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aus kommt heraus


어제 9월 29일 토요일, 침구대성 스터디 준비를 하다가
'오래된 기침이 낫지 않는 것' 항목 발견!

鍼灸大成 券9, 治病總要

第83 久嗽不兪 - 폐수, 삼리, 단중, 유근, 풍문, 결분

개인식함물상폐 주색부절 혹상풍불해
담류경락 해수불이 가자전혈
(한자로 쓰려다가 귀찮아서 포기 -_-)

대개 사람이 짠 것을 먹어 폐를 상하거나, 주색에 절제가 없거나, 혹은 풍에 상한 것을 풀지 않아서
담이 경락으로 흘러 기침 가래가 멈추지 않을 때 앞의 혈을 자침할 수 있다.

삼리와 단중은 듣던 중 반가운 혈.
폐수, 풍문은 이해는 가지만 앞으로 누웠다 뒤로 누웠다 하면서 침을 놓자면 난감.
유근, 결분은 사실 침 놓는다는 말을 별로 못 들어본 혈들이다.
구경해본 적도 없고.
유근 같은 데는 엄마 정도를 빼놓고는 취혈하기조차 곤란한 위치인데
엄마 유근과 가까운 유중 부위가 차가웠던 것을 생각하면 유중에 시도해볼까 싶기도 한데
겁나서 포기.
어쨌든 삼리가 구수불유에 쓰일만한 혈이라는 데에 용기를 얻어
어제도 삼리 천돌에 자침. 더불어 단중에도.
천돌은 더듬더듬 들어갔고,
단중은 쑥 들어갔다.
효과 좋음.
그러나 저녁 되니 다시 기침하심.

오늘도,
점심에 천돌, 단중, 삼리 자침하고
엄마 주무시는 사이 열심히 카레를 만들었다.
열심히라기보단 급히. 감자 양파 당근만 넣고.
올리브유에 달달 볶다가 카레넣고 끓이다가 우유를 한 컵 정도 붓고 섞어서 끓였다.
어디선가 우유 넣으면 맛있단 말을 들었던 생각이 나서..
우유를 넣으니 색이 살짝 탁해진다.
선명한 노~랑이 아니라 살짝 뿌연 색.
카레 다 만들고, 침 빼 드리고, 점심을 먹었다.
카레는...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난다.
방금 카레먹고 설겆이 마치고 바로 컴퓨터에 앉았다.

오늘의 침은...
천돌, 침 네 개 썼다. -_-;;
결국엔 괜찮은 느낌으로 들어갔는데 엄마가 이물감이 있다고 하셨다.
단중도, 쑥 들어가던 어제와 달리 다소 헤맸고
아파 하셨다.
발침할 때 보니 살이 침을 물어 침을 중심으로 구멍 팬 듯이 쑥 들어가 있었다.
삼리는 그나마 양호하게 들어갔다.
평소에 쓰던 0.20*3.0짜리 침을 다 써서 0.25*4.0 침을 사용했더니
쓰는 내가 익숙지 않아서 더 헤맸고...
어쩌면 엄마도 굵은 침이라서 더 불편하게 느끼셨을 수도...

오늘도 역시 단기 효과는 좋다....고 쓰는데 엄마가 살짝 기침하심.
오늘은 날도 썰렁하고 흐리고 그래서 컨디션이 더 안 좋으신가?
음... 오늘은 애초에 기침/가래가 어제보다 심하셨다...
(어제 제대로 효과가 났으면 오늘 아침 상태가 어제보다 좋으셔야 하는 거 아녀? -_- )

에혀.
어려워.
갈 길 멀다 heraus.

예1 여름방학 합숙 때 지리산 공보의 하선생님이 외우라고 해서 처음 접했던...
그러나 외우는 둥 마는 둥 했던 경혈가..
오늘, 본1 개강 전부터 공지됐던 경혈학 첫 시험이 있었고,
당당히 100개의 빵꾸를 다 채우고 나왔다.
한자로 쓰면 한 문제 1점, 한글로 쓰면 0.8점 인정, 60점 이상이면 통과인데
한자까진 도저히 안 되겠기에 80점 만점을 목표로 외웠다.
공부에 요령이 붙지 않았던 예1 때는 처음부터 한자로 쓰면서 외우려 들었었다.
그런데 몇 번 무지막지한 암기의 소용돌이를 겪고 나니,
음을 파악해 한자와 상관 없이 한글로 먼저 외우고 나서 한자를 붙이는 것이 훨씬 빠름을 알게 됐다.
하긴, 예1 초에는
10년 넘게 쓴 적이 없는 한자를 다시 접하니
글씨를 쓰는 거라기보다는 보고 그대로 베껴 그리는 것에 가까울 떄가 많았고,
글자 자체를 외우고, 그 음을 외우고, 그 뜻을 맞춰 내가 외우는 것의 내용을 외우는 것이
따로 놀았기에 더욱 힘들었고,
음으로 외워 나중에 글자를 붙인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무튼...

어제 하루동안 경혈가를 각 경별로 50번 이상씩 소리내서 읽었다.
(소화가 잘 되는 효과가 있으나 어지럽고 허기지는 부작용이 있다. )
그리고 어제 저녁부터 오늘 새벽까지 사이에
그림으로 된 자료를 보며 혈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것을 경혈가와 대조해 보며 흐름을 파악하고
다시 경혈가를 제대로 외웠는지 테스트해 보는 작업을
두 번 정도 반복했다.
그러고 나니 시간이 8시 넘어 있었다. 시험은 9시.
8시부턴 내가 시험에 합격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움화하.

시험 보고 나면 까먹는 것이 순리라지만 -_-;;
경혈은 어떻든 툭 치면 나오도록 외우고 있어야 하는 게 맞으니까
엠피쓰리에 녹음해 두고 시도떄도 없이 들으면서 굳히기 들어가련다.

선배들에게 경혈가 순서대로, 혹은 부위별로, 경혈학 스터디도 많이 받았고
동기들이랑 스스로 경혈 찾기 스터디도 꾸준히 해 봤는데
매번 책에 코박고 혈 하나하나 찾아서 손끝으로 더듬어 찾기에 바빴지
도무지 체계가 안 섰었다.
근데 그 모든 경험들이 보일 듯 말 듯 쌓인 상태에서
드디어 경혈가를 싹 외우고 나니까
뭐가 좀 체계가 서려고 하는 것 같다.
역시,
학습내용을 자꾸만 여러 방법으로 여러 시각에서 반복해서 보는 것이
인지과학적으로 정말 큰 이점을 가진다.

내일은 본초목차 셤인데
준비 하나도 안 됐다. -_-;;
매주 보니까 앞으로 13번은 더 볼 거다.
기냥 가서 볼란다. -_-;;


용어설명: 경혈가
사람 몸에는 14개 경락을 따라 400개 가까운 혈자리가 있습니다. 혈들에는 경락의 기가 흐르는 방향에 따라 번호가 붙어 있습니다. 혈자리 이름은 모두 한자로 2자 내지 3자로 되어 있는데, 요즘은 서양권에도 동아시아의학을 공부할 때는 이 혈자리들을 어떻게 표기하기도 그렇고 번역하기도 그렇고 어려우니까 속한 경락의 약자-번호 이렇게 표시합니다. 가령 수태음폐경의 1번 혈인 '중부(中府)'는 L-1(Lung-1) 이런 식입니다. 경혈가는 이 경혈의 이름과 순서를 조금 더 쉽게 외우도록 혈 이름에다가 몇몇 글자들을 추가하여 7언의 한시 형식으로 맞춰놓은 운문입니다. 한의학을 공부하다 보면 이렇게 외우기 쉬우라고 7언짜리 구결로 만들어놓은 것들이 많습니다. 물론, 7자씩 끊어놨다고 제꺽 기억되는 건 아닙니다. -_-;; 그나마 좀 낫지요.



* 이번 학기 '생리학' 과목의 기말 리포트로 쓴 것인데, 두루두루, 할 말도 많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픈 마음이 많이 들어서, 내 홈피에도 공개함.

그들 눈에 비친 한의학 - [THE WEB THAT HAS NO WEAVER] 머리말 번역


1. 들어가며

THE WEB THAT HAS NO WEAVER : Understanding Chinese Medicine 1) 은 미국에서 영어로 발행된 한의학 개론서이다. 아마존 등의 온라인 서점에서 검색시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추천평이 많은 개론서이다.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뀌어가는 시장 환경에서 한의사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도, 한의사들은 외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 눈에 비친 한의학을 알아야 하며 한문과 중국어와 한국어를 섞어 배운 것들을 그들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번 생리학 기말 과제로 대표적인 영문 한의학개론서의 머리말들을 번역해 보고자 한다.


1) TED j. KAPTCHUK, O.M.D., THE WEB THAT HAS NO WEAVER : Understanding Chinese Medicine, Contemporary Book, Chicago, 2000


2. Foreword by Margaret A. Caudill

1970년대 초반, 중국과 미국의 외교관계가 재개되면서 중국에서 마취 없이 수술하는 것에 대한 무수한 일화가 언론에 보도됐다. 미리 계산된 몸의 표적들에 가느다란 침을 꽂는 침술(Acupuncture)이라고 불리는 기술이 사용됐다. 환자는 수술과정 내내 깨어 있으나 통증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 후로 몇 년간 침술은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사람들은 침술이 새로운 마취방법이며 나아가 오랫동안 기다렸던 동양의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갑작스런 열풍 뒤에, 의학계의 역공이 이어졌다. 그들은 침술인들이 가져온 ‘과학적 발전’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미국에서 침술을 폐기하고 금지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금지는 성공적이지 않았으며 침술을 서양 의학에 접목시키려는 시도들이 계속되었다. 이제 침술이 마취상태를 이끌어낼 수 있으며 침구의 사용이 측정 가능한 생리적 변화들을 동반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최근의 의학 잡지들은 침술이 천천히 서양의학에 통합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침술 자체는 이제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지만 서양의학과 과학계는 침술이 기원한 의학적 전통과 문화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 마치 침을 어디다 꽂을 것인가 알면 침술은 다 이해한 것이라는 듯이 말이다. 이런 부조리에 더불어 연구를 위해 일부를 전체환경으로부터 고립시키는 것은 중의학 전통에 반한다는 문제가 겹친다. 수세기에 걸쳐 침술과 관련해 축적된 지식에는 부적합성이나 모순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침술과 침술의 적용가능성에 대한 의미있는 논의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 이상의 정보가 필요하다.

문제가 전적으로 (서양)의학과 과학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영어로 접근 가능한 중의학 텍스트는 거의 없으며 있다고 해도 중국의 문화적이고 의학적인 전통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텍스트는 없다. 번역된 자료들조차 질병에 대한 전혀 낯선 접근방식과 번역되지 않은 전문용어의 문제를 갖고 있다. 중국어, 자연주의자나 도가 철학자, 이들 철학의 영향을 받은 중국문화에 익숙한 사람들만이 중의학의 전통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서양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중국의학의 오래된 기술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저자는 중국의학의 중심개념들을 그대로 살려 서양 용어로 훌륭하게 번역했다.

자신들이 용어에 익숙하지 않다고 해서 그림들과 어휘들이 비논리적이라거나 원시사회의 옹알이라고 폄하할 사람들에게 경고 한 마디: 수천년에 걸쳐, 중국인들은 인간의 삶의 과정과 사람과 환경의 관계에 대해 관찰해 왔다. 이 관찰로부터 중국 의술은 수많은 미묘한 몸의 패턴을 묘사할 어휘를 발달시켰다. 병에 주안점을 두는 서양의학에서는 이런 어휘들이 발달하지 못했다. 중의학의 접근방식은 건강과 병과 이 두 상반적 힘 사이의 섬세한 상호관계에 대해 훨씬 전일적으로 고려한다.

환경과 건강, 인간의 반응에 대한 인식이 증대되는 시대에 동서의 결합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다. Kaptchuk 박사는 이 결정적이고 시기적절한 책을 출간함으로써 (동서의학간의) 틈새에 다리를 놓는 아주 어려운 일을 시도했다. 어쩌면 그 그물(THE WEB)은 짜는 사람(WEAVER)을 발견한 건지도 모른다.

Margaret A. Caudill, 의학박사, 이학박사

하버드 의과 대학 보스톤 Beth Israel 병원 행동의학과 Research Fellow,

Research Fellow in Medicine, Harvard Medical School, Division of Behavioral Medicine, Beth Israel Hospital, Boston


3. Foreword by Andrew Weil

이 책은 1982년 처음 나왔을 당시 나를 중국의학으로 인도해 준 책이다. 그 해에 나는 Health and Healing이라는 나의 첫 번째 책을 쓰고 있었다. 그 책에서 나는 제도권 의학과 대체의학을 막론하고 몇 가지의 의학 체계를 조사하고 그 강점과 약점에 대해 논했다. 나는 Ted Kaptchuk의 책이 전통 중국 의학의 기원과, 철학과 실현에 대한 가장 좋은 정보원임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책은 독보적이다.

1982년에 대부분의 미국인은 중국의학에 대해 무지했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침술을 경험해본 정도였고 그조차도 대개는 일시적으로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시도였다. 오늘날, 중국의학은 미국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며 전국에서 시술자를 구할 수 있다. 특허 받은 중국의약품이 광범위하게 판매되고 인삼, astragalus, dong quai 같은 중약재들이 널리 알려졌다. 많은 미국인 의사들이 의학적 침술 코스를 수료했다. 중의학 시술자들이 통합치료 의료시설이나 치유 건강 센터들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의학 체계의 엄청난 인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대생들은 필수 교육과정상에서 공식적인 중의학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 의사들은 아마도 중의학의 이론적 구조를 요약하거나 이것이 서양의학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중의학이 매우 주목할 만 하다고 본다. 중의학은 예방을 대단히 강조하며, 염증성  장 질환, 자가면역질환을 비롯하여 서양의학이 잘 다루지 못하는 부분에서 실제적으로 성공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또한, 중의학이 기2)와 온몸에 걸친 기의 균형적인 흐름을 중시하는 것이, 물질과학의 패러다임 이상을 보지 못하는 서양인들에게 큰 진입장벽임을 깨달았다.

모든 안전하고 유효한 처치들을 통합하여 새로운 전인적 의학을 구성하는 것에 관심을 둔 의사로서, 나는 건강과 질병에 관한 중의학적 관점이 매우 가치있다고 생각하며, 서양인들이 중의학에 접근하기 쉽게 만들려는 모든 시도들을 반긴다. Ted Kaptchuk은 The Web that has no Weaver의 첫 판에서 빛나는 업적을 세웠다. 이 두 번째 판에서 그는 최근의 침구 및 본초학 연구의 과학적 발전과 더불어 이 요법들의 가능한 부작용까지 반영하여 많은 내용을 보강했다. 그는 또한 동양의 전통적인 심리학과 영혼에 대한 관점도 제시한다.

Ted Kaptchuk은 도가 사상의 지혜와 의심 많은 현대 과학자들의 회의론을 결합하는 데 성공했다. 나는 그의 고전이 새 세기를 맞아3) 확장되고 새로운 새 판으로 다시 나와 기쁘다. 나는 이 책이 동서양 의학을 가까이 한 데 모으는 데 계속 기여하기를 바란다.

Andrew Weil

Tucson, Arizona

2000년 1월


2) qi로 병음표기하는 대신 energy라고 번역 사용.

3) The web that has no weaver는 1982년에 초판이 나왔고, 2000년에 개정증보판이 나왔다. 이 리포트의 원문도 2000년판의 머리말이다.



4. Introduction by Ted Kaptchuk

THE WEB THAT HAS NO WEAVER의 초판이 나온 이래로 서양에서의 동아시아의학4)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초판이 나오던 무렵에는 불분명하고 빈약하게 편집된 침술 매뉴얼만이 도서관 서가의 한두 줄이나 겨우 차지하고 있었다. 동양의학5)의 깊이와 미묘한 뉘앙스는 생략돼 있었다. 제대로 가이드해 주고 요구에 부응하는 가르침은 없었다.

오늘날 중의학 각 분야에 대한 임상적 교과서와 번역된 고전 및 현대 아시아 자료와, 인류학 중국학 사회학 역사학적 연구성과물이 지식과 탐구를 가속시킨다. 생명과학 의학 기초과학 잡지와 동양의학이 일련의 연구와 발견을 꾸준히 내놓는다. 교육과정도 발달했다. 침술 및 동양의학 전문학교들이 인증된 대학 학위를 수여한다. 대학들은 동아시아의학에 대한 비판적인 조사연구의 장이 되었다. 침술은 주류 건강관리 분야에서 점점 널리 활용된다.

서양에서의 동양의학이 변했듯이 나도 변했다. 나는 내가 아시아에서 막 배운 것에 대해 의사소통하기 위해 이 책의 초판을 썼다. 나는 내가 다른 세계에서 본 것을 전달하는 것에 흥분한 신참이었다. 근 20년에 이르는 시간동안 나는 계속 배우고 연구했다.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많은 병원에서 일했다. 나는 다른 많은 의학체계를 알게 되기도 했다. 지난 10년간은 하버드 의대에서 정규직으로 연구하기도 했다. 4년간은 BBC의 건강관련 다큐멘터리 씨리즈의 자문을 맡아 3개 대륙에 걸쳐 다양한 치유자들을 만나보기도 했다. 현재 나는 국립건강센터(NIH)의 미국 국립 보조․대체의학 센터 국가자문위원회(NCCAM)에서 일하고 있고 미국의 다양한 의학 환경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지금 나는 서양에 살지만, 아시아의 과거는 내게 끊임없이 새로운 영감을 주는 원천이다. 나는 중국 고전 의서에 집중했다. 이 책들은 현대 중국에서 부정되거나 미신적이라고 간주되었던 것들이다. 나는 임상역학과 통계학을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나는 과학적 연구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의학사적․인류학적 관점에서, 조심스럽고 유보적인 입장을 가지려 노력했다. 환자들은 내 중의학 시술이 권위와 개연성을 갖기를 요구했다.

초판을 낸 이래로 나는 중의학 및 중의학에 직접 연관되지 않은 주제에 대해 글을 써왔다. 개정증보판을 내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을 건강과 질병을 인식하는 다른 방식으로 안내하는 대문의 역할을 하고 있기에 방치할 수가 없었다. 책을 버려두는 대신 업데이트하여 이것이 자연스럽게 확장되도록 하되 전혀 다른 책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이 증보판에서 나는 다른 질문들을 제기하고 다른 연결지점을 강조한다. 나의 성장이 책의 바뀐 부분에 반영됐다. 나는 중국어 병음표기를 많이 줄이고 번역된 표현을 썼다. 서양 언어는 전보다 많은 개념들을 실을 수 있어 보인다. 이 증보판은 초판이 보여줬던 역사적인 원문들에서 파생된 더욱 심리학적이고 실재적인 자료이다. 동시에 나는 이 텍스트가 더욱 섬세하게 현대의 과학적 유효성 논쟁에 의학적 용어로 대응하게 했다. 모든 단원에 새로운 자료와 관점을 추가했다. 어떤 부분들, 특히 氣神(qi and spirit) 부분과 환자와 의사의 관계에 대한 부분은 완전히 새로 쓰기도 했다. 서양의 임상적 연구에 대한 부록을 추가했다. 더 완벽한 새 자료가 나온 부분은 뺐다. 이런 개정작업에도 불구하고 어투와 스타일은 그대로 살리려 노력했다. 내게는 증보판의 변화가 성숙으로 느껴진다. 나는 초판의 기가 발휘될 기회를 얻었기를 바란다.

환자들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의사들은 전략이 있어야 한다. 많은 지식적인 부분은 다루지 않았다. 분석적인 해체주의와 도발적인 이야기하기 사이에서 나는 치유는 흡인력 있고 시적이기까지 한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관점을 취했다.


4) East Asian medicine. 두 추천인이 foreword에서 Chinese medicine이라는 용어만 쓴 반면에, 저자는 이 글에서 East Asian medicine이라는 좀더 올바른 용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일관적으로 동아시아의학이라는 용어만 사용하지는 않았다.

5) oriental medicine. 이하 동양의학은 oriental medicine, 동아시아의학은 East Asian medicine의 번역.



5. 나가며

번역은 단순한 옮김이 아니다. 단어 대 단어, 구조 대 구조의 일대일 대응관계가 좋은 번역문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번역이란, 원문의 개념을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이해한 바의 整體를 재구성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작업이다. 다시 말해 번역은 가장 정확하고 꼼꼼한 이해가 전제돼야 하는 작업이다. Kaptchuk 박사는 Introduction에서 병음표기와 번역어간 선택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한국에서, 어떤 한의학자가 이런 것을 고민하는가? 번역서든 저서든, 한의학 관련 서적에서 한의학적 개념들은 대부분 한자로 표기되고, 현대어로 번역되거나 설명되는 경우는 드물다. ‘같은 한자문화권’이라는 이유로, ‘원문과 원개념을 손상시키지 말고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이유로, 한국 한의학자들은 이런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 ‘같은 한자문화권’이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간체와 백화문을 쓰는 중국과, 한글전용을 성공적으로 이루고 특수한 분야 일부 사람들이 번체 위주의 한자를 조금 쓰고 있을 뿐인 한국과, 가나문자에 번체와 일본식 약자를 섞어 쓰는 일본이 있을 뿐이다. 같은 점이라면 세 나라 사람들 모두, ‘한문’의 시대와 도가, 유가 철학에 대해서는 어렴풋한 이미지만 가지고 있을 뿐, 서양식 합리주의와 양방 과학만이 유일한 신앙으로 군림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국내의료시장은 과포화상태이며 헤게모니는 양방의학이 쥐고 있다. 더 이상 번역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세상인 것이다.

솔직히, 별 큰 기대를 갖고 시작한 작업은 아니었으나 서문을 번역하면서 나는 이 책이 기대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됐다. 사람들은 점점 한자문화에서 멀어져 가고, 현대사회에서 (서양)과학은 유일한 신앙의 대상으로 갈수록 공고해져간다. 한자와 한문문화에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에 대한 고민 없이, 샅샅이 이해하기보다는 한자로 ‘익숙해진’ 용어의 실제적이고 깊이 있는 이해에 대한 고민 없이, 한국 한의사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 번역의 문제는, 한국에서 대부분의 분야에서 그렇겠지만, 이 바닥에서도, 정말 심각한 게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내가 좀 지른 듯도 하다. 처음부터 공개할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니고, 교수님도 '니네 예과 끝나가는데 그동안 뭐 고민했는지 내놔 봐라' 정도의 의미로 내주신 듯한 숙제여서, 좀 질렀다. 감안해서 읽으시기 바람.

* 점점, 한의학의 치료법과 임상적 성과들이 주류의학(양의학) 쪽으로 통합되어 가고 있다. (일례로 요즘 많은 정형외과에서 침을 찔러 치료를 한다. 물론 대개의 양의사들은 경락이론이 아닌 근육학 이론에 따라 시술하는 것이지만, 사실상 그들 중 누군가가 정형외과의 면허를 걸고 경락이론에 따라 침시술을 한다고 해도 누구도 뭐랄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현대과학적 연구방법론에 의해 한약의 새로운 가치들이 발견되고 신약이 개발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대개 한의학에서 떼어낸 한 가지 요소가 양의사, 양의학 범주로 흡수되어 들어가는 양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실 환자 입장에서야 양의사든 한의사든 싸게 잘 고쳐주는 게 장땡이다. 의료를 고민하는 입장에서도, 어느 쪽이든 적은 비용으로 환자에게 좋은 치료를 해 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한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물질과학만이 유일한 신앙의 대상인 현대사회라지만 결코 폐기할 수 없는 한의학적 패러다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결국은 중국처럼 의료일원화해야 한다고 본다. 한의사고 양의사고 간에, 환자에게 필요하고 안전한 진단/치유수단을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중국에선 법적으로 중의사가 수술도 하고 주사도 놓고 양약도 처방가능하다. 그래서 중국에선 소청룡탕이니 하는 전통적인 한약 탕제들이 링거주사용 제제로 개발되어 한방병원에서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선 개발도 안 돼 있지만, 개발돼도 한의사가 주사를 못 놓게 되어있으므로 한의학적인 활용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한의사와 향후 한의사가 될 한의대생들, 정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정신 바짝 차리고 힘써야 할 분야 중 하나가 해석과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모델ㆍ의사ㆍ운전사 직업 불만도 높다
[연합뉴스 2006-11-21 11:30]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1일 발간한 `미래의 직업세계 2007' 책자에 따르면 만족도가 가장 낮은 직업은 모델(2.25), 의사(2.84), 크레인ㆍ호이스트 운전사(3.00), 귀금속ㆍ보석세공원(3.16), 애완동물 미용사(3.20) 등의 순인 것으로 조사됐다.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직업은 사진작가(4.60), 작가(4.48), 작곡가(4.44), 바텐더(4.36), 인문과학 연구원(4.32), 상담전문가(4.28), 인문사회계열 교수ㆍ성직자ㆍ환경공학 기술자(4.24), 인문계 중등학교 교사(4.20) 등이 꼽혔다.

...

원문은 제목의 링크 클릭 하시고...
자살한 (양)의사 친구가 있는 사람으로서...
나이 들어 하던 일 때려치고 의사 되시려는 분들
여러가지를 잘 고려해서 판단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자식 의사 만드시려는 분들도 한 번 깊이 생각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그렇다고 초치자는 건 아닙니다. ^^
생의 만족과, 추구점을 어디에 두느냐,
직업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느냐, 생에서 무엇을 거두려느냐,
그런 문제에 대한 고찰 없이,
남들이 rush하니까, 남들이 좋다니까 마구 할 일은 아니라는.
실제로 주위의 의대생, 의사들이 객관적인 삶의 질 면이나, 자신의 만족도 면에서
그리 좋을 것 없는 삶을 많이들 살고 있더라는. (물론 만족하고 감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죽음의 문제에 너무 밀접히 관계된 일이고,
청춘을 너무 빡세게 보내야 해서,
그 와중에 자신을 지탱할 단단한 지팡이를 마련하지 못하면 참 힘들어들 하더라는..
'업'의 관점에서도, 아주 무서운 직업이라는..
그런 이야기.
그러니까,
자본이 됐든 꿈이 됐든 이상이 됐든 가치관이 됐든
튼실한 명아주 지팡이를 꼭 마련한 후에 시작하시라는..

만족도가 높은 직업들을 눈여겨 보면..
작가, 작곡가, 인문과학 연구원, 인문계열 교수, 성직자 등,
(자리가 없어서) 되기 힘들고 돈 안 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다 한다.
한때 인문계열 교수와 작가를 꿈꿨던 사람으로서, 백 번 공감...
돈 안 되는 공부 해서 돈을 받게 됐으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어.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고 그 판을 떠나가는데..
전업 작가, 작곡가도..
그것으로 생계에 부족함 없는 유일한 직업을 삼을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랑가..
곡비 받아 생계를 부족함 없이 꾸리는 작곡가, 고료로 가족을 부양하는 소설가,
그쯤 되면 엄청난 거지.
하지만 생계 꾸리기 자체의 문제 외에도..

하는 일이..
생의 근본을 천착해 가는 일이라는 점이 그 만족감의 핵심이 아닐까.
예술이나, 인문학이나, 신학이나,
자신의 깨달음 만큼 나아가는 일들이니까.

그리고 사실은, 의학도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생의 근본.. 태초와 태시에서 비롯한 이 생의 비밀..
몸뚱이를 가지고 살아 있다는, 근본적인 불완전함의 조건 속에서
건강이라든가 정상이라든가 하는 말로 표현되는 어느 이상을 추구해 가는 건
철학이나 신학이나 예술 이상으로
깨달음 없이 얻을 수 없는 일이므로.
현대(양)의학교육이 이러한 문제와 동떨어져버린 것이
(양)의사들의 불행이며
또한 환자들의 불행이며
의사와 (잠재적) 환자의 범위로 결국은 모두 포괄되는
인류의 불행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어제밤, 한약국 사장님과 본4선배에게 동시에 문자를 보내 단녹용탕을 얼마나 달여야 할지 물었다.
먼저 연락이 된 쪽은 선배. 선배와 상의하여 녹용 20그램과 물 3.5리터를 약탕기에 담아 약불에 올리고 잠자리에 들려고 했다. 그 때 뒤늦게 한약국 사장님이랑 연락이 됐는데, 하는 말씀이 전혀 다른 것이다. 여차여차 통화를 했는데, 3.5리터 금방 다 졸아붙는다고, 위험하니 불에서 내려 놓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하라는것이다. 세 시간만 달이면 충분하다고. 부랴부랴 약탕기를 베란다에 내놓고 잤다.

*오늘 아침 5시 기상. 약탕기를 불에 올렸다. 3시간이 흐르고 학교갈 때가 됐는데, 약물은 한강수~ --; 아침 스터디 후 와서 불끄면 되겠거니 하고 학교 가서 스터디를 마쳤다. 스터디 마치고 다시 집에 왔는데 여전히 한강수~ 오늘은 첫 수업이 11시라 그 전까진 되겠거니 하고 기다렸다. 10시 40분쯤 보니 여전히 한강수~ 한 시간짜리 수업을 다녀오면 그 사이에 약이 탈까봐 걱정이 됐다. 그래서 수업을 쨌다. 두번째 수업은 오후 한 시. 그 때까지 달이면 애초 계획대로 8시간 달이는 것이 된다. --;; 12시 반 뚜껑을 열었는데 여전히 한강수~ ...는 아니고 조금만 더 졸면 될 것 같은데 그 조금이 졸아들질 않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자꾸 열어보는데... 이젠 제법 농축이 되어 끓으면 질긴 거품이 솟아올라온다. 한동안 끓이다 뚜껑르 열고 보면 거품 때문에 바닥이 잘 안 보이고, 그럼 한 번 불수산 에끼스 만든 전력 때문에 가슴이 철렁하여 화닥 불을 꺼 버린다. 끄고 보면 아직 멀었다. --;; 몇 번을 그랬다. 그러면서, 불이 너무 왔다갔다 해서 약의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고민스러워서, 안 되겠다 기도발로 때우자, 하며 약탕기 앞에서 성가도 부르고 가스펠도 부르고 기도도 하고... 그랬다. --;; 동영상 찍어서 daum에 올리면 나도 광고 나왔을지도 모른다. --;;;

* 12시 40분 넘어, 도저히 안 되겠어서 껐다. 대략, 양이 맞춰진 듯도 하고, 조금 , 아주 조금만 더 달였으면 좋겠지만 이젠 정말 학교에 가야 한다. 오후 수업은 놓치고 싶지 않다. 부랴부랴 불끄고 정리하고 준비하고 학교 갔다. 가면서 생각해 보니 괜히 줏대없이 흔들려서 망했다. 그래도 며칠동안 내 약탕기에 내 가스렌지로 내가 달여본 노하우가 있는데, 나 자신을 믿고 올려놓고 잤어야 하는 걸. --;; 약국 사장님이 염두에 둔 불의 세기보다, 내가 불을 좀 약하게 썼던 것 같다.

* 오후 수업과 스터디를 마치고 왔다. 시간맞춰 우리집으로 온 오빠랑 같이 약을 페트병에 담았다. 담을 때 실수로 약을 조금 쏟았는데, 그러고도 약은 300미리 가까이 되는 듯 했다. 우옹, 진통올 때 원샷하긴 분량이 조금 많다. 조금만 더 졸여졌으면 좋았을 걸. 오빠를 보내고 나서 약탕기에 남은 녹용찌꺼기를 면보에 받쳐 꾹 짰다. 국물이 그래도 한 80미리는 나오는 듯. 녹용은 역시 다공질이다... 국물 맛을 보니, 걱정했던 것처럼 비리지 않다. 진통이라는 게 줄창 아픈 게 아니라 주기적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강해진다니깐... 진통 시작 후라도 통증이 좀 잦아든 싸이클에 먹는다면 250미리 정도 먹는 게 전혀 고통스럽지 않을 듯 하다.

* 녹용을 달이는 동안 나는 냄새는 살짝 곰국 고는 냄새 비슷한데 좀더 진하게 노린 냄새였다. 달여낸 국물은 노리끼리한 갈색이 살짝 도는 투명한 액체였는데, 페트병에 모아 담으니 조금 탁하게 보였다. 물이 많이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대략 1리터 이하로 줄어든 듯한 후로는 끓을 때 생기는 거품이 물 끌을 때처럼 바로 꺼지는 게 아니라 계면활성제 거품같이 지속성이 있었다. 거품의 크기도 컸다. 약성분이 우러나고 농축됐으니 당연한 일이겠는데, 불수산을 달일 때랑은 거품의 양상이 달랐다. (참고로, 사포닌 등의 몇몇 약성분들은 계면활성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포닌 성분이 많은 인삼이 들어간 식품이나 약을 먹은 경우 소변에 거품이 생길 수 있다. 놀랄 필요 없다.)

* 녹용이 들어가는 대부분의 처방약을 달일 때는, 녹용과 처음부터 함께 달이면 다른 약의 약성이 죽기 때문에 녹용만 따로 고아낸 후에 그 물에 다른 약재를 넣고 다시 달이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

* 우리 별이랑 올케언니 덕분에 내가 약 공부 참 많이 한다. ^^; 약성이 어쩌고, 약의 작용기전이 어쩌고 하는 이론의 깊은 부분을 다 제대로 알고 약을 쓰는 게 진짜겠지만.. 그것말고, 약을 다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을 익히는 것도 큰 공부다. ^^; 고마워요 언니랑 별이~! ^^;


아랫글에 언급한 불수산...

처음에 두 첩을 달였다. 그렁저렁 물조절을 해 내었다. 그래서 적정 분량인 300밀리리터가량을 추출해내었다. 첫번째 약이니까 내가 맛도 보고 어쩌고 하면서, 이건 연습게임이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 네 첩을 달였다. 물조절 엑설런트했다. 목표분량인 600밀리리터가량 추출 성공. 이제 약 달이는 데 도 텄다고 생각했다.

그 다으메, 두 첩을 달였다. 학교 갈 시간이 임박해 불끄고 흘깃 뚜껑 열어만 보고 제대로 확인을 못하고 학교 다녀왔는데, 약탕기 열고 보니 바닥에 물이 하나도 없었다. --;;; 너무 졸인 것이다. 아까 볼 땐 바닥에 살짝 끓고 있는 약물이 보였는데, 옹기의 특성상 불끄고도 열이 오래 지속돼서 다 증발해 버린 모냥이다. 끙. 면 끈어다가 내가 꼬매서 만든 약자루를 꺼내 꼭꼭 짰다. 100미리 정도 나온다. 맛을 살짝 보니 완전 에끼스다. --;;; 우옹.  

내일 오빠가 출장을 대전으로 온다고 해서 저녁 때 오빠 편에 약을 주어 보내기로 했는데... 끙. 낼 아침 일찍 일어나 녹용 달여야지. 불수산 두 첩이 더 남아 있는데.. 그건 달여줄 시간이 없고... 연습용이라고 생각했던 첫번째 약을 보내야겠다. 끄응.

옛날에 전원일기에서, 작은 며느리가 시할머님 약 달이는데 약이 적게 나와서 자기도 모르게 확 물을 부어버린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끄응. 이제야 이해가 간다. 약 물 맞추기 정말 어렵다. 그나마 내 약탕기는 뚜껑을 중간에 열어볼 수나 있지, 한지로 봉하고 약을 달이던 시절엔 정말 뚜껑 열어보기 전까진 '며느리도' 모르지. 그나마 한두 첩씩 달일 때보다 조금 많이 넣고 물 양을 많이 잡아 달이는 편이 좀더 쉬운 것 같다. 그리고 옹기의 열을 축적하는 성질상, 불 끌 때 가까워서는 물이 생각보다 굉장히 빨리 졸아든다. 주의해야 한다.

약 달이는 거, 어렵다.
그래서 옛날에 '정성이 반'이라고 했었나 보다.
달이는 기술이 부족한 대신, 기도발로 때워야겠다.
이 약 먹고 울언니 건강하게 힘 조금만 들이고 별이 낳게 해 주시고
우리 별이 건강하게 태어나서
밤하늘 북극성처럼 세상에 빛이 되고 길잡이가 되는 사람으로 자라게 해 주세요~!


집앞 한약국에서 약탕기를 샀다.
무공해 옹기 약탕기, 3만5천원.
옛날식 약탕기는 길쭉한 손잡이가 마치 주전자 주둥이처럼 뻗어있고
뚜껑은 없어서 한지로 봉하게 돼 있는데
이건 조금 개량디자인이라
손잡이는 양쪽으로 항아리 손잡이처럼 달렸고 뚜껑은 옹기 뚜껑이다.

내 생애 첫번째로 약을 달이고 있다.
올케 언니를 위한 불수산.
한 제 분량의 약재를,
두 첩씩 다섯 무리로 나눠 담아 와서 한 무더기만 달이는 중이다.
사실 불수산은 한 제 다 만들어 먹을 필요는 없는 약인데,
여러가지 의미에서 넉넉하게 한 제를 만들어 왔다.
일단 약재가 간단하게 들어가서 값도 싼 편이고..
처음 달여보는 거니까, 시험 삼아 조금만 달여 보고,
보아 가면서 더 달이려고.
약이 남으면 뭐, 내가 먹지.. 약재들이 다 무난한 것들이고, 보혈약들이니..

옛날엔 약탕기에 달인 약을 면보에 받쳐 거른 다음
면보에 남은 약재를 나무막대로 비틀어 짰는데,
요즘은 부직포 주머니에 넣어서 달인다.
주머니 째로 달인 후에 주머니만 들어내고,
주머니 안에 든 물기 먹은 약재는 나름대로 짜 주는데,
주머니 상태니까, 면보를 접어 막대로 꼬아 짜는 것보다 훨씬 쉽다.
부직포이지만, 환경호르몬 테스트를 거친 안전한 제품이다.(단, 1회용이다.)
그렇긴 해도, 좀 아쉬운 기분이다.
시간 나는 대로 재래시장에 가서 소창면을 좀 끊어다가,
약달이는 주머니도 만들고... 해야겠다.
면은 안심할 수 있고, 삶아 빨아가면서 몇 번이든 쓸 수 있으니까..
당장 내일 공강 중에 다녀와야겠다.

물은... 집에 브리타 정수기도 있지만... 특별히 첫 출산을 앞둔 올케와 내 첫 조카 별이를 위한 약이므로... '제주삼다수'를 구입해 와서 달이고 있다. 생수로 세수해 본 적이 있는 --;; 사람은 내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아 물론 내가 피부미용을 위해서 생수로 세수를 했던 건 아니다. 물이 생수밖에 없는데 세수를 꼭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그리 했었다.) 집앞 슈퍼에 삼다수 외에도 두 가지 브랜드의 샘물이 더 있었는데, 수원이 인구밀도가 높고 골프장이 많은 경기도쪽이길래, 관뒀다. 삼다수가 물맛 좋기로 유명한 브랜드이기도 하고. 달인 약을 작은 페트병에 넣어 택배로 부칠 예정이므로 작은 페트병 자체가 필요하기도 해서, 500밀리리터 들이 다섯 개와 2리터 들이 한 개를 사 왔다.

출산이 임박한 산모를 위한 약은 대략 다음 순서로 먹으면 된다고 한다.
1. 임신 막달(예정일 1달 전부터..)에는 달생산(達生散)을 먹는다.
일명 축태음(縮胎飮)이라고도 불리는 이 약은, 산달에 쓰면 해산을 쉽게 하고 산후의 합병증을 예방한다고 한다. 사실, 이 약부터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미 시기를 놓쳤다. 중간고사 보고 어쩐다구 기냥... 쯔쯔.
2. 출산예정일에 거의 임박해서는 불수산(佛手散)을 먹는다.
약 이름이 재미있다. 부처님손이란다. 부처님 가피로 애기가 쑴풍 나온단 말인가 보다. ^^; 우리 집은 예수 믿으니까, 예수산이라고 바꿔 불러도 좋겠다. ㅋ
선배로부터 진통 시작할 때 한 봉지, 병원 도착해서 두 봉지 먹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출산과는 좀 먼, 새파란 총각들이었고, 지금 생후 두 주 된 딸을 둔 한약국 아저씨는 그냥 예정일 임박해서 3일 정도 먹이라고 했다. 방약합편에 나온 내용도 대략 아저씨 말과 일치하고, 동의보감에도 '산달에 먹으라'고만 되어있지 진통 중에 먹으라고는 안 돼 있다. 한약국 사모님도 그렇게 드셨다고. 아기가 3.85킬로나 되었는데, 큰 무리 없이 자연분만 하셨다고. (이 분은 위의 달생산부터 드셨다고 한다.)
3. 진통이 시작할 때 단녹용탕을 먹는다.
단녹용탕에 대해서는, 내가 늦깎이 한의대생임을 알고, 갈 때마다 자세히 한의학적인 설명을 해 주시는 세황한의원 류원장님께서 처음으로 알려주셨다. 녹용이 어떤 약인지 설명해 주시다가, '그래서 진기를 제일 많이 쓰는 출산 임박한 산모에게 녹용만 달인 단녹용탕을 먹인다'고 말씀해 주신 것.. 근데, 어제 문의하고 다닌 '새파란 총각' 선배들은 단녹용탕을 처음 들어본다고들 했다.(출산 임박해서나 쓰는 약이니, 관심이 없으면 모르는 게 당연한 처방이다.) 본초학 교수님은 '녹용 적당량에 물 적당량을 넣고 마음대로 달여보아요~'라고 실험정신을 강조하는 말씀을 해 주셨고.. --;;; 방약합편을 찾아보니 매우 고농도로 달이도록 지시되어 있다.
한약국 사모님은 단녹용탕은 안 드셨다고 한다. 사장님 말씀에 의하면, 진통올 때 탕약 꺼내 데워 먹을 정신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며, 특히 초산부의 경우 이게 진통인지 아닌지 잘 몰라 타이밍을 놓치기도 쉬울 것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의 경우, 이미 진통올 때 먹는 약을 달여주겠다고 호언장담 큰소리뻥뻥 해 놓았으므로.. 해야지. ^^; 하여, 단녹용탕 한 회분 만큼의 녹용을 구입해 왔다. 개인적으로, 녹용을 달여보는 것만으로도 큰 경험이 될 것 같다. 녹용은 동물성 약이라, 곰국 고아내듯이 오래오래 달여야 한다고 한다.

2006.11.28. 수정: 불수산 10첩은 한 제가 아니다. 한 제는 20첩.
옛날에는 한 첩을 달여 한 번 먹고, 두 번 먹고 난 약재를 모아 말렸다가 다시 달여(재탕) 또 한 번 먹는 식으로 하루에 두 첩을 먹었다고 한다. 요즘은 그렇게 하기가 너무 어려우므로(바쁜 현대생활과도 안 맞지만, 약재 널어말릴 뜰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므로 달이고 난 약재 말리는 게 어렵다) 두 첩을 한 번에 달여 세 번 분량을 빼내는 게 보통이다. 물론 한 제 등의 대량을 주문할 때는 두 첩에 세 번 분량 꼴로 곱하기 해서 빼낸다.

2006.12.3. 추가: 단녹용탕 먹기는 역시 어렵다.
12월 1일 금요일에 만난 동아리 선배 소영언니, 지난 9월에 출산하고 채 100일도 안 된 산모. 달생산부터 시작하여 산전 한약을 모두 달여 드셨는데, 단녹용탕은 미리 달여 냉장고에 넣어 놓으셨다가, 애기 낳고 나서 신랑한테 전화해서 시어머님 드렸다고 한다. -_-;; 별이 어무이도, 이미 병원 가서 진통 시작하고 있는 가운데 마침 나랑 오빠가 통화가 돼서, 오빠가 집에 가서 가지고 나와 먹을 수 있었다. 집이랑 병원이 가까워서 다행이었다.

2007년 2월 22일 추가:
옹기약탕기에 약을 달이면 옹기가 중금속과 농약성분을 빨아들여 탕약은 깨끗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옹기 약탕기는 얼마간 사용하다 보면 가열 중에 잘 깨진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구입한 옹기 약탕기에도 '사용기간을 장담할 수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데, 같은 브랜드의 약탕기를 사용하는 학교 앞 신농본초한약국 뒤뜰에 가면 깨진 옹기가 수북이 쌓여있다고 한다. 내 약탕기가 깨질 정도로 약을 달이려면 내가 몇학년쯤 돼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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