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aus kommt heraus


배우리 선생은 국어학자로서, 순우리말이름 짓기 운동을 하시는 분이다.
지금은 학회 활동 등으로 많이 바쁘시다는데
내가 태어나던 무렵엔 별로 안 바쁘셔서
일반인들이 아이 이름 순우리말로 짓겠다고 전화드리면 이름을 추천해 주셨단다.
내 이름도, 울 아부지가 가족 내에서 한글이름을 공모하다가 영 마땅치 않아
이 분께 전화해서 받은 이름이다.
'유리처럼 맑게 자라나' 라는 뜻.
(그래서 내가 맑게 자랐다. -_-;)

오늘도 중부권 최대의 대학도서관, 대전대 도서관에 갔다가
신착도서 따로 빼 놓은 입구의 서가에서
'우리말 고운말 고운이름 한글이름'이라는 책을 발견!
내 이름을 지어 주신 그 분의 책이다.
우리말 이름에 관한 여러가지 에피소드와 이름짓는 방법 뭐 그런 얘기들이 반,
예쁜 순우리말 상호이름과 사람이름 소개가 반으로 된 책.

배우리 선생 이름이 반가워서 선 채로 쭉쭉 읽어봤다. ^^
뭐, '박 차고나온놈이샘이나' 같은 유명한 긴 이름들 얘기도 있고..
유명한 지휘자 '금난새'씨 5남매 이름이 모두 한글이름이라는 것도 알았고..
(금난새씨 이름이 호적에 오른 첫 한글이름이란다... 그 아버님, 정말 대단한 분이다.)
심지어 용산인가 어딘가 사는 어느 밀양 박씨는
성을 '밝'으로 바꾸려다가 법적으로 좌절당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OTL
솔직히 사서 읽긴 좀 아깝고...(두꺼운 하드커버 책이라 값도 꽤 나갈 거다..)
도서관에 있어 줘서 고마운 책. ^^

뒤의 예쁜 이름 소개엔 내 이름도 있었다.
뜻 소개도 그대로. ^^
기분이 좋고, 배우리 선생께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ㅋㅋ
어릴 적엔 유난히 별명도 많고 수난도 많았지만
그것도 초딩 1,2학년 까지나 그랬던 거고..
지날 수록 소중하고 아름다운 내 이름~
다만, 맑게 자라는 건 좋은데, 자라난 이후에 대해 책임져 주지 않는 이름이라 좀 아쉽다. -_-;
성인이 된 이후에도, 내가 나이 육칠십이 된다 해도,
유리나 라는 이름 자체는 곤난하게 느낄 것 같지 않으나
이십대만 되어도 저 뜻은 어디 가서 소개하기가 민망한 것이다.
내 이름은 한글이름 중에서도 영어삘 나고 뜻이 한 눈에 드러나지 않는 이름인지라
사람들이 많이 묻는데
속이야 어쨌든 외형은 다 큰 어른이 '유리처럼 맑게 자라나' 어쩌고 하고 나면
민망하고 뻘쭘하다. 듣는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기 이름을 지어 준 사람이 이름 짓기에 대한 책을 내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닌데..
기분이 좋다. ㅋㅋ

여담.
지금의 이름을 받기 전에 내 이름 후보
아빠 의견: 유단비
삼촌 의견: 유리알
단비가 되어도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요건 외할아버지 반대로 좌절됐다고..)
리알이가 되지 않았다는 건 감사하다. ㅋㅋㅋ(작은아빠 사랑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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