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aus kommt heraus


* 뒤늦게 중간고사 기간에 있었던

연아의 2008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시리즈 1차대회(‘Skate America) 동영상 보고 버닝 중.



* 연아가 입장하면서 성호긋는 장면이 눈에 띄더라.

저 친구 천주교 신자? 옛날에도 성호 그었던가?

검색해 보니 올 5월에 세례 받았다고 한다.

고관절 부상 때 치료받던 병원 원장님이 독실한 천주교 신자셔서,

병원내에서 예비자교리반을 운영하실 정도이셨단다.

그 영향으로 어머니와 함께 세례를 받았다고.



관련기사 : 빙판 위의 별, 세례명도 스텔라



솔직히, 유명인이 나와 같은 종교를 가졌다는 게 안 반가운 사람 있을까.

그것도 연아처럼 드러나는 사람이,

사람들의 이목이 쏠린 경기장에서 그 아름다운 팔로 성호를 긋는 장면은,

가톨릭 신자로서 가슴 뭉클했다.

이전까지 연아를 보면서 감탄도 하고 감동도 했지만 딱히 그를 위해 기도한 적은 없었는데,

성호 긋는 연아를 보니 그를 위해 기도하게 되더라.



* 김연아의 성호가 내 눈만 잡아끈 것은 아닌 듯.

네이버 검색창에 '김연아 종교'로 검색하자 수많은 블로그, 카페, 지식인 글들이 떴고

관련 검색어로 '김연아 성호', '김연아 천주교' 등등이 떠 있었다.

어떤 독실한 가톨릭 신자분은 자기 블로그에 이번 경기에서

김연아가 입장하며 성호를 긋는 장면만 편집해 올리기도 했다.



* 관련없는 얘기지만

스텔라는 내가 세례받을 때 '추천'받은 세례명 중 하나였다.

대부분의 소녀들이 세례받을 때면 남들 잘 안 쓰는 특이하고도 예쁜 세례명을 고르고 싶어 하는데,

나도 그랬다.

큰집 언니들은 다 나보다 훨씬 일찍 세례를 받았기에 작은 언니에게 추천을 부탁했는데

언니가 추천해 준 것 중 하나가 스텔라였다.

근데 그 시절엔 '스텔라'라는 자동차가 있었다.

그래서 그 예쁜 이름이 하나도 안 이쁘고 이상하게 느껴져서 생각도 안 했지.

결국 언니가 추천해 준 이름 중에 특이하면서 내 원래 이름과 비슷하게 생기 '마리나'가 세례명이 됐지.


내가 세례명에 담긴 의미들에 주목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나

20대의 온갖 정신적 영적 방황 끝에 가톨릭 신앙으로 '되돌아온' 후다.

이미 바꿀 수 없는 세례명이지만

어릴 때 그냥 입에서 맴도는 음성적 이미지뿐만이 아니라 의미에 주목했더라면

다른 이름을 택하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

아마 이런 생각을 했더라면(그리고 스텔라라는 차가 얼마 안 가 단종될 것을 알았더라면)

나도 스텔라 라는 이름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 많은 바깥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과 달리

천주교에서 성모 마리아는 숭배의 대상이 아닌 공경의 대상이다.

한 마디로 신이 아니라 성인이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다른 성인들과는 좀 다른 특별한 공경과 사랑을 받는 성인인데,

그도 그럴 것이 마리아 없이 어떻게 그리스도교가 성립됐겠는가 말이다.



마리아는 약혼한 상태에서

하느님의 천사로부터

'네가 성령으로 인하여(즉, 네 남편될 사

람과 상관없이!) 아이를 낳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순하게 대답하였고

그로써 신의 肉化가 가능하였다.

예수님의 짧았던 인간으로서의 생애 내내 마리아는 주요 장면마다 등장한다.

게다가 성경에 안 나온 부분까지 생각해 보라.

마리아는 예수님에게 수유도 하고 기저귀도 채웠을 것이다.

삼시 밥을 해 먹이고 안고 업고 다녔을 것이다.

그 과정 없이 하늘이 인간이 되시어 인간에게 구원을 보여주시는 것이 어찌 가능했겠는가.



그렇기에 성모 마리아는 가톨릭 교회에서 절대적인 사랑과 공경을 받고,

그런 만큼 많은 별칭을 갖고 있다.



스텔라도 그 중 하나이다. 바다의 별이 항해하는 사람들의 지표이자 희망이 되듯이

성모님이 우리 신앙의 본보기이며 희망이라는 뜻이다.



연아에게 참 잘 어울리는 세례명이라고 생각한다.

신문기사 제목처럼 '스타'라서가 아니다.

연아는 정말 바다의 별과 같은 희망을 주지 않는가!

게다가 연아의 인터뷰나 연아가 직접 쓴 글들은 참 많은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될만 하다.



* 종교 얘긴 그만 하고...



* 이번 대회에서 연아 정말 멋있었다.



언제 봐도, 비현실적일 정도로 멋있는 동작들.

그리고 몸도 전보다 더 늘씬하고 아름다워 보이더라.

아가씨가 다 되어서 그런가...

표정이나 연기력도 예전부터 아름다웠지만 한층 더 깊어진 것 같고

강렬했다.



연아언니 사랑해~!

* 오늘은 VITA 신입생 둘을 데리고
대전교구 주교좌성당인 대흥동 성당에서 미사 드리고
한 명은 향우회 모임 있대서 들여보내고
나머지 한 명 스파게티 먹이고 향기로운 차 한 잔씩 하며 이야기하다 돌아왔다.
아 정말 어린 양 같은 후배~!
신앙도 깊고, 하고픈 것도 많고,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참 진지한 면이 있었다.
참 좋은 시간이었다. ^^

* 아무튼..
대흥동으로 나갈 때
시간이 촉박해 후배 한 녀석과 택시를 탔다.
기사님께 '대흥동 성당이요' 했고
타서는 미사 얘기 등등을 했기 때문에
아저씨는 우리가 천주교인이며 미사에 가는 중이란 걸 분명히 아셨다.

근데 이 아저씨 심상치 않다.
한참 미사 얘기 중인데 뭔 이상한 기계(네비같이 생겼는데 네비는 아닌 것 같았다.)를 켠다.
켜지면서 뭐라뭐라 안내방송이 한참 시끄럽게 나온다.
시점이 묘하다.
꼭 듣기 싫다 소리를 간접적으로 하는 것 같다.

그러더니 붉은 신호등에 걸리니깐 주섬주섬 뭘 찾더니
교회 홍보전단지를 나와 후배에게 한 장씩 주신다.
생뚱맞기도 하지.
이 아저씨가 예배 얘기 하면서 교회가고 있을 때
옆에서 그 말 듣고 있던 사람이 천주교 주보라도 주면
아저씨 표정이 어찌 될까 궁금.
천주교인들이야 어디 가서 이런 일을 제법 자주 접하니
각자 감정적으로든 논리적으로든 대처하는 노하우라도 쌓이게 마련인데
개신교인들은 글쎄, 황당해 죽으려고 하지 않을까.

가톨릭과 성공회의 수녀님, 조계종 스님, 원불교 교무님들이 모인 수도자 단체 '삼소회'의 세 종교 성지 순례 이야기를 담은 책 '지금 용서하고 지금 사랑하라'에  이런 얘기 나온다. 나이 지긋한 성공회 수도자이신 카타리나 수녀님이 어느날 지하철 타고 가는데 '예수천국 불신지옥' 따위의 띠를 두르고 다니는 아저씨 한 분이 다짜고짜 수녀님 앞에서더니 위협조로 '예수 믿으시오!' 하더란다. 맞은편 앉은 사람이 하 기가 막혀 '아저씨 그럼 수녀님이 예수님 안 믿으면 누가 믿어요?' 했더니 '당신이 뭐 안다고 나서!' 라고 윽박지르더란다. 헛헛. 카타리나 수녀님은 그 후로도 며칠씩이나 그 생각하면 몸이 다 떨리셨단다.

그래도 우리의 기사님은 폭력적이지 않았고,
매너 좋게도 길을 안 건너도록 방향도 신경써서 내려주셨으니 다행.
아저씨네 교회에선 천주교 욕은 많이 해도
타종교인에게 폭력적으로 행동하라곤 안 하나 보다.
근데 지하철이나 명동 길거리의 그런 분들네 교회에선 뭐라 하길래
그렇게 행동하시는 걸까.
옛날에 내가 운전 배웠던 어떤 운전 강사님네 교회는 또 뭐라 했던 걸까. ㅋ

* 개인적으로,
어떤 종교 혹은 종교라기 뭣한 가르침이든지,
자기네 가르침을 충실히 이야기하지 않고
남의 가르침 까고 남의 틀림을 증명하는 데 열올리는 종교(혹은 가르침)는
가짜라고 본다.
이 좋은 세상에, 그 아까운 시간에, 뭣하러?
예수님이 이웃 사랑하라 했지 미워하라 했나? 심지어 원수까지 사랑하라 하셨는데.
땅끝까지 주님의 말씀을 전하라고 했지 땅끝까지 남의 욕하고 다니라 했나.

전에 그 운전강사님 얘기하면서도 말했지만
개신교 자체에 대한 반감은 없다.
나랑 아주 친한 친구 얼룩말, M부인 등등도 독실한 개신교 신자고
이 학교에서 나랑 친하게 지내는 현역 동기들은 대개
CMF(의료계열 대학 연합 기독교동아리) 아이들이다.
나 자신도 어려서 10살 때까진 교회 다녔었기 때문에 교회 문화에도 어느 정도는 익숙하다.
그치만 기왕이면
카타리나 수녀님에게 소리지르는 아저씨네 같은 교회 말고,
얼룩말, M부인 등등네 같은 교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교회 문제가 아니라 개인 문제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왕이면 평화가, 기왕이면 사랑이
폭력과 미움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냐는 말이다.

오는 4월 8일은 부활절입니다.

천주교에서는 부활절 전 40일간을 '사순절'이라 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는 기간으로 보냅니다.'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라'는 성경말씀과 함께 머리에 재를 얹는 '재의 수요일'로 시작해서 이 기간동안의 전례는 모두 예수님의 수난과 관련된 성경 말씀으로 채워집니다.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로서 신자들에게는 무언가 작은 것이라도 하나 희생하며 예수님의 고난의 여정에 동참할 것이 권장되지요.

벌써 2주가 그냥 지나갔지만
반 개종 상태였다가 회심한 열렬 천주교인으로서
오늘부터 부활절 전까지
아래의 것들을 지키려고 합니다.

1. 매주 금요일에는 두 끼만 먹겠습니다.
2. 식사 외에 덩어리 간식을 먹지 않겠습니다. (그러니까 차와 음료는 마시고요, 식사 직후에 먹는 후식까지는 먹겠습니다. ^^)
3. 캔음료와 자판기 차를 마시지 않겠습니다.

금요일은 예수님이 돌아가신 요일로 칩니다. 실제로 금요일이었는가야 모르지요. 부활절을 일요일날 지내고, 예수님이 돌아가신지 셋째날에 부활하셨다고(그니까 한국식으로 하면 3일장 치르고 발인해야 하는데 뿅 사라지신 거죠. ㅋ) 하니깐, 금요일날을 예수님 돌아가신 날로 치지요. 미국애들이 좋아하는 13일의 '금요일'도 요거랑 관계 있습니다. 사순절의 금요일에는 금육할 것이 권장됩니다. 환자, 노약자, 먹을 게 고기밖에 없는 특수상황-_-; 같은 특별한 경우에만 허용되지요. 물론 지가 안 지키면 다 그만입니다만.. 그리고 사순절동안 몇몇 중요한 날에는 한 끼를 금식해야 합니다. 물론 이것도 예외 인정되고, 예외랑 상관없이 지가 안 지키면 땡입니다. ㅋㅋ 아무튼, 정해진 것과 상관없이 금요일마다 한 끼를, 세상의 배고픈 사람들을 기억하며 굶겠습니다. 굶는 한 끼 비용을 2천원으로 책정해서 모아다가 부활절 즈음 해서 기아 관련 단체에 기증하겠습니다.(몇 푼 되지는 않겠습니다만..)

식사 외의 간식 안 먹는 건.. 뭔가 사먹고싶은 걸 참을 때마다 그 값만큼씩 적립해서 막달레나의 집에 기증하겠습니다.

캔은 말이죠.. 금속캔, 그 중에서도 알루미늄캔은 만드는 데 에너지가 워낙 많이 들어서, 환경파괴에 대단한 역할-_-;;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그런거저런거 따지다 보면 현대사회의 생활을 영위하기가 너무 불편하니까 보통 땐 그냥 살아 왔지만, 이번 사순절동안만큼은 그걸 굳이 기억해 보렵니다. 겨우 한 달 혼자서 그런다고 지구가 살아나지는 않겠지만, 기억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니까요. 자판기 차는, 캔 안 마신다고 자판기 차 줄창 마시는 사태 예방용입니다. 캔만큼 종이컵도 기억할 가치가 있는 물건이기도 하고요. 이걸 실행하려면 부지런히 컵과 차를 갖고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은 웬만한 데는 냉온수기가 있고, 주로 학교에나 있을 테니까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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