고.
언냐들이 애기 낳아서 나 준 건 아니지만 ^^
언냐들의 수고로 이쁜 조카들이 세상에 태어나 자라고 있고,
이쁜 조카들로 인해 내가 큰 기쁨을 얻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으랴.

세상의 모든 아기 엄마들에게 감사한다.
비록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이라도
아기를 낳은 그 자리에서
사람들을 웃게 하고, 세상에 사랑과 희망의 에너지가 생기게 하는 고마운 사람들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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